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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한러대화 조정위원회 오찬사(3.17)

작성일
2015-03-17 13:00:00
조회수
4770

 한러대화 조정위원회 장관님 오찬사

이규형 조정위원장님,
6개 분야 분과위원장님,
조정위원 여러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이 되는 금년은 한-러 관계에 있어서도 매우 의미있는 시점입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에 이어 독일이 마침내 통일을 이루고 동서냉전이 종식되는 것에 맞추어, 우리나라도 북방외교를 통해 당시 소련과 수교한 지 25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1990년 당시 저는 주유엔 한국 옵저버대표부 참사관으로 근무하면서 역사의 현장에 서있던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당시 북방을 통해 평양으로 간다는 슬로건을 내건 북방외교는 동구와 소련을 거쳐 중국에까지 뉴 프론티어를 열었습니다. 저도 그때부터 한반도가 평화통일을 이루고 유라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러시아는 이러한 꿈을 이루어 나가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파트너 중 하나입니다. 지난 25년간 관계를 발전시켜 온 한-러 양국은 이제 단순히 양자 차원을 넘어 새로운 번영의 유라시아 시대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지난 2010년 수교 20주년을 기념하여 출범한 한·러 대화는 양국 정상이 직접 참가하는 중요한 대화채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설립된 한·러 대화조정위는 양국 산?학?민?관을 아우르는 포괄적 파트너쉽을 키워나가기 위한 엄브렐러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조정위원회가 그간 4개 분과 공동 국제회의, 한-러 대학총장 포럼, 한-러 언론인 포럼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조정위원 여러분,

지정학적 갈등이 세계 곳곳에서 경고음을 울리고 있는 최근 국제정세는 우리에게 도전이자 동시에 또 다른 기회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러 관계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저는 최근 양국 관계에 있어서 주목해야 할 도전과 기회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한-러 양국 관계 자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질 협력관계를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지정학적 갈등은 한-러 양국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양국은 지난 해 상호보완적인 경제협력을 통해 260억불의 교역량을 기록하였습니다. 최근 한-러 경제공동위 실무회의가 개최되어 에너지?자원, 교통?물류, 해운?수산, 보건?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사업들을 논의하였습니다. 금년 상반기 중에 경제공동위 산하 극동시베리아분과위 등 개별 분과위가, 하반기에는 부총리급 경제공동위가 개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적교류도 작년 1월 발효된 한-러 일반여권 사증면제협정과 2014-2015년 상호방문의 해 지정에 힘입어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인 30만명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2월 뮌헨안보회의에서 가진 한-러 외교장관회담에서 라브로프 장관은 한-러관계가‘그 자체로 중요한 가치(its own merit)’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우호관계를 지속발전시켜 나갈 것을 희망하였습니다. 양국은 앞으로 차관급 전략대화, 고위정책협의회 등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둘째, 한반도 평화통일 및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주요 협력국으로서 러시아의 역할입니다. 러시아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및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필요한 파트너입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13년 한-러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의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한 환영과 지지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오룡호 침몰 사고 당시 수색 및 구조작업에 있어 러시아와의 긴밀한 협조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이 주요 아젠다로 다루는 재난구호 측면에서 구체적 협력 가능성을 보여 주었습니다.

러시아는 또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추진함에 있어 끊어진 점들을 잇는, connecting the dots 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연결고리입니다. 우리 정부는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의 대륙, 창조의 대륙, 평화의 대륙으로 연결하는 시범사업이 될 유라시아 실크로드 친선특급 사업을 금년 7월중 실시할 예정입니다. 약 3주간 1만1천여km를 주파하는 대장정이 될 친선특급 사업은 태평양 진출 관문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한-러 극동포럼을, 종착점인 베를린에서는 통일 기원행사를 개최하는 등 물류?미래?평화 협력을 주제로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러시아는 또한 우리의 통일 네트워크 측면에서 빠질 수 없는 자산입니다. 최근 북한의 러시아 접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북핵불용이라는 확고한 원칙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 비핵화는 물론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이끌어 나가는데 있어 러시아가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해주도록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금년 중 2차 시범사업이 예정되어 있는 나진-하산 물류사업은 남북러 3각협력의 시범사업으로서 통일 인프라 준비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조정위원 여러분,

앞서 말씀드린 다양한 분야에서의 한-러 협력사업들은 분절되고 일회성 사업으로 추진되어선 우리가 기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사업들이 통합적인 틀 속에서 상호 연계성을 증진시키는 방향에서 추진되어야만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정위원회에서 이러한 방향을 염두에 두고 지혜를 모아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조정위원님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한?러대화의 발전을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