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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국문) 한-에티오피아 수교 50주년 기념 리셉션 외교장관 축사

작성일
2013-06-21 20:02:00
조회수
5205

Tedros 장관님,
Dibaba 대사님,
김춘진 의원님, 박승춘 국가보훈처장님,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한-에티오피아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이 자리를 여러분들과 함께 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아울러,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기 위해 아디스아바바에서부터 먼 길을 마다않고 와주신 Tedros 장관님과 친선사절단에게도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는 것 같이 사람이 그 친구의 얼굴을 빛나게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과 에티오피아 두 나라가 지난 50년 동안 함께 걸어온 여정을 돌아보면 국가간의 관계에서도 이 진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비록 우리 두 나라는 1만 5,000여 킬로미터라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서로를 빛나게 하는 그런 친구로서 우정을 소중히 가꾸어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Tedros 장관님께서 처음으로 타고 오신 에티오피아 항공의 인천 취항을 계기로 우리 두 나라는 보다 가까운 이웃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한국과 에티오피아 양국간 우정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62년전인 195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그 해 5월, 자유를 지키고 평화를 수호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부름에 응한 에티오피아의 젊은이들이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부산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이후 5년에 걸친 기간 동안 6천여명의 에티오피아 용사들이 알지도 못했던 미지의 나라 한국과 한국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먼 거리를 기꺼이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용맹은 한국전쟁 중 가장 치열한 전장이었던 중부전선에서 전사자 122명, 부상자 536명의 희생을 치르면서도 단 한명의 포로 없이 253전 253승이라는 기적 같은 기록을 한국 전사에 남겼습니다.

당시 에티오피아 젊은이들의 고귀한 희생과 용맹스러운 활약으로 한국은 지난 50여년 동안 아시아의 대표적인 민주주의 국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강국 중 하나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한강의 기적’은 반 세기전 우리의 먼 이웃이었던 에티오피아와 여타 우방국들의 도움에 힘입어 이루어진 것입니다. 한국 국민은 에티오피아가 치른 값진 희생을 결코 잊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소중히 기억할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5천년 역사의 한국과 솔로몬과 시바 여왕의 땅 에티오피아는 모두 독창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언어와 문화를 갖고 발전해 왔습니다. 나아가, 평화롭고 정의로운 국제사회 구현을 위해 그 역할을 다하는 책임있는 민족이라는 공통점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양국은 또한 유구한 역사속에서 외세의 침략과 내전의 참혹함을 기억하고 있으며, 가난과 절망을 극복하고 안정과 경제개발의 길로 들어선 경험이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진정한 친구이자 아프리카의 큰 별이었던 故멜레스 총리께서는 그 누구보다 아프리카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헌신하였으며, 그 결과 오늘의 에티오피아는 정치적 안정 속에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유사한 민족성과 역사적 경험 때문에 한국과 에티오피아 양국에게는 평화와 번영의 소중함이 보다 더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한국에서는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 뿐 아니라 동북아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취임하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제2의 한강의 기적’과 함께 전 지구촌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비전을 제시하였습니다.

이것은 “네 이웃을 번영케 하라”는 격언 처럼, 우리 국민과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 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함께 추구함으로써, 우리 이웃들과의 동반 협력적 성장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60여년전 평화와 정의의 부름에 응했던 소중한 친구 에티오피아와 한국은 이미 동반 성장의 꿈을 함께 키워가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는 이미 아프리카 대륙내 우리의 최대 무상원조 협력국입니다. 에티오피아 정부의 5개년 경제개발계획(GTP) 실행전략 수립, 인적자원 개발, 경제발전 지식공유(KSP) 사업은 물론, 보건, 교육, 농업 등 주요 분야에서 양국의 전문가들이 협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부터는 한국전 참전용사 후손들에 대한 직업훈련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한국으로서는 이 사업을 통해 참전용사 선친들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한편, 그 후손들이 에티오피아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한-에티오피아 양국간 우호관계를 증진시키는 가교로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에티오피아 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여 한국 농업 근대화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새마을운동 사업을 적극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이 지향하는 지구촌 행복은 개도국 친구들의 경제발전과 자립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한국이 가진 경험과 기술을 함께 나누면서 우리의 이웃이 빠르고 당당하게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단순한 재정원조가 아닌 '할 수 있다' 정신(Can-do Spirit)'과 능력배양, 그리고 각국의 필요를 충분히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바로 한국형 개발협력 모델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미지의 땅 한국으로 향하는 에티오피아 용사들의 출정식에서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는 말했습니다. "신의 가호로 그대들이 한국전에서 영웅적 행동으로 임무를 완수한 후 그대들을 사랑하는 조국 에티오피아로 무사귀환하기를 짐은 국민과 함께 빌겠노라"고.  5년 후, 한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해 낸 에티오피아의 마지막 용사들이 조국 에티오피아로 귀환할 때 그들은 이미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젊은 용사들은 이제 더 이상 미지의 땅이 아닌 형제의 나라 한국에 대한 기억과 한국민들의 진정한 우정을 갖고 에티오피아로 향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50년 지기인 값진 친구 에티오피아의 우정으로 한국이 빛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빛나게 해 줄 것입니다. 그리고, 평화와 번영의 밝은 미래를 향해 같은 꿈을 꾸고, 함께 나아갈 것입니다. 다시 한 번 한-에티오피아 수교 50주년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