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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대한국제법학회 창립 60주년 기념 외교장관 축사(6.20, 국립외교원)

작성일
2013-06-20 17:51:00
조회수
4771


최승환 대한국제법학회 회장님,
유중근 대한적십자사 총재님,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대한국제법학회 창립 60주년이라는 뜻 깊은 자리에서 축사를 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우선, 오늘의 대한국제법학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으신 전현직 회장님들과 학회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학회 활동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대한민국 외교의 발전을 위해 외교부에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유중근 총재님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60년 전 휴전협정 서명 직후 태어나서, 70년대 초 법대에 진학하여 국제법학회 활동을 하면서 외교와 국제법의 중요성에 눈을 뜨게 되었고, 이는 외교관 생활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되었습니다. 또 외교부에 30여년간 근무하면서 수많은 외교 현안을 처리하고 정책을 수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국제법이 우리 외교현장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수시로 절감하곤 했습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마다 은사님들과 외교부 자문교수님들의 고견을 들으면서, 또 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법학회 논총을 수시로 직접 읽으면서 많은 지혜를 얻곤 했습니다.

[현대사에 있어서 대한국제법학회의 위치 및 의의]

대한국제법학회가 6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현대사에 있어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바로 올해가 한미동맹 60주년이자, 정전협정체결 60주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정전이후 격동의 외교사를 헤쳐 나가며, 대한국제법학회는 대한민국 외교의 성장과 발전의 과정을 함께 해 온 외교부의 든든한 친구이자 싱크탱크였습니다.

6.25 전쟁의 와중에서 이승만대통령께서 유진오 박사께 다급하게 국제법학회를 설립해 달라고 말씀하셨던 당시의 시대 상황을 생각하면 마음이 숙연해 질뿐입니다. 당시 최고의 브레인들이 결연한 의지로 모여 해양법질서 수립, 그리고, 한․일 국교정상화 등’ 우리의 국익에 사활적 영향을 미치는 국제법상 문제들 해결하는데 헌신적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대한국제법학회 60년사’에도 잘 나와 있듯이, 대한국제법학회는 우리의 국제법 발전에 있어서 학문적으로도 중요한 업적을 많이 남겼습니다. 故박재섭 교수님과 故이한기 교수님께서 나누신 ‘전쟁과 국제법’에 관한 학문적 논쟁, 故이한기 교수님과 故박관숙 교수님의 한국 영토관련 논술 등은 오늘에 있어서도 우리 학계의 관련 국제법 논의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국제법과 외교]

내외 귀빈 여러분,

국제법과 외교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Louis Henkin 콜롬비아대 교수는 ‘국가간의 관계에 있어서 문명의 발전은 무력에서 외교, 외교에서 법치로 전환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사회가 진화할수록 법이 발전 한다’는 말이 있듯이 오늘날에 있어 국제법에 의해 규율되는 영역도 확대되고, 그 내용도 더욱 심화, 복합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대한국제법학회의 창설 취지인 국제법의 원칙과 정의에 입각한 국제관계의 수립과 발전이라는 방향으로 꾸준히 진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과 같은 WMD 문제, 시리아에 대한 제재 문제, 그리고 R2P(보호책임), ICC(국제형사재판소)와 같은 hard issue 뿐만아니라, 문화재 반환, 환경문제, 기후변화에 따른 탄소배출권, FTA 등 soft issue에 이르기까지, 국제법이 관여하지 않는 분야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봅니다.

