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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국문) 주한외교단 초청 외교부장관 오찬사

작성일
2013-07-15 22:35:00
조회수
5034

주한외교단 초청 외교부장관 오찬사

Vitali Fen 외교단장님,
주한외교단 여러분,

  반갑습니다. 한국 옛말에 “마음은 굴뚝같다(그런데 몸이 안 따라 준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외교장관으로 취임한 지도 이제 막 4달이 넘었습니다. 마음은 취임 초기에 여러 대사님들부터 만나 뵌 후에 일을 시작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각국 대사님들과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오찬 행사를 갖게 되니 마음의 빚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이 자리 마련을 위해 애써주신 Fen 대사님의 노고와 다른 여러 대사님들의 따뜻한 환영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하는 이 자리가 저에게는 마치 오랜 친구들과 재회하는 것처럼 편하게 느껴집니다. 지난 33년 중 대부분의 시간을 외교관으로서 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외교단 여러분과는 어떤 자연스러운 동지애를 느끼고 있습니다. 공동운명체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주한외교단 여러분,

  제가 취임 후 비교적 많은 정책연설을 했기 때문에 오늘은 다소 철학적인 얘기로 오찬사를 가름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행복”이라는 개념과 그로부터 파생되어 나온 정책에 대해서입니다. 이미 수십 년 전 영국의 철학자 버트랜드 럿셀경이 행복론을 설파했지만 오늘은 박근혜 정부의 행복론이 어떻게 정부의 외교정책으로 구현되고 있는지를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지난 세기 한국은 외세의 침략, 분단과 전쟁, 남북대결이라는 격동의 시대를 거쳤습니다. 그리고 전후 짧은 기간 내에 괄목한 만한 속도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하였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이를“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지난 반세기의 발전의 결과로서, 국가와 사회의 올바른 발전 방향에 대한 심각한 논의가 전개되어 왔습니다. 우리의 괄목할 만한 국가적 성취, 즉 성장의 혜택이 과연 국민 개개인의 더 많은 행복으로 충분히 구현되었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 것입니다. 다시 말해,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갖지 못한다면, 과연 국가의 성장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인 것입니다. 성장의 양적 팽창이 아닌 질적 제고 문제가 대두된 것입니다.

  국제사회에서도 지난 수십 년간 마찬가지로 국가간 경제적 불균형 문제, 즉“남북 문제”가 대두되어 왔습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빈곤, 저개발, 양극화 문제에 대해 유엔의 MDG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대처 방안을 고민해 왔습니다.

  박근혜 정부의“행복” 비전은 바로 이러한 국가적, 국제적 문제의식에 대한 답변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기존의 국가 중심적 사고에서“사람중심, 국민중심”으로 사고를 전환하였습니다. 정부가 정책을 추진해 나감에 있어 국민을 가장 우선시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과거 소홀히 취급되었던 우리 사회내 사회‧경제적 약자가 보다 배려 되고 그들도 희망과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또한, 보다 더 넓은 의미의 인간 안보(human security)를 강조하는 세계적 패러다임의 변화와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국가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난 박근혜 정부의 국민의 개념은 편협한 민족주의적 개념을 뛰어 넘습니다. 우리 국민의 행복을 넘어 한반도 구성원 전체의 행복, 더 나아가 지구촌의 행복을 함께 추구하는 비전입니다.

  아시다시피 금년은 한국전쟁 종전 60주년입니다. 6.25 전쟁으로, 한국이 자유를 위해 사투를 벌일 때, 국제사회는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한 약소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전후 한국은 대외지향적인 발전 전략으로 G-20의 회원국으로 부상했고, 오늘날 190여개국과 우호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한국의 오늘은 국제사회의 지원과 우정에 힘입은 것입니다.

