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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총동창회 정례조찬회 연설

작성일
2008-09-26 18:26:00
조회수
7224

                                   6자회담과 북핵 문제
       - 외교부장관 서울대 정치ㆍ외교학과 총동창회 정례조찬회 연설 -
                                 (08.9.26(금) 07:30,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



(인사 말씀)

존경하는 홍성목 회장님, 그리고 서울대 정치ㆍ외교학과 선후배 동문 여러분, 오늘 이처럼 반가운 자리에 초청하여 주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최근 북한이 영변 핵 시설 복구 조치를 진행함에 따라, 북한 핵 문제가 다시 국내외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동문 여러분들께서도 많은 관심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핵 문제의 중요성, 앞으로의 협상 전망, 그리고 저의 생각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북핵 문제의 중요성)

먼저 북한 핵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가 당면한 최대의 외교적 현안은 개인적으로 북한 핵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려 하고 있고, 또 보유하고 있는 한, 정상적인 남북 관계의 발전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남북한이 함께 번영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조건입니다.
북한 핵 문제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나아가 전지구적 차원에서 비확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사안입니다. 북한의 핵 보유는 향후 동북아 지역에서 핵 무장 경쟁을 촉발할 우려가 있으며, 테러 집단으로의 핵 물질 이전 등 국제적으로 민감한 핵 확산 이슈와도 연계되어 있습니다. 
핵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이 1991년인데, 1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북한의 핵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않습니다. 정부가 그동안 북한의 핵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으로 대북 정책이나 대외 정책을 구상하고 집행할 때 어느 정도 북한 핵 문제의 중요성을 염두에 두어 왔는지 우리 스스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북한 핵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먼저 말씀드렸습니다. 

(6자회담의 의미와 1994년 제네바 합의와의 차이)

1994년 제네바 합의는 북핵 문제에 큰 이정표였습니다. 2002년 북한이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을 해왔다는 혐의로 제네바 합의가 붕괴되고, 2003년 8월 6자회담이 출범하였습니다. 지금까지 2005년 9.19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기본 원칙을 마련하고, 작년 2.13 합의와 10.3 합의를 통해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도출함으로써, 점진적으로 비핵화 논의를 진전시켜 왔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6자회담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1차 북핵 위기를 봉합한 1994년의 제네바 합의 때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첫째, 가장 분명히 드러나는 차이는 제네바 합의는 미-북간 양자 협의이지만, 6자회담은 다자 협의라는 점입니다. 제네바 합의 때에는 북한과 협상한 결과를 가지고 우리와 일본이 비용을 분담하는 형식이었습니다. 반면, 6자회담에서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5개국이 역할을 분담하였습니다. 부담은 나누고 압력은 함께 행사할 수 있는 포맷입니다. 동시에, 서로의 의무 이행을 다자간에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네바 합의와 가장 차이가 나는 점이고, 6자회담의 유용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둘째, 6자회담은 제네바 합의 때와 달리,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를 가지고 있는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초 북핵 문제에 대해 중국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었지만,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6자회담에서는 중국이 의장국으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비약적 성장으로 인해 북한의 대 중국 의존도가 훨씬 높아진 현 시점에서 북한의 비핵화 실현을 위한 중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셋째, 제네바 합의는 북한이 핵을 동결하는 부작위에 대해 경제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포맷이었습니다. 제네바 합의가 붕괴된 2002년까지, 북한이 핵 시설을 가동하지 않는 대가로 정기적으로 매년 중유 50만 톤을 제공했고,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여 한국과 일본의 비용으로 경수로 공사를 진행하였습니다. 반면, 6자회담의 포맷은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의해 북한이 하는 것만큼 보상해준다는 소위 ‘성과급 제도’의 개념을 가지고, 각 단계마다 북한의 적극적인 행동이 있을 시에만 이에 상응하는 경제적ㆍ정치적 보상을 제공하는 구도로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6자회담은 남북한과 미ㆍ중ㆍ일ㆍ러 등 역내 핵심 국가들 간에 민감한 안보 현안과 관련한 대화와 협력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습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6자회담은 동북아 지역 내 다자안보 협력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6자회담 이전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한ㆍ미ㆍ일과 협력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6자회담은 참가국들 간에 오랫동안 누적되어 해결이 쉽지 않은 양자 간 현안 문제도 그 틀 내에서 협의할 수 있는 다자간 협력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북한의 불능화 역행 조치와 관련 경위)

