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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2008년도 시무식 신년사

작성일
2008-01-02 11:31:00
조회수
5159

장관 2008년도 시무식 신년사


2008.1.2(수) 11:30, 2층 국제회의실


금년 한해 여러분들 꿈이 모두 잘 이뤄지길 기원드립니다. 살다보면 작은 꿈을 차곡차곡 이어가는 것이 큰꿈으로 바뀐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나 조직으로도 우리 외교가 금년 한해에 크게 도약하고, 외교가 가야할 길을 넓혀가는 한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아울러 신정부의 외교정책 검토도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일을 할 때는 지금껏 있었던 일에 대해서 업적, 잘된 것들은 잘 계승하여 발전시키고, 모자란 것은 모자란대로 개선책과 보완책을 마련하여 인계되도록 여러 직원께서 각별히 노력해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외교문제가 우리 자체의 정부 정책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것도 있겠으나, 국제사회에선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미국 외교정책은 선거가 되면 현정부는 업적을 많이 부각시키려 할 것이고, 경합하는 곳에서는 다른 시각을 주장하여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 미국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중동문제, 이라크, 북핵문제 등에 대한 여러 상황 변화, 또 요즘 파키스탄, 서남아의 불확실성과 혼란, 이런 것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세계정세에 많은 영향을 줄텐데, 우리 외교관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폭넓은 시각을 가지기 바랍니다.


경제적으로도 고유가시대 들어오면서 전세계적 자원경쟁도 일어나고 있는데, 외교관은 정치와 경제도 아울러서 보며 일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동북아 지역 정세가 전반적으로 호전될 것으로 보고, 그렇게 기대합니다. 일본 내각이 바뀌고, 아시아중시정책으로 가고 있고, 미국도 아시아 전반의 안정을 바라고 있습니다. 금년에는 북경 올림픽도 있어서 정세안정을 더 필요로 하는 요인이 됩니다. 한일간에도 양국 새 정부간에 관계정상화나 발전을 위한 기틀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공동신년사설에서 우리 민족끼리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을 하자고 강조했는데, 이는 우리의 정부교체와 무관하게 남북관계의 계속 발전을 희망한다는 의미에서 일응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한반도의 평화번영, 나아가 통일을 위한 진정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먼저 안보, 정치분야 특히 핵문제 해결에 있어 “우리 민족끼리” 노력이 필요하고, 그러한 바탕 위에서 건강한 남북간 화해, 협력이 지속가능합니다.


이러한 우리 외교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다뤄가는데 있어서 여러분들이 많은 열정과 땀을 쏟아줄 것을 기대하면서, 우리가 어떤 정신으로, 마음자세로 외교관으로서의 길을, 외교부 직원으로서 길을, 외교를 이끌어가는 기둥이 될 수 있는가를 외교부의 선배로서, 동료로서 생각해봤습니다. 외교부를 영어로 MOFAT라 그러죠? 이를 각 글자별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첫째, M은 mission-inspired, 사명감이 충만해야 한다고 봅니다. 장관 취임식 때도 그런 말씀드린 것 같은데, “나와 국가이익 사이에 어떤 것도 끼어들 수 없다”는 자세로 일을 하는 것이 외교관으로서 큰 자부심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처럼 자질 있고 우수한 인력이 그 많은 에너지를 들여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면 훨씬 좋은 환경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내가 국가이익에 바로 봉사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어려운 환경, 부담감 속에서도 성취감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또 근래에는 젊은 주니어 직원들도 보람있고, 국가를 대표하는 일들이 많잖아요? 사명감으로 충만한 것이 외교관의 핵심입니다.


