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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국립외교원 설립 50주년 기념 국제회의 개회사

작성일
2013-11-14 10:40:00
조회수
4386


국립외교원 설립 50주년 기념 국제회의 개회사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님,
유명환 장관님, 올브라이트 장관님, 마에하라 장관님,
핏수완 장관님, 폴레벡 장관님,
윤덕민 원장님,
주한 외교단 및 내외 귀빈 여러분,

국립외교원 설립 50주년 기념 글로벌 컨퍼런스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지난 63년 출범한 국립외교원은 지난 반세기 동안‘외교안보 구상의 중심’으로 우리 외교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 왔습니다. 설립 50주년을 맞아 “나라의 앞날을 준비하라(Praepara futura de natio)"는 슬로건 하에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국립 외교원이 중장기 외교비전 수립과 정예 외교인력 육성을 통해 우리 외교의 발전에 더욱 더 많은 기여와 역할을 하기를 기대합니다.

금번 회의는“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 신뢰외교”라는 주제 하에 박근혜 정부 신뢰외교의 핵심요소중 하나인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해 지난 9개월간의 진행 경과를 되짚어보고 향후 추진 방향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매우 시의 적절하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동북아 국가들이 처한 시대적 상황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미래 비전과 방법론을 과거 정책에 직접 관여했던 고위인사들과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서 다양한 시각에서 심도 있게 다룰 것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매우 큽니다.

특히, 오늘 이 자리에는 박근혜 대통령님께서 참석하시어 축하 말씀을 하실 예정입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지난 2월 취임하신 이후 그간 미국과 중국 방문, G20․APEC․ASEAN․EAS 등 다자회의 참석, 그리고 최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방문과 프랑스, 영국, 벨기에 등 구주순방을 마치셨고, 어제는 유라시아 협력외교의 핵심대상국인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시는 등 신정부의 외교정책인 신뢰외교(Trustpolitik)를 전 세계에 펼쳐오셨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영국, 프랑스 등과의 공동성명과 ASEAN, EAS, EU와의 공동성명에서 신뢰외교의 양축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해 지지와 환영을 받으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유럽 순방의 여독도 풀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또한 다망하신 국정업무에도 불구하시고 이곳까지 왕림하시어 축사를 해 주시는 것은 국립외교원과 우리 외교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함께 오늘 회의 주제인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한 대통령님의 특별한 관심을 보여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통령님께 감사드립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60여년전 2차대전의 참화가 채 아물기도 전에 일부 유럽국가들이 뜻을 같이 하여 창설한 유럽석탄철강공동체, 즉, ECSC는 오늘날 EU로 발전하였고, 그 보다 10여년 늦게 출범한 동남아시아 국가연합, 즉, ASEAN은 이제 과거의 적들을 포함하여 2015년 아세안 공동체를 목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미소 냉전 와중에 탄생한 유럽안보협력회의, 즉, CSCE는 독일 통일 등 유럽의 안정에 기여하면서 OSCE로 발전하였습니다. 이러한 예는 유럽과 아시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지역별로 역사적․안보적․지정학적 환경이 다르지만 공통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비전을 가진 지도자들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청사진에 합의한 이후에 관련 국가들이 신뢰를 구축하고 꾸준히 협력과 대화의 습관을 형성해 왔다는 것입니다.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동북아에서는 경제적 상호의존은 증대하는데도 불구하고 핵문제, 군비 경쟁, 역사와 영토를 둘러싼 갈등은 더 커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다자적 협력구도가 없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러한 냉엄한 동북아의 현실 속에서 과연 평화와 협력의 질서를 구축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시아 패러독스로 불리는 동북아의 갈등 구도는 바로 이 지역에서 신뢰구축 프로세스를 시작해야할 강력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EU를 포함한 20세기 많은 선례에서 보듯이 역사는 변화를 기다리는 자의 것이 아니라,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자의 것입니다.

동북아에서의 대립과 갈등구도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신뢰의 부족, 즉, Trust Deficit’입니다. 일찍이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국가간 갈등의 근원을 불신과 공포에서 찾았습니다. 신뢰는 협력을 위한 자산(Asset)이고, 공공의 인프라이며, 진정한 평화를 이루는 불가결의 요건입니다.‘신뢰외교(Trustpolitik)’는 이러한 인식에 기반하여 신뢰의 인프라를 구축해서 높은 수준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을 의미합니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신뢰외교를 동북아에 적용하여 신뢰가 부족한 이 지역에 신뢰를 쌓아가고자 하는 노력입니다. 관련국들이 마음을 열고,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점진적으로 신뢰를 쌓아 나가고, 궁극적으로 평화와 협력의 동북아를 실현해 나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그간 앞서 말씀드린 다양한 정상회의를 포함하여 IAEA 핵안보 국제회의, 대구 세계 에너지 총회, 세계 사이버 스페이스 총회 등 국제회의 계기를 활용하여 동북아 국가간의 원자력 안전, 에너지, 사이버 안보 분야에 대한 협의를 추진하는 등 가능한 분야에서의 점진적 협력을 모색해 왔습니다.

오늘 회의는 동북아의 밝은 미래를 위한 비전과 방법론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하지만 이 구상이 성공적으로 실현된다면 새로운 한반도와 새로운 동북아 질서를 위한 큰 견인차가 될 것입니다. 아무쪼록 오늘 회의에서 신뢰에 기반한 대화와 협력 관행과 메카니즘이 동북아 지역에서도 활성화되어 화해와 협력 그리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지혜들이 많이 제시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