  이것이 이 정부가 추구하는 비전의 핵심 배경입니다.
한국만의 발전이 아니라, 국제사회와의 공생 발전을 지향하는 비전인 것입니다. 신정부가 지향하는 “제2의 한강의 기적”은 이웃과 함께하는 협력적 발전입니다. 한국은 과거 국제사회의 도움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을 소홀히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주한외교단 여러분,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국가 비전을 외교 분야에서는 소위“신뢰 외교(Trustpolitik)”를 통해 구현코자 합니다. 신뢰외교는 박근혜 정부 외교정책의 목표이자 방법론입니다. 즉, 개인간이든, 국가간이든, 국내에서든, 국제사회에서든 진정성 있는 관계의 출발점이 바로 신뢰라고 보는 것입니다. 또한, 국가간 그리고 지도자간 신뢰의 인프라를 구축하여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협력해 나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신뢰외교는 정치적 현실을 외면한 편협한 주관주의나, 무책임한 정치적 낭만주의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한국의 독특한 역사적 경험과 한반도와 동북아의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에 뿌리를 두고 있는 현실적인 개념입니다.

  즉, 국가간의 관계나 공동체의 형성 과정에 있어서 지속가능한 협력은 항상 신뢰의 수준과 같이했다는 역사적 경험에 근거한 것입니다. 신뢰는 협력을 위한 자산이자, 공공의 인프라이며, 진정한 평화를 이루어 내는 불가결의 요건입니다. 신뢰 없는 평화는 깨지기 쉬운 거짓 평화에 불과합니다.

주한외교단 여러분,

  박근혜 정부는“국민행복”과“신뢰외교”를 두 축으로 하여,“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궁극적인 평화통일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남북간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남북간이든 국제적이든 작은 합의라도 존중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방향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아울러, 남북간 신뢰를 구축해 나가면서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나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스스로 진정한 변화의 방향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북한이 변화하지 않을 수 없도록 국제사회가 여건을 만들어 나가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두 가지 측면에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첫째는 강력한 억지력에 입각하여 “평화를 지키는 것”이며, 둘째는 한반도와 그 주변에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잘 아시다 시피, 지난 1년에 걸친 북한의 도발, 특히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통해 WMD 능력을 더욱 고도화하고자 하는 노력은 국제 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주한외교단 여러분과 여러분들이 대표하는 한국의 우방국들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한국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보여주셨습니다. 특히, 유엔 안보리 결의, ASEAN 정상회의 및 G8 정상회의 공동성명,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한미, 한중 정상회담 공동성명과 ARF 외교장관회담 의장 발표문을 통해 국제사회는 한 목소리로 북한의 핵 개발과 도발을 규탄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북한은 일련의 대화를 제의하고 있으나, 우리정부로서는 북한이 핵능력을 계속 고도화하면서 갑자기 대화를 제의하는데 대해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이 핵무장과 경제발전 병진론, 핵군축과 평화협정 등 비현실적인 주장만 나열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 억지력 유지 및 북핵불용 입장을 확고히 견지하는 가운데,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을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는 단호한 입장입니다. 더 이상 우리는 북한의 도발-봉합-도발의 악순환을 되풀이 할 수 없습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이러한 전술을 사용해 왔습니다.

  평화 만들기를 위한 우리의 노력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대화의 창도 열려 있습니다.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 대한 지원에 나설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단기간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원칙을 버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신뢰외교에는 편의주의적 봉합이 설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북한이 이제라도 대결과 고립의 길을 떠나, 평화와 공동발전의 길을 향한 올바른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합니다.

주한외교단 여러분,

  한반도에서 눈을 돌려 동아시아 지역을 살펴보면, 곳곳에서 역사, 해양 및 이와 관련된 문제 등을 둘러싼 국가간 갈등이 증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역내 경제적 상호의존이 확대됨에도 불구하고 정치ㆍ안보 협력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불일치 현상, 소위“아시아 패러독스”에 기인한 것입니다.