둘째, O는 open-minded로 하겠습니다. 국내 많은 부서들은 국내문제에 치중을 많이 하지만, 우리는 세계 여러 곳으로 가슴도 머리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전세계를 상대하다보면 자기와 맞는 곳, 안 맞는 곳이 많은데, 안 맞는 곳에서도 가슴을 열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면 외교관으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이 그러하고 많은 동료들도 동의할 겁니다. 그런데 이 open minded attitude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전 장관으로 있으면서 간부를 교체하지 않습니다. 마음을 여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국내 많은 부처들과 교류를 잘하고 기반을 닦으라는 의미에서 간부들이 그대로 있게 한 겁니다. 또 외교부 안에서도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부처간에 업무가 너무 compartmentalize돼서, 리더십은 같은 방향으로 가는데 어떤 경우는 과와 과 사이에 협의가 안되기도 합니다. 부내에서 가슴을 열고 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셋째, F의 foresightedness는 매우 중요합니다. 외교는 많은 경우 미리 예견하여 움직여야 합니다. 정보를 분석하여 상황전개를 예견하고 대처하는 것이 외교이지, 일어난 후 대응하는 것은 사고수습이고, 재해대책본부 등에서 할 일입니다.


넷째, A는 action-oriented로 얘기하고 싶습니다. 사람을 평가하는 사람, 즉 commentator와 일을 하는 사람, doer로 나눌 수 있다고 했는데, 우린 행동하는 사람들이므로 action-oriented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뭘 한다고 대책 만들 때는 굉장한 열정을 넣습니다. 그런데 그 페이퍼의 후속조치는 흐지부지, 용두사미처럼 하게 됩니다. 어떤 조직이든 정책을 수립하고 계획을 만드는 데는 20을 넣고, 후속조치를 하는 데 80을 넣어야 제대로 됩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거꾸로 됩니다. 행동이란 신뢰의 기초입니다. 국제사회에서도 그러하고, 행동이 신뢰를 만들지, 말이 신뢰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이 외교관의 자세입니다. 가끔 지나다 보면 만날 때마다 “우리 언제 식사 한번 합시다” 그러는데, 매번 그 사람은 그걸 말로만 하는 거예요. 그런 사람은 신뢰가 안되는 겁니다.


다섯째, T는 team-based로 번역하고 싶습니다. 외교업무는 개별적으로 해야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니 가끔 외교관들이 개인 플레이를 많이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자유의 정신을 가지고, 개별적인 능력, 개별적 다양성 등을 갖고 있다는 좋은 측면도 있으나, 전체적으로 힘을 발휘할 때는 team work based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봅니다. 그렇게 하려면 우리 자체 내에서도 부서간 팀웤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 전분야에서 갖고 있는 외교역량을 우리가 팀웤으로 만들어 세계로 뻗어나갈 책임도 외교관들이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마음과 자세에 대해 얘기한 것은,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기 때문입니다. 외교부는 정말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있는 곳인데, 그 와중에서도 이런 MOFAT 정신, 그 공기를 같이 숨쉬고 어우러지면 훨씬 강력한 외교역량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금년은 쥐의 해라고 하는데, 쥐는 부지런하고 예지력을 가지고 있는 동물입니다. 아까로 치면 foresighted 하면서 action-oriented한 거죠. 또 1월은 영어로 January라 하는데, 야누스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죠? ‘야누스의 얼굴’은 한 사람이 두 개 얼굴을 지녔다고 비판적으로 쓰는 경우가 있는데, 제가 읽어보고 조사한 바로는 그 학설은 로마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견해입니다. 야뉴스의 진정한 의미는 과거와 미래, 그리고 내면과 외면을 조화시키는 신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야누스의 문에 서있는데, 지금 시점이 특히 중요합니다. 과거에 쌓아온 기록과 경험을 발전시켜서 그 위에서 더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에 있는 것이 야누스의 문입니다. 또 외면의 세계와 내면의 세계를 조화시키는 것이 인류발전의 기초가 됩니다.


특히 정부가 전환되는 과정에서 경험과 기록이 단절되기보다는 잘 발전시켜서, 축적된 경험과 기록 위에서 발전하는 정부, 그러한 외교, 그러한 국가를 만들어 나가는 데 있어서 우리 외교부 직원 여러분들이 그런 큰꿈에 자신을 담고, 그 사이사이에 개인적 꿈도 잘 키워나가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