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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21세기의 한.미 관계"

작성일
2006-11-27 17:02:18
조회수
4200

홍순영 외교통상부장관 한.미 협회 주최 오찬 연설문 1

999.4.14 하얏트호텔

정세영 회장님, 송인상 명예회장님, 한.미협회 회원 여러분,

명망있는 귀협회에서 연설하도록 본인을 초청해 주신데 대하여 감사드리며, 여러분들과 더불어 한.미 관계의 장래에 관하여 논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미국은 한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이자 제일의 교역상대국입니다.

양국은 또한 공동의 가치와 이상으로 결속되어 있습니다.

미국과의 동반자 관계는 한국에 있어 가장 중요한 관계가 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이러한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는 직업 외교관으로서, 본인은 이 자리를 빌어 그간 한.미 우호관계를 증진시키는데 있어 귀중한 기여를 해오신 한.미 협회의 모든 회원 여러분들께 감사와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오늘의 주제인 "21세기의 한.미 관계"를 제대로 조망하기 위해서 저는 우선 새로운 세기의 세계질서를 형성하는 몇가지 역사적 추세들, 특히 유일한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지위에 초점을 맞추어 간략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어서 한국의 미래에 대한 본인의 소견을 말씀드리고, 새로운 세기를 맞아 한.미 동반자 관계의 발전방향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21세기의 세계 질서>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면서 우리에게는 많은 기대감과 함께 우리들 앞에 놓인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이 병존하고 있습니다.

냉전 이후의 변화의 소용돌이속에서 지금 우리가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그 방향은 쉽게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제반 문제들을 정리해 보면, 몇가지 추세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저 스스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새로운 세기의 국제관계의 역동성을 규정하는데 있어 주된 추세라고 보고 있습니다.

첫째는 세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계화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전세계는 단일의 지구촌으로 되고 있습니다.

이미, 그 어느 국가도 더 이상 섬이 아니며, 그 어느 지역도 우리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최근 동남아시아에서 시작되어 산불처럼 급격히 전세계로 확산되어간 금융위기를 통해 이점을 고통스럽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제반 잇슈와 문제들이 점점 더 범세계적인 잇슈와 문제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그러한 문제들의 해결 또한 범지구적인 접근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보편타당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공산주의와 계획경제가 인류사회를 보다 윤택하게 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 명백해짐에 따라 보다 많은 국가들은 그들의 희망있는 미래를 위해 정치적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택하게 되었습니다.

국제사회는 자유, 인간존엄 및 경제적 풍요를 위한 공동의 가치와 열망으로 이념적으로 동질화 되고 있습니다.

셋째는 경제가 최우선시 되는 추세입니다. 경제력은 국력과 영향력의 주요한 원천이 되었습니다.

무력투쟁이 지구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고 군사력이 아직도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만, 이 시대의 요구는 비확산과 군축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국가간의 관계에 있어 경제력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경제운용이 정부 능력의 결정적 판단 기준이며, 국가의 경제이익 증진은 대외정책의 주요한 목표가 된 것입니다.

네째는 세계질서의 단극화(unipolarity)입니다.

냉전의 양극체제가 소련의 몰락과 함께 사라졌으며, 이로 인해 미국은 군사력 뿐만이 아니라 경제적인 면에 있어서도 범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되었습니다.

더욱이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요소 즉, 세계화, 보편적 가치, 경제의 우위는 미국의 유일 초강대국 지위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문제해결을 위한 범세계적인 접근은 컨센서스를 만들어내는 지도력을 필요로 합니다.

전 세계의 민주주의 확산과 자유시장개혁은 미국이라는 훌륭한 예가 있어 더욱 촉진되고 있습니다.

경제에 있어서도 미국은 지도 국가이며, 이는 정보와 지식에 기반을 둔 산업의 번창에 기인합니다.

또한 미국은 전 세계에 있어 가장 큰 수입시장이며 경제성장의 견인차입니다.

팍스 아메리카나는 21세기를 정의하는 용어가 될 것입니다.

<팍스 아메리카나>

그러나 21세기 미국의 지도력은 과거의 일극체제 시대 패권국가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수행될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각각의 힘을 키우면서 미국의 우위에 도전하는 수개의 작은 극들(smaller poles)이 존재합니다.

