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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제37대 외교통상부 장관 취임사(2013.3.11, 18층 리셉션홀)

작성일
2013-03-11 18:27:00
조회수
5187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낯익은 얼굴들, 또 새로운 동료들을 보게 되어 반가울 뿐입니다.

또 이 자리에는 안 계시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국익 실현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고 계신 재외 공관장 및 직원 여러분들께도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 퇴임하신 김성환 장관께서 지난 2년 5개월여 동안 어려운 시기에 우리 외교부를 이끄시면서 탁월한 경륜과 훌륭한 인품으로 많은 업적을 남기신데 대해 깊은 감사와 존경을 뜻을 표합니다.

지난 5년간 밖에서 우리 외교와 외교부를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고, 또 많은 경험을 하였습니다.

4년간 대학원 강의하면서 한국 외교관의 외교안보정책론을 들으려고 강의실을 꽉 채운 전 세계에서 온 젊은 학생들의 반짝이는 눈망울, 그리고 외교부라는 좁은 세상에서 벗어나 국내외 각계의 많은 분들과 새로운 인연을 맺으면서 배운 지혜와 경험들이 외교부에 돌아와서도 소중한 자산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제 개인적인 소회를 길게 말씀드릴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이미 공직을 오랫동안 떠나 있던 제가 다시 복귀한 만큼 더 이상 어떤 것에 연연할 것 없이 오직 국익과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마지막 봉사한다는 자세로 외교장관직을 수행하겠다는 결연한 각오를 말씀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동료 여러분,

이제 신 정부 출범과 함께 외교통상부 시대에서 외교부 시대로 곧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 외교부와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은 너무도 엄중합니다.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안보리 제재 결의에 따른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 자리에 서면서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게 됩니다.

북한으로부터 오는 위협과 불확실성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도전이기는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처한 수많은 도전의 일부일 뿐입니다.

아시아만 하더라도 협력적 요소와 갈등적 요소의 공존 속에 불확실성과 유동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정치안보 질서가 경제적 상호의존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아시아 패러독스 현상이 많은 불안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눈을 아시아 밖으로 돌려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어렵습니다. 국제 경제질서가 큰 도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초국가적 문제와 비전통적 안보위협의 증대는 이제 어떤 나라도 혼자 힘만으로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위기와 격동의 시대 초기에는 누구도 그 변화의 폭과 속도를 정확히 가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가 격랑에 파묻혀 표류할 것인지, 아니면 격랑을 헤치고 목적지에 도달할 지는 우리 자신이 이러한 변화를 얼마나 잘 읽고 준비되어 있는지에 달려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100여 년 전 우리 조상들이 겪었던 역사와 오늘날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한 우리의 상황이 이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역사의 도전에 지혜롭게 대응하게 되면 다시 한 번 도약하고 역사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서서히 뒤처지면서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신정부의 외교 전략은 바로 이러한 역사 인식, 지정학적 변화와 현재의 한반도와 국제정세에 대한 냉철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격랑 속에서도 분명한 방향감각을 갖고 중심을 잡으면서 헤쳐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기가 언제 어디서 오더라도 위기를 관리하고 이를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만들고 행복한 통일시대를 준비하자는 것입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역사발전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외교 부흥의 시대로)

최근 들어 저를 만나는 많은 분들이 말합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위중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외교를 어떻게 해 나가느냐가 신정부가 추구하는 국민행복시대, 한반도 행복시대, 지구촌 행복 시대를 여는 관건이 될 것입니다.

저는 이를 위해 향후 우리 외교의 중심을 신뢰외교에 두고자 합니다.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의 불신과 대결의 구도를, 신뢰와 협력의 구도로 바꾸어 나가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남북한 구성원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한 한반도, 안정되고 풍요로운 아시아를 만들어가는 동시에, 인류발전에도 기여하는 그런 대한민국 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향후 5년간 펼쳐 나가고자 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중견국 외교, 그리고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외교 등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 국민적 신뢰, 남북한간의 신뢰, 동북아 주변국들의 신뢰 그리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확보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아울러, 통상교섭 기능이 이관되더라도 우리 외교부 본연의 역할인 경제외교를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경제성장의 요구에 부응하고, 세계 경제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여야 합니다. 해외에서 우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고, 일자리를 발굴하여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외교역량을 결집하여야 합니다.

제가 여러분들과 함께 펼쳐 나가고자 하는 외교는, 강할 때는 강하고, 유연함이 필요할 때는 유연한 외교, 단선적이지 않은 복합적이고 융합적인 외교, 우리가 적극적 역할을 하면서도 주변과 화합·조화를 이룰 수 있는 외교, 그리고 분열이 아닌 통합을 지향하는 외교가 될 것입니다.

또한, 국민과 괴리된 외교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엄연한 진리를 명심하고, 국민이 행복한 시대를 열어 나가는 데 있어 외교, 그리고 우리 외교부가 더욱 능동적인 기여와 역할을 해 나갈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국민의 관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국민과 적극 소통하는 외교를 추진해 나가고자 합니다.


