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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한․러 대화 조정위원회 오찬사(4.2)

작성일
2014-04-02 15:08:18
조회수
3758



한․러 대화 조정위원회 오찬사



이규형 조정위원장님,
각 분야 분과위원장님,
그리고, 각 분야를 대표하여 참석하신 조정위원 여러분,

지난 2010년 한․러 수교 20주년을 기념하여 양국 정상 임석 하에 출범한 한․러 대화가 오늘 「한러 대화 조정위원회」의 발족으로 새로운 도약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우선 오늘 위촉되신 모든 조정위원님들께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러시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두루 갖추신 이규형 위원장님의 지도력과, 고문을 맡아 주신 유종하 전 장관님, 손경식 회장님과 더불어 각계를 대표하시는 여러 위원님들의 경륜과 지혜로, 한․러 대화 조정위원회가 양국 관계를 이끄는 견인차로 자리 잡게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그간 한․러 대화는 산ㆍ학ㆍ민ㆍ관을 아우르는 포괄적 대화체로서 착실한 발전을 거듭해 왔으며, 이제 양국 지도층 인사들간 교류의 장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습니다.

작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한․러 관계는 새로이 거듭나고 있습니다. 유례없는 두 차례의 연이은 정상회담과 한 차례의 총리 회담, 유라시아 컨퍼런스 개최, 또 빈번한 고위인사 교류 등 다양하고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활동과 더불어 양국간 협력의 질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는 높은 수준의 내실있는 협력을 이끌어 내고자 양측이 노력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모멘텀을 살려 한․러 양국이 보다 성숙하고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간의 시행착오에서 교훈을 얻을 뿐만 아니라 여러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는 다양한 도전을 새로운 기회로 전환시키는데 지혜와 역량을 모을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신뢰의 인프라를 더욱 쌓아 나가야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수교 24주년을 맞는 한․러 관계를 돌이켜보면, 양국이 의미 있는 관계 발전을 이룬 것도 사실입니다만, 아직도 양국 관계가 충분한 수준까지 발전하지 못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예컨데 220억불을 조금 넘는 교역량도,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투자액도, 양국이 가진 잠재력에 비추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이러한 결과는 서로가 원하는 것이 우선순위 측면에서 맞지 않거나 서로에 대한 과도한 기대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서로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어느 한 쪽의 입장에서만 바라본 것이 더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이렇다 보니, 협의는 많이 했는데 진전되는 것이 없거나 편의에 따라 합의는 했는데 그 사업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거나 하면서 상호 불신이 쌓이게 되었고, 이는 다시 양국 협력의 추동력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과거에 낳게된 바 있습니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 1년은 이러한 신뢰 부족(trust deficit) 문제를 해소함으로써 양국간 윈-윈 협력의 새로운 틀을 세우고자 노력한 해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러측이 한․러관계에서 중시해 온 한․러 협력 사업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두 번에 걸친 정상회담을 통해,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고,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는 신뢰 외교 원칙하에 묵은 현안들에 대해 솔직하게 생각을 나누고, 특히 양국간 협력사업을 우선 가능한 사업과 중장기적 사업으로 구분하여 추진키로 합의하였습니다. 아울러, 실현 가능한 사업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도 도출하였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나진-하산 물류사업, 조선협력, 북극 협력 및 극동시베리아 지역 개발을 위한 금융 협력 등이 그것입니다. 더욱이 양국수교 23년 만에 일반인 사증면제협정을 체결하여 양 국민들의 자유로운 방문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한․러 양자 및 남․북․러 3각사업의 파일럿 프로젝트들을 착실히 이행할 때, 양국 관계는 성공사례의 축적을 통해 신뢰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다음으로, 양국 관계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함께 나누어야 할 것입니다.

한․러 양국이 단순히 양자 관계를 넘어 더 성숙하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중장기적 비전을 공유해야 하며, 이는 진정한 전략적 동반자가 되기 위한 필수적인 구성 요소입니다.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주변 주요 4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과 양자 차원을 넘어 새로운 유라시아 시대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는 비전에 공유하였습니다. 우리의 유라시아 협력 비전과 러시아의 극동개발 비전이 연계되어 시너지를 이룸으로써 이 지역의 평화와 공동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출발점이 마련된 것입니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안보 및 통일 문제에 대한 신정부의 철학과 전략에 대한 이해와 지지도 확보한 바 있습니다

이제 한․러 양국은 북핵ㆍ북한 문제 및 동북아 역내 갈등 해소를 위해 함께 협력함으로써 유라시아 구상 진전의 장애물을 제거해 나가는 한편, 유라시아의 번영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협력사업에 속도를 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국제평화와 안정에 관한 현안 문제들 또한 역내 국가와 국제사회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러시아는 이미 국제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충분히 경청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그렇게 할 때 러시아는 더욱 강한 러시아로 부상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과 러시아는 수교 24년을 넘어서 앞으로 한반도의 통일을 이끌어내고, 그 이후까지 내다보는 진정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조정위원 여러분,

러시아는 우리에게 숙명 같은 이웃입니다. 조ㆍ러 수호통상조약 체결 이래 130년 동안의 긴 역사를 통해 많은 시련과 고비를 넘기고 이제 세계속에 우뚝 솟은 대한민국과 러시아는 새로운 관계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24년전 주유엔옵서버 대표부 참사관으로서 당시 소련과 국교 정상화를 위한 공동성명에 서명하는 역사의 현장을 지켜보던 감동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40여년간의 냉전의 장벽을 북방외교로 무너뜨리고 한․소 수교라는 역사적 전환점을 마련한 것처럼, 박근혜 정부는 역사의식과 통일 한반도의 미래상을 염두에 두면서 다시 한 번 한․러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자 합니다.

오늘 한․러 대화 조정위원회의 출범이 담긴 큰 뜻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역사적 전환기에 새로운 한․러 관계를 모색하고 한국외교에 지혜를 모아주는 현인그룹이자, 모진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가교가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정부로서도 한․러 대화 틀 속에서 논의된 정책 제안들을 소중히 여기고 최대한 정책에 반영하여 새로운 한․러 관계와 유라시아 시대 지평을 열어나가는데 귀중한 토대로 삼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오늘 이 자리가 여러분들의 지혜와 통찰을 함께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