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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한-러 대화 정경컨퍼런스 장관님 축사

작성일
2016-06-14 18:00:00
조회수
8195

 
크로파체프 조정위원장님,
이규형 조정위원장님,
내외 귀빈 여러분,

러시아 문화의 수도이자 북방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상트페테르부르그에서 한?러 양국 정계, 재계, 학계 등 다양한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뵙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10년전 저는 외교부 차관보로 재직 당시 주상트페테르부르그 총영사관 개관식 참석차 이곳을 처음 찾은 바가 있습니다.  당시 개관식 축사를 통해 러시아의 대문호 푸쉬킨이 상트페테르부르그를‘유럽을 향해 열린 창’이라고 묘사한 데 비유해서, 상트페테르부르그가‘동방을 향해 열린 창’이 되어 한-러 관계 발전을 위한 초석이 되어 주기를 기대한 바 있었습니다.

이번에 상트페테르부르그에 와서 보니 10년전 가졌던 그러한 기대가 현실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그는 한국 기업들에게 대러 시장 진출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부품생산부터 조립에 이르는 전 공정을 갖춘 공장을 건립해서 러시아와 상생의 경제협력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저도 오늘 오후 현대차 공장을 직접 방문할 예정입니다. 롯데호텔은 제가 어제 묵었던 모스크바에 있는 최고급 호텔에 이어서 이곳 상트페테르부르그에도 내년 준공을 목표로 최고급 호텔을 신축하고 있습니다.

1897년 러시아에서 최초로 한국어 강좌를 개설한 상트페테르부르그 국립대학교가 위치한 상트페테르부르그는 한?러 양국의 인문교류의 산실이기도 합니다. 이 자리에 함께 계신 상트페테르부르그 대학교 크로파체프 총장님의 제의로 2010년 출범한 한-러 대화는 양국간 민간 협의채널의 핵심 메카니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13년 G20 정상회의 개최지인 이곳 상트페테르부르그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극동시베리아 및 유라시아에서의 협력 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의견을 나눈 바 있습니다. 금주중(6.16-18) 개최 예정인 상트페테르부르그 국제경제포럼에서도 양국간 경제협력 방안이 논의될 예정입니다.

극동시베리아 지역은 이 지역 개발을 핵심으로 하는 러시아 정부의 신동방정책과 한국 정부가 국가 대전략 차원에서 추진중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만나는 접점입니다. 어제 라브로프 장관과 가진 양국 외교장관회담에서도 극동시베리아 지역에서 양국간 협력 증진을 위한 잠재력이 다대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를 구체화시켜 나가기로 합의하였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2025년을 목표로 ‘극동, 바이칼, 이르쿠츠크 지역 경제발전 전략’을 전략적으로 추진중이고, 극동개발부를 신설하며, 선도개발구역 및 블라디보스톡 자유항 제도를 마련하는 등 제반 행정적, 법률적 조치들을 취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년 9월에는 극동지역에 대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푸틴 대통령께서 참석한 가운데 블라디보스톡에서 동방경제포럼이 최초로 개최된 바 있습니다. 동 포럼에는 한국 산업부장관을 비롯하여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100여명의 한국 기업대표들이 참가했는데,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관심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정부는 러시아측 초청에 따라 오는 9월 블라디보스톡에서 개최될 제2차 동방경제포럼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러시아 정부가 극동 개발을 중심으로 한 신동방정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시아는 러시아인의 미래를 위한 최상의 출구’라고 한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이 떠오릅니다.

