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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라마단 이프타르 외교부장관 만찬사(국문)

작성일
2013-08-02 15:06:00
조회수
5085

 
라마단 이프타르 외교부장관 만찬사

비탈리 펜 외교단장님,
모하메드 슈라이비 아랍 외교단장 대리님,
이주화 이맘님,
내외 귀빈 여러분, 

  라마단 카림! 환영합니다. 라마단을 맞아 여러분들과 오늘 외교부가 주최하는 10번째 이프타르 만찬을 함께하게 되어 매우 뜻 깊게 생각합니다.

  옛 아랍 속담에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 집에는 천사도 찾아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오늘 저녁 이렇게 많은 손님들이 장관 공관을 찾아주신 것을 보니, 천사들의 방문과 축복은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저는 전 세계 15억 인구가 따르고 있는 이슬람의 가르침인 나눔과 배려, 존중과 관용, 그리고 희망과 평화의 정신이 한국 사회에 어떻게 공명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한국은 6.25 당시 유엔군 일원으로 참가한 터키군을 통해 이슬람의 가르침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터키 군인들은 전선에서는 용맹을 떨쳤으며, 후방에서는 전쟁의 혼란속에서 버려진 고아와 빈민들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고아와 불우한 자들에게는 자선을 베풀고 사람들에게는 겸손하라"는 코란의 가르침을 행동으로 보여주었으며, 그 모습을 본 한국인들은 이슬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슬람은 한국인들이 가장 궁핍하고 어려웠던 시기에 형제애의 나눔을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앉아 계시는 그 자리에서 창넘어 바라다 보이는 저 언덕위에 한국 이슬람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앙성원이 있습니다. 1970년 이슬람 형제국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긴 한국 정부는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국내 무슬림 사회의 염원에 귀를 기울여 부지를 제공하였고, 그 위에 세워진 저 아름다운 성원은 한국 무슬림 사회를 밝히는 등불이 되었습니다.  오늘 한국 이슬람은 13만으로 성장하여 한국 사회를 다양하고 풍요롭게 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만찬에는 한국 무슬림 사회를 대표하는 특별한 손님들을 모셨습니다. KBS World 아랍어 방송 진행자 파라흐 수베다르양과 한국인 무슬림 청년 김진수군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파라흐 수베다르양은 아랍어 방송을 통해 한류를 이슬람 세계에 알리고 있습니다. 아랍 팬들이 트위터에 만들어준 팬클럽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킹사우디 대학에 재학중인 김진수군은 중동 지역학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다가 우연히 이슬람의 교리를 알게 되어 3년전 개종까지 결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사우디 친선협회의 리포터로도 활약 중입니다.

  60년전 한국에 파병된 터키의 군인들이 그랬던 것 처럼, 이제는 수베다르양과 김진수군과 같은 무슬림 젊은이들이 한국과 이슬람 세계를 존중과 관용의 정신으로 이어주는 가교가 되었습니다. 이런 젊은이들을 통해 세계 각지의 이슬람 도시에서 K-pop과 한국 드라마가 사랑을 받고 있으며, 한국내 12개 성원에서 낭송되는 코란을 통해 우리는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어느 시인은 우리 "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라 아픈 곳"이라고 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저는 세상의 중심은 어느 한 특정 장소가 아니라 분쟁과 갈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 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 한민족은 슬픔과 고통을 아는 민족입니다. 먼 역사를 되돌아 볼 필요도 없이, 현대사만 보아도 우리는 유래 없는 민족상잔의 전쟁을 겼었습니다. 비록 60년 전 총성은 멈추었지만, 아직도 천만명에 달하는 분들이 이산가족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슬람 세계 역시 인간의 슬픔과 고통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최근에만 보아도, 지난 2년 여간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약 10만명의 사상자와 170만의 난민이 발생했습니다. 찬란한 이슬람 문화의 수도로 일컬어지는 알레포를 폐허로 만들어 가고 있는 이 내전은 분명 현대사의 큰 슬픔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러나, 인류의 위대한 패러독스는 바로 고통 받는 자가 타인을 도울 수 있는 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코란을 통한 이슬람의 가르침,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실천하라"는 교훈은 바로 슬픔과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위대한 희망의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한국의 박근혜 정부의 대외정책은 바로 이러한 우리의 경험에서 출발합니다. 고통 속에서도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았던 경험, 어려움 속에서도 민주화와 산업화를 일군 경험에서 시작합니다. 이러한 우리의 경험과 역사가 국제사회와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신뢰외교"의 기반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중견국으로서 과거에 받은 도움을 국제사회에 되돌려 주고자 합니다. 정직한 조력자로서 국제 평화와 안전의 유지를 위해 적극 기여코자 합니다. 자유와 번영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으로 흘러넘치도록 협력적인 공동 성장을 추구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것이 한국 정부가 염원하는 진정한 제2의 한강의 기적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이웃의 배고픔을 나누기 위해 해가 떠있는 동안 경건히 금식을 하고, 또 이드 알-피트르기간 동안 구제와 희사(Zakat)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모습이 저에게는 전 세계 무슬림들이 지구촌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한마음으로 드리는 거대한 기도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기도 소리는 한국 사회에서도 공명하고 있습니다. 나눔과 배려, 존중과 관용, 그리고 평화를 위한 이 소중한 기도의 시간을 여러분들과 같이 하게 되어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슈크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