더욱이 점점 더 많은 민주국가들로 구성된 세계공동체는 지도국의 일방적 행동보다는 민주적인 리더쉽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미국은 군사력이나 경제력만으로는 세계를 지도할 수 없으며 도덕적인 권위를 가져야 합니다.

미국은 끊임없이 그 정책과 가치의 정당성에 대해 세계를 설득시키려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 과제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코소보 사태를 통해 목도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은 미국의 지도력에 있어 중요한 시기입니다.

NATO의 대코소보 작전은 세계적 문제들의 향방을 이끌어 가는 미국의 능력에 대한 중요한 시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르비아에 대한 NATO의 공습이 인종청소 만행을 중지시키기 위한 숭고한 대의를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전세계적 지지를 얻는 것이 쉽지 않은 사실은 미국의 지도력이 언제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만은 아님을 반증합니다.

혹자는 이러한 어려움을 관찰하면서, 미국은 이제 쇠퇴하고 있으며 일극-다극체제하에서 서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경쟁하고 있는 EU, 중국 같은 소극들이 부상중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주장은 세계는 궁극적 으로 다극체제질서가 자리잡게 될 것이며, 미국은 세계정치에 있어 여러 다극 중 단지 한 극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까지 예측합니다.

그러나, 나는 미국의 지도력이 앞으로 오랜기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합니다.

경쟁 상대없이, 일방적 권한을 누리며 군림했던 과거의 제국들은 자만과 부패로 인해 영락하였습니다.

이들과 달리, 미국은 다양한 사상의 자유속에서 부단히 자신을 고찰하고 스스로 거듭나고 있는 세력입니다.

미국의 제반 결정들은 대체로 투명하며, 그 행동은 미국내의 다양한 의견을 가진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그 행동에 있어서 국민들이 옳다고 느끼는 것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즉, 민주주의의 대표주자로서 자긍심을 갖고 있는 국민들의 눈에 도덕적인 것이어야 합니다.

바로 이러한 것들이 미국의 힘입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미국의 지도력의 도덕적인 힘은 미국의 민주주의그 자체의 힘에서부터 나옵니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미국의 지도력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민주적이고 독자적인 생각을 가진 국가들이 점증하고 있는 세계공동체에 대해 호소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은 국내에서도 민주주의를 드높이는 한편, 세계 지도국으로서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민주적 원칙을 실천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이 세계무대에서 그 행동에 대해 범세계적 공감대를 얻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은 다자무대에서 뿐 아니라 양자적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크던 작던 여러 민주국가들과 함께 일해 나가는데 있어, 미국의 대외정책은 미국 국민, 상대국 정부, 그리고 그 국민이라는 세 가지 전선을 상대로 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그러한 동반자 국가이자, 그 이상의 국가입니다.

한.미 양국간 역사를 보면 우의가 항상 충만하였습니다.

한국은 미국의 세계적 리더쉽에 대해 감사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미국과의 기존 관계의 토대위에서 다방면에 걸쳐 상호 호혜적인 미래의 동반자 관계를 증진시켜 가기를 희망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전망>

김대중 대통령의 원칙있는 지도력하에 대한민국은 정치.경제적으로 성숙해 가고 있습니다.

사회 주요 분야에 대한 신정부의 개혁노력은 1997년 후반 나라를 덮친 금융위기로 촉발되었으나,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금번 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훨씬 더 능가하고 있습니다.

국내외에서 언행일치를 실행하면서, 우리는 대한민국을 진정한 민주주의, 풍요로운 자유시장경제 그리고 세계 무대에서의 책임있는 구성원으로 재건시키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스스로를 새롭게 하는 과정과 함께, 우리는 또한 한반도를 냉전의 마지막 잔재로부터 해방시키고 북한과의 평화적 공존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과감한 대북정책을 개시하였습니다.

포용정책으로 알려진 우리의 대북 이니셔티브는 새로운 세기에는 한국이 그 자신의 운명에 대해 책임을 져야만 한다는 냉철한 인식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시대의 조류와 주변 동북아에서의 역동적인 변화로부터 오는 여러 가능성들은 우리의 대북 포용정책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기실 포괄적 방식에 입각한 포용정책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을 피하고 북한을 평화적이고 협력적인 상대로 변화시키기 위한 유일한 현실적인 방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은 미국과 긴밀한 정책 공조 및 협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의 잠재적 군사위협을 완화시키기 위해 북한과 계속 협상하는 미국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미국과 북한의 관계 정상화가 이루어진다면 이를 환영할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어떠한 환상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포용정책은 강력한 안보태세에 확고히 기초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폐쇄성과 남.북한간을 갈라 놓고 있는 깊은 상호불신을 고려하면 포용정책이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할 것입니다.