러시아의 극동시베리아 개발에 있어 한국은 기술과 자본, 우수인력을 갖춘 최적의 협력파트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입장에서 볼 때도, 러시아 극동지역은 에너지, 자원은 물론 북극항로 및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통한 유라시아 대륙과의 연계성 증진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새로운 물류 루트를 개발하여 이용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러시아 극동항만을 거쳐서 TSR 노선을 활용함으로써 모스크바까지 자동차 부품을 운송중입니다. 삼성전자 역시 중국 다롄항을 거쳐서 몽골횡단철도(TMR), 시베리아횡단철도 노선을 활용하여 동유럽 공장까지의 철도로 운송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해 7월 러시아 중앙 및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협조하에 성공적으로 치러진 유라시아 친선특급 행사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향후 한반도종단철도(TKR)의 연결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금번 한-러 대화 정경컨퍼런스와 연계하여 상트페테르부르그 및 무르만스크에서 개최되고 있는 유라시아-북극항로 연계성 행사 역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물리적 연계성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통합 측면에서도 한-러 양국간 협력 잠재력은 크다고 생각합니다.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 한국간 FTA 체결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하여 진행중인 한-러 양측간 공동연구는 이런 잠재력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사실 에너지?자원 중심의 대러 수입과 자동차?전자제품 위주의 대러 수출에 편향된 양국 교역 구조는 국제경제 환경 변화에 취약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 만큼,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 한국간 FTA가 체결되는 경우, 양국간 교역 다변화 측면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어제 양국 외교장관회담에서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의 극동시베리아 개발은 물론 동아시아 정책에 있어서 한국은 핵심 협력파트너라고 하면서 높은 기대감을 표명하였습니다. 그동안 라브로프 장관과는 다자회의 계기 등을 활용해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해 왔으며 특히 금년 상반기중에만 이미 세차례 회담을 가진 바 있는데, 어제 회담에서는 양자,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 상호 관심사에 대해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지하고 유익한 의견교환을 가진 바가 있습니다. 

우리 양 장관은 한?러 관계가 더욱 안정적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동북아 지역에서 공통의 안보 위협인 북한 핵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함께 했습니다.

특히 라브로프 장관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결코 인정할 수 없으며, 북한의 태도를 변경시키기 위해서 국제사회의 단합된 의지의 표현인 안보리 결의 2270호가 충실하게 이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지금 국제사회에는 커다란 변혁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과 쿠바간 관계정상화 추진 합의에 이은 지난 4월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 지난해 이란 핵협상 타결에 이은 금년초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 해제, 지난 3월 미얀마에서의 사상 최초의 문민정부 출범 등 변화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유와 인간존엄을 중시하는 변화의 바람이 한반도에서도 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께서 수교 이래 최초로 이란을 국빈 방문하였고, 저는 지난주 한국 외교장관으로서는 최초로 쿠바를 방문하였습니다. 

안타깝게도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집착하면서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대착오적 행태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역사의 시계를 결코 되돌릴 수 없으며, 국제사회가 그들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지난 5월초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방문시 이란 최고위 인사들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지난달 말 박 대통령의 우간다 국빈방문시 우간다 정부는 그간 북한과 유지해온 군사.안보.경찰 분야의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또한, 지난 4월 러시아와 중국 외교장관도 참석한 가운데 북경에서 개최된 CICA 외교장관회의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에서는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규탄한 바 있습니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께서 제20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이제 북핵문제는 국제사회 對 북한의 구도 속에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북한 비핵화라는 지난한 과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는 결국 북한의 핵야욕과 국제사회의 비핵화 의지간 싸움이 될 것입니다. 그런 만큼, 국제사회 전체가 한 목소리로 북한 비핵화 의지가 훨씬 강하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지난해 수교 25년을 맞은 한-러 관계는 그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양국간 인적교류는 역대 최고인 30만명에 이르렀으며, 상호보완적 경제협력을 토대로 2014년 양국간 교역규모는 260억불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였습니다. 러시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노래 가운데 하나인‘백만 송이 장미’가 한국 대중들로부터 커다란 사랑을 받는 것처럼 양국간 문화교류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크로파체프 총장께서 지난 ‘13.11월 푸틴 대통령 방한 계기 개최된 제3차 한-러 대화 포럼(KRD :  Korea-Russia Dialogue)에서 “한-러 대화 참가자들은 한-러 관계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양국간 진정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제가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메시지가 있는데, 그것은 러시아는 북핵문제 해결과 같은 당면현안이나 경제적 실리관계를 넘어서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통일에 이르는 과정에서 중요한 파트너라는 점입니다. 그런 만큼 우리로서는 앞으로도 러시아와의 다양한 협력 통로를 소중히 여기고 계속 발전시켜 나가고자 합니다.

오늘 열리는 한-러 대화 정경컨퍼런스가 한?러 양국간 미래지향적 협력 잠재력을 현실화시키는데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 줄 것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