  아시아에서 진정한 평화와 번영이 정착하는 시대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신뢰와 협력의 구축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긴요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박근혜 대통령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제시하였습니다. 이는 우선 동북아 지역 국가들간에서부터, 환경, 재난구호, 원자력안전, 테러리즘 대처 등 비전통적 안보와 관련된 연성(soft) 이슈에서 작지만 의미있는 협력을 축적하여 협력의 습관을 형성해 나가고, 궁극적으로 이러한 협력의 습관을 통해 신뢰를 구축함으로써,“평화롭고 협력적인”아시아를 만들어 나가자는 구상입니다.

  저는 이러한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과거 유사한 시도들의 실패를 교훈 삼아, 지역 특성에 부합하는 맞춤형 접근방식을 추진코자 합니다.

  모든 참여국들이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속도로 진행될 것입니다. 모든 이해당사국들에게 대한 개방 원칙이 견지될 것입니다. 또한, 이 구상은 6자 회담을 포함한 기존 협력 틀을 대체코자 하는 것도 아닙니다.

주한외교단 여러분,

  박근혜 대통령님께서는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여러 대사님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고 계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선 직후부터 현재까지 아시아, 유럽,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지역을 대표하는 60여 명의 대사님들을 접견하시고 각국과의 우호협력관계 강화 및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여러분들과 상의하신 바 있습니다.

  외교부 또한 세계 각 지역과의 협력 관계를 심화ㆍ발전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취임 이후 여기 계신 대사님들과 많은 만남의 기회를 가졌습니다. 동남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각국의 외교장관님들과도 5월 아프리카의 날 행사, 6월 FEALAC, 7월 ASEAN 회의 등 여러 계기에 만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만남이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전화외교를 적극 활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우방국들과의 이러한 접촉이 현안 해결과 서로에 대한 신뢰 형성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신뢰받는 국가로서 다양한 글로벌 어젠다에 있어 합당한 책임과 역할을 다해 나가고, 인류의 복지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어려울 때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이제 우리도 국제사회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기여하는 겸손하면서도 적극적인 외교를 선보이려고 합니다.

  한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으로 활동 중이며, 우리 군은 레바논, 아프간, 수단 등 세계 전역에 걸쳐 다양한 평화유지 및 지방재건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2010년 G20 정상회의, 2011년 원조개발효과성에 대한 고위급 총회,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한국은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 영역에서의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에도 꾸준히 기여해 오고 있습니다. 금년 10월에는 서울에서 2013 세계사이버스페이스 총회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경제, 사회, 보안, 범죄, 안보 등 사이버 관련 이슈를 종합적으로 논의하는 유일한 국제회의를 주최함으로써 국제사회내 주요 문제 해결 과정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주한외교단 여러분,

  “친구의 눈은 좋은 거울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의 훌륭한 친구들인 여러분들께서 애정과 신뢰의 눈으로 한국을 바라보고, 우리 또한 그 거울에 비쳐지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더 나은 친구가 되고자 노력해 나간다면, 서로의 우정 또한 그 만큼 더 깊어질 것입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외교부는 여러분과 각국 대사관 직원들의 업무 및 일상생활의 편의를 지원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주한공관원의 신분증 발급, 차량등록, 면세업무 등 관련 각종 신청서를 온라인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주한공관통합지원시스템(diplonet)을 구축하였습니다.

  아울러, 저와 우리 직원들은 오는 8월 3일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이자 한국의 아름다운 휴양지인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될 대관령 국제음악제에서 여러분들과의 반가운 재회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한 여름밤의 음악제에서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심신의 재충전 기회를 가지시길 바랍니다.   

  아무쪼록, 향후 5년간 행복 바이러스를 전 세계에 확산시키려는 박근혜 정부의 행복과 신뢰를 쌓는 여정에 적극 동참해 주시기 바라며 이상 저와 신정부의 행복론 이야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험한 세상에 행복과 신뢰의 다리(a bridge of happiness and trust over the troubled water)"를 만들어 함께 나가도록 합시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