(우리의 자세)

저는 우리 외교부가 이러한 과업을 반드시 해 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첫째, 국익의 최전선에 있다는 외교관으로서의 소명의식, 그리고 열정입니다. 즉 내가 바로 지금 역사의 현장에 있고 내가 역사를 쓴다는 인식입니다.

외교부는 65년에 걸쳐 이룬 자랑스러운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6.25 전쟁과 전후 부흥의 과정에서, 냉전기 비동맹 외교 과정에서, 우리의 선배들은 약소국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많은 것을 이루었습니다.

열사의 땅 강한 모래바람을 뚫고 중동 외교의 지평을 확대한 선배들, 북방외교를 위해 혹한의 추위도 마다하지 않은 선배들, 그런 선배들의 기개와 열정 그리고 소명의식이 이러한 성취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둘째,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철저한 장인정신, 즉 프로 정신입니다.

국익의 최전선에서 여러분 각자가 담당하고 있는 분야만큼은 최고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자신이 만든 문서는 자신의 얼굴이요 작품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장관의 입장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책임을 진다는 각오로 업무에 임해야 합니다. 내가 만든 정책은 장관과 대통령에게까지 그대로 통과될 수 있는 고품질 정책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장인정신이 Digital 시대의 빠르고 역동적인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고 발전하는데 발걸음을 같이 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외교를 하면 결코 우리가 목표로 하는 바를 성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국내외 외교분야에서 탁월한 식견과 경륜을 가진 분들과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국회, 언론, 학계 등 외교여론을 형성하는 유관 부서 및 단체와 긴밀히 소통하는 체계를 구축하여야 할 것입니다.

셋째, 변화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고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능동적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역사의 모든 주요 고비에는 현상에 안주하지 않고 이를 극복해 온 지도자들이 있습니다. 사회주의권의 체제변환과 냉전 종식, 미중관계 정상화, 유럽 통합과 독일 통일, 그리고 우리의 산업화와 북방외교 등 수많은 예가 있습니다.

지금 한반도는 새로운 도약과 통일시대로 가느냐, 못 가느냐 하는 역사의 갈림길에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한반도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습니다. 한반도 문제 해결 없이는, 우리가 바라고 꿈꾸는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북한의 올바른 선택과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를 통해서 통일시대의 기반을 구축하여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과업의 성패가 여러분의 손에, 땀과 열정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아무도 개척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걸어 나가는 심정으로, 우리가 처한 도전에 창의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열정으로, 그리고 창의적인 사고로 함께 하신다면 우리는 이러한 역사적 과제를 반드시 해 낼 수 있습니다.

넷째, 전략적 사고와 균형 감각입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것처럼, 미국의 George Kennan은 1947년 Foreign Affairs지에 기고한 X-article를 통해 냉전의 도래와 이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대응을 성안한 외교관으로, 국무부 정책실장과 주러시아대사를 역임하고, 국무장관을 역임하지는 않았지만, 20세기 후반 세계 전략적 지형을 형성하는데 누구보다도 큰 영향을 끼친 인물입니다.

현재와 같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그리고 엄중한 한반도 안보상황 및 분단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특히 이러한 전략적 사고를 가진 보다 많은 외교관이 탄생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오늘날 무엇보다도 요청되는 것은 균형 감각입니다. 우리의 역사적 지정학적 상황에 비추어 남북관계와 국제관계를 함께 보면서 균형감각을 갖고 한반도와 세계의 변화에 대응하고 주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전략적인 사고와 균형 감각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보와 의견의 교환이 강물처럼 흐르는 경쟁력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보의 획득 자체가 아니라, 부가 가치를 창출해 내는 그런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간의 의사소통과 의견교환이 아무런 장벽없이 원활히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칸막이 없는 열린 조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맺음말)

동료 여러분,

외교관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늘 긴장의 연속이고 자기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이 기다리고 있는 결코 쉽지 않은 삶입니다만, 빠르게 변화하고 치열하면서도 엄정한 외교현실 속에서 국민이 행복하고 신뢰받는 외교를 구현해 보겠다는 열정을 한시라도 가슴속에서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가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과의 대화에 현재의 고뇌와 미래의 가치가 충분히 담겨 있어야 하겠습니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외교는 성공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우리의 노력과 열정이 향하는 곳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지지를 확보하는 확신에 찬 길이어야 합니다.

국민이 행복한 시대, 한반도가 행복한 시대,
그리고 지구촌이 행복한 시대를 여는데,

저는 장관의 위치에서, 과장은 과장, 3등 서기관은 3등 서기관으로,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시대를 같이 고민하고, 우리가 당면한 외교적 도전을 같이 헤쳐 나갑시다.

장관으로서 저는 여러분들과 소통하며, 본부와 재외공관이 혼연일체가 되어 훈훈하고 역동적이며 활기찬 조직문화가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그리고 여러분들이 자긍심을 느끼며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