더 구체적으로 현재 상황을 말씀드리면, 최근 북한이 불능화해 온  시설을 복구하려는 움직임으로 인해 6자회담 과정에 심각한 장애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현 단계는 지난 해 10.3 합의에 따른 비핵화 2단계에 해당하며, 북한과 나머지 5개국은 서로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먼저, 북한은 핵 프로그램에 대해 ‘완전하고 정확한(complete and correct)’ 신고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리고, 폐쇄ㆍ봉인되어 있는 핵 시설에 대해 불능화 조치를 실시하여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신고서는 지난 6월 26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되었습니다. 이 신고서의 완전성과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한 검증 방법에 대해 미국과 북한 간에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검증의 기본적인 내용을 담은「검증의정서(verification protocol)」를 북한에 제시했고, 북한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태입니다. 
불능화와 관련해서는 6자회담 참가국들 간에 영변 내 3개 핵심 시설, 즉 5MWe 원자로, 재처리 시설, 그리고 핵연료봉 제조공장에 대해 11개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가 되어 있는데, 현재 8개 정도 실시되다가 중단된 상황입니다. 
이와 같은 북한의 신고 및 불능화 조치에 상응하여, 나머지 5개국들은 중유 100만 톤에 상당하는 경제ㆍ에너지 지원을 분담하여 실시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하였고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조치는 이미 취해졌습니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기 위해서는 검증과 관련하여 원칙적인 합의가 먼저 도출되어야 한다는 점을 성명을 통해 부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였습니다. 미국으로서는 검증에 대한 원칙의 합의가 있어야 북한을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양측의 의견이 부딪히고 있습니다. 급기야 북한은 이를 이유로 기존에 진행해 오던 불능화 조치를 중단하고, 더 나아가 핵 시설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IAEA에게 재처리 시설에 대한 봉인과 카메라의 제거 및 IAEA 사찰관이 재처리시설에 출입을 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1주일 이내에 핵 물질을 주입하겠다고 통보하였습니다.  

(2단계 비핵화 주요 쟁점)

【검 증】

북한은 6월 26일 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면서, 미국이 검증과 관계없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자신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의 생각은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원칙상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검증이 다 끝나지 않더라도 우선 검증에 대한 원칙은 합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상호 간의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을 문서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양측 간에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동안 6자회담 과정을 통해 미국이 북한에 대해 검증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여러 차례 이야기해 왔기 때문에 서로가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경제ㆍ에너지 지원】

현재와 같이 불능화가 역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5자의 경제ㆍ에너지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현실적으로 닥친 가장 큰 문제입니다. 현재 100만 톤에 상당하는 중유 또는 물자 지원 중 절반이 조금 넘게 지원된 상황입니다. 지난 9월 1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협의에서도 북한과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한 바 있습니다. 현재 북한이 6자회담을 역행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대해 우리를 비롯한 관련국들은 매우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제가 지난 월요일 라이스 미 국무장관을 만나 협의를 가졌고, 양졔츠 중국 외교부장과도 만나 북한의 조치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는 가운데, 현 상황 타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과 관련하여 협의를 가졌습니다.

(향후 추진 방향)

【관련국과의 협력】

참고로, 미국은 11월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아직 민주당과 공화당 중 어떤 후보가 될 지 매우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북한이 현재 불능화 역행과 같은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미국의 대선과도 연계되어 있는 전략적인 정책이 아니냐 하는 측면에 대해서도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만, 매캐인이 되건 오바마가 되건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북한과의 대화를 어떤 형식으로 추진할 것인가 하는 면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의 목적과 방법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핵 불용’의 목표 견지】

지난 7월 초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 때 합의한 것은 10월 말까지 불능화 조치와 경제ㆍ에너지 지원을 끝내자는 것인데, 이는 내년 미국의 새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2단계 조치를 마무리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이 진척되지 않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지도 모르는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각별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북핵 불용’의 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할 것입니다. 이는 그동안 많이 해 온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현 정부에서 더욱 우선 순위를 높여야 된다는 전략적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북 경협 4원칙 중 첫째가 바로 북한의 비핵화 진전입니다. 둘째는 경협 프로젝트의 경제성(feasibility), 셋째는 우리 정부의 재정부담 능력, 넷째는 우리 국민의 컨센서스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북한과의 협력과 관련하여, 현 정부의 입장이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 정도에 비례하여 남북 관계를 이끌어 가겠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이 핵을 가지려 하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동참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희망합니다. 북한이 경제 개발을 하고 자급자족을 할 수 있으려면, 중국처럼 대외 개방을 하는 가운데, 국제 금융 기구의 지원을 받고 한국, 미국, 일본 등 주변국과 교역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한, 이는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북한에게 이러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북한 스스로 결단을 내리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 론)

돌이켜 보면 우리는 6자회담 과정에서 수많은 장애를 경험하였으나, 이를 극복하고 현재까지 회담을 진전시켜 왔습니다. 비록 현재 6자회담을 둘러싼 상황이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의하여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우리는 북한 비핵화의 진전과 함께 상생과 공영의 남북 관계를 발전시키고 평화 통일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는 북핵 문제 관련 당면 현안에 대처함과 동시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인 함의를 생각하면서, 우리의 외교적, 나아가 국가적 역량을 한 데 모아 한반도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