남북한간의 자유 왕래와 교류가 가능해질 때 포용정책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에도 남.북한간 상호 의심과 첩보 활동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일상적인 교류와 평화의 시기가 한동안 계속되고 나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로 서로의 인식과 열망이 모아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러한 단계에 이르면 통일에 대한 실제적인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과 동북아 주요 강대국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점진적으로 구체화될 한국의 평화통일은 전 세계적으로도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한국의 통일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잠재적 분쟁지역을 영원히 제거하게 되고 세계공동체를 위한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어갈 것입니다.

통일한국은 세계의 많은 국가들과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의 동반자가 될 것이며, 아시아 지역과 세계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잘 인식하고 이에 안심하는 아시아 지역의 중견국이 될 것입니다.

4대강국으로 둘러싸인 반도라는 여건이 주는 독특한 시각에서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를 조망하면서, 통일한국은 21세기 평화와 번영을 위한 역동적인 힘이 될 것입니다. <21세기의 한.미 관계>

이것이 제가 한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비젼입니다.

이러한 미래는 한국의 가장 중요한 친구이자 동반자인 미국과의 관계가 보다 성숙하고 세련된 방향으로 발전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끄는 연합국에 의해 우리가 공산침략으로부터 구조되었던 한국전쟁 이래 한.미 관계는 참으로 먼 길을 걸어 왔습니다.

한국의 고도경제성장의 시기 또한 미국의 관대한 지원과 개방된 시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한국에서의 민주주의 가치와 시장원칙을 신장시켜 나가는데 있어 미국은 많은 영감의 원천이자 때로는 강력한 독촉 세력이 되어 왔습니다.

이제, 한국과 미국은 주요교역 파트너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위해 함께 헌신하는 우방국입니다.

안보분야에 있어 한국은 주한 미군의 주둔 비용을 더욱 더 많이 부담해 가고 있습니다.

국제무대에서 한.미 양국은 범지구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긴밀한 동반자입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미 관계는 일방적 의존관계에서 상호 이익을 위한 호혜적이며 다양한 측면을 포괄하 는 관계로 발전해 왔습니다.

한.미 관계에 있어 한가지 변치않는 요소는 한.미간 안보동맹인 바, 이는 한반도와 주변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핵심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한 역할을 계속해 갈 것입니다.

한.미간의 긴밀한 안보동맹은 한.미 양국이 북한에 대한 문제들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공동 노력의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기에 있어 한.미 양국관계는 보다 더 균형된 방향으로 계속 발전해 갈 것입니다.

안정되고 또한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데 충실한 한국은 미국이 범세계적인 지도력을 효과적으로 행사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은 아.태지역에 있어 안정의 균형자로서의 미국의 역할을 받아들이고 이를 지지합니다.

미국의 세계전략은 한국의 정책방향과 항상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양국간 의견이 다른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숙한 관계라는 것은 이견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공정하고 실무적인 방식으로 서로의 이견을 해소할 수 있는 확립된 관행으로 인해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런 점에서, 점증하는 한.미간의 무역분규는 양국경제의 실질 협력의 확대 과정에서 발생되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현상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분쟁들은 양측 모두에게 양국관계를 견실화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며, 하나의 문제가 상호 만족스럽게 해결될 때마다 양국의 동반자 관계는 조금씩 더 굳건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은 이와 같이 생산적인 방식으로 양국간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미국이 사용중인 한국정부 소유 재산의 반환과 주한미군 지위협정(SOFA) 개정 문제 등 한.미간에 미결로 되어 있는 문제들이 조속히 종결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21세기의 한.미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인간관계에서와 마찬가지로, 민주적이고 개방된 국가들간의 성숙되고 책임있는 우정은 평등과 상호 존중이 있어야만 지속적으로 함양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인간관계에서와 마찬가지로 그 우정의 생명력은 지속적인 점검과 갱신을 통해 보다 더 잘 유지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한.미 양국을 묶고 있는 수많은 관계들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방향입니다.

저는 여기 계시는 모든 분들께서 이러한 과정에서 일익을 담당하여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