아울러, 국제법은 현실적인 학문입니다. 제가 2년 전 서울대 법학대학원에서 ‘외교정책에 있어서의 국제법의 역할’에 관한 특강을 하면서 당시 수주간 언론에 보도된 국제법 관련 기사를 30여개 뽑아서 설명했더니 학생들이 놀라와 하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이처럼 국제법은 우리 생활속의 일부인데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국가간의 관계에 있어서 국제법은 권리와 의무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한번 형성된 규범은 오랜 지속성을 갖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질서 및 규범 창설 과정에서 누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얼마나 국제법적 근거를 갖고 외교적 입장을 정립해 나가는가’는 한 나라의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약소국은 약소국대로 강대국은 강대국대로 자신의 외교행위에 국제법적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합니다. 70년대를 풍미했던 월남전과 국제법 논쟁, 2000년대에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과 국제법 논쟁, 해양법 협약 체결과정에서의 치열한 논쟁, ICC 설립 조약 협상과정에서의 강대국과 비강대국간 논쟁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례가 많습니다. 오늘날 강대국간에 전개되고 있는 우주와 사이버 안보에 관한 치열한 경쟁도 새로운 질서에 국제법이 얼마나 많이 관계되어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예입니다.

이제, 우리도 국가경쟁력에 맞추어 국제법을 수용해 오던 입장에서 나아가, 국제법을 주도적으로 만들고 집행해 나가는데 있어서도 우리의 역량을 결집하여야 합니다.

그간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정부와 대한국제법학회 등 각계의 공동노력의 결과,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故박춘호 재판관 및 백진현 재판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송상현 재판소장, 유고국제형사재판소(ICTY)에 권오곤 재판관, 르완다국제형사재판소(ICTR)에 박선기 재판관을 배출하였으며, UN 국제법위원회(ILC) 위원으로 박기갑 교수님이 선출되는 등 국제법에 대한 우리의 기여와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WTO와 국제사법분야에도 여러 분들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외교는 로마법의 대원칙 ‘Pacta Sunt Servanda’ 즉, ‘약속은 이행되어야 한다.’는 법언에 입각하여 약속과 국제규범의 이행을 중시하는 신뢰외교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신정부는 북핵, 북한문제를 포함하여 글로벌 어젠다 등 각종 외교 사안을 다루는데 있어 이러한 확고한 원칙에 기반을 둘 것입니다.

[대한국제법학회와 외교부]

내외 귀빈 여러분,

그간 우리 국내의 국제법 기반을 더욱 확대하고 굳건하게 하기 위해 외교부와 대한국제법학회는 함께 노력해왔습니다. 작년 8월 국제법 사전편찬 사업 추진을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하였고, 국제법 논문경시대회와 국제법 모의재판 경연대회를 매년 개최하는 것은 양 기관간 협업의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대한국제법학회와 외교부는 든든한 동반자라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대한국제법학회는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국제 규범을 찾고, 이에 대한 학문적이고 논리적인 바탕을 외교부에 제공해주고, 외교부는 대한국제법학회 등 학계에 대해 국제법 이론이 실제로 운용되는 현장의 모습을 전달해주면서, 서로 win-win하는 바람직한 협업 관계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앞으로 우리 외교부가 직면할 다양한 외교 현안과 이에 수반하는 국제법의 연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전공분야로서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고 있는 국제법 분야에 생기를 불어 넣을 수 있도록, 외교부내 관련 인력 확충을 검토하고, 아울러 주요 국제법 관련 현안을 다룰 민관간의 협업체제 운영도 더욱 강화시켜 나가고자 합니다. 이러한 노력에 국제법학회의 적극적 지원과 협조를 당부 드립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60주년에 대해 우리는 환갑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영국 왕실에서는 Diamond Jubilee라고 하며, 결혼 60주년 기념을 Diamond Wedding Anniversary라고 하여 큰 축제를 하는 전통을 가진 국가도 있습니다. 이는 60년을 쌓아 온 지혜와 성숙을 나누어 모두의 삶을 더 풍성하게 하려는 목적에서 일 것입니다. 창립 60주년을 맞아 새로운 60년을 힘차게 출발하는 대한국제법학회가 발하는 학문의 빛이 다이아몬드와 같이 찬란하고 영롱하게 우리 외교의 구석구석에 발산되기를 기원합니다.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지구촌 행복시대를 추구하는 우리 외교에 계속 큰 힘이 되어주시기 바랍니다.

대한국제법학회의 창립 60주년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