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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제54주년 유엔의 날 기념 외교통상부장관 연설문

작성일
2006-11-21 17:11:16
조회수
4184

유창순 명예회장님, 이상옥 회장님과 회원여러분, 주한 외교사절 여러분,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먼저 오늘 유엔한국협회가 마련한 제54주년 유엔의 날을 기념하는 자리에 참석하여, 여러분과 함께 유엔의 오늘과 내일을 생각해 보고, 아울러 우리 외교의 몇가지 현안에 대하여 말씀드리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출발점에서부터 유엔과 특별한 관계를 가져왔습니다.

대한민국 민주정부는 1948년 유엔 감시하의 자유선거를 통하여 탄생 하였으며, 이 정부는 유엔에 의해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로 승인 받은 바 있습니다.

또한 유엔은 한국전쟁시 유엔군 파병을 통해 한국을 공산화의 위협에서 구해 주었으며, 휴전 이후에도 한반도의 평화 및 안정유지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전후 복구 및 경제개발 과정에서 유엔의 각종 개발협력 기구들이 협조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이는 한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대한 민국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착실한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유엔이 그 기초를 마련하여 준데 힘입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며, 또 유엔의 이념이 바로 대한민국이 지향하고 있는 바와 그 궤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반세기동안의 유엔의 업적을 회고할 때에, 유엔은 무엇보다도 국제평화와 안전유지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여 왔습니다.

2차대전 이후에도 세계 도처에서 무력분쟁이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만 전지구적 큰 전쟁과 파국을 막을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이정도의 평화와 안정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유엔의 이상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유엔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정의를 고무하고 신장시켜 왔습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확산시키고 인권의식을 제고함으로써 많은 나라의 민주화에 밑거름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와 사람들을 돕는 선도적 역할을 하여 왔습니다.

유엔은 인류의 양심을 대변하는 세계의 목소리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많은 나라들, 많은 사람들이 유엔을 세계의 선구자로 보고 있습니다.

유엔은 민족자결원칙을 존중하여 2차대전이후 많은 신생독립국들을 탄생시키는데도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유엔 창설시 51개국 이었던 회원국이 188개국으로 확대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유엔이 얼마나 이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는지를 웅변해 주고 있습니다.

아울러 유엔은 지구촌 공통의 agenda를 찾아 그 해결책을 모색 하고 상호 협조하도록 함으로써 국제 협력의 중심기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왔다고 하겠습니다.

지난 10년간 유엔은 인권·빈곤·환경·군축·인구·여성·사회개발·아동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unifying theme을 창출해 내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이제 유엔은 하나의 제도가 아니라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고 있는 모든 인류의 여망을 수용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되었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훌륭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새 천년의 전야에 서 있는 유엔은 그 어느때 보다도 복잡하고 힘겨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유엔의 원칙과 목적은 창설 당시나 지금이나 정치적으로 정당 하며 도덕적으로 타당하다는데 모두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우리는 유엔이 더욱 강력하고 효율적으로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여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할 것으로 믿습니다.

유엔의 권능을 어떻게 강화하는가, 유엔을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가 하는 것은 21세기의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다음 세기의 유엔은 세계화의 가속화에 따라 대두될 여러 가지 새로운 문제들에 슬기롭게 대처하여야 할 것입니다.

첫번째 과제가 인간 존엄성 증진의 문제입니다. 인간 존엄성 증진은 역사의 발전 방향이며 지향점입니다.

인간 존엄성은 지구촌 과제의 핵심입니다. 모든 과제의 근저에 인간 존엄성의 문제가 있습니다.

인간 존엄성 명제 아래에서 모든 문명, 모든 종교가 그 합치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상이한 문명의 공존과 합치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모든 분쟁 해결에 관한 근본적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제54차 유엔총회 개막연설에서 대규모의 인권유린 사태가 발생할 경우 국경을 초월한 유엔의 개입을 주장하고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인도적 개입을 지지하는 새로운 국제규범의 필요성을 역설하였습니다.

이러한 발언은 새로운 국제환경하 에서 유엔이 나아가야 할 바에 대해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라고 보며, 우리에게 진지하게 숙고해야 할 새로운 과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큰 과제는 세계화의 도전입니다. 정보기술의 혁명과 국가간의 상호 의존성 심화는 국가 및 개인의 사고와 행동 양식에 엄청난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세계화의 심화는 자본거래가 자유화되고 세계시장이 단일화되는 추세와 함께 부의 증대와 삶의 질을 개선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일부지역과 계층의 주변화 현상을 가속화시켜 소외를 초래하고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증대시키는 등 폐단도 수반 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빈곤의 문제, 인간복지의 문제, 사회정의의 문제, 환경보존의 문제에도 직결되어 있습니다.

세번째 큰 과제는 비확산, 군축, 그리고 테러리즘의 문제입니다.

대량파괴무기 및 운반수단의 확산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고 미·러 등 핵보유국의 핵무기 철폐 노력도 기대에 못미치고 있습니다.

테러리즘은 국경을 초월하여 자행되고 있습니다. 네번째 큰 과제는 지구환경의 문제입니다.

1992년 리우 지구환경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의제 21(Agenda 21)은 환경보전과 경제개발의 조화속에 지속가능한 개발을 촉구하는 실천과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환경보존의 필요에 관한 확고한 인식과 이를 위한 희생의 결의가 충분하지 아니합니다.

명년도 유엔 새천년 정상회의는 이러한 모든 과제들에 대응하는 비젼과 전략마련의 기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냉전종식 후에도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는 문제중의 하나가 대량난민의 문제입니다.

인종·사상·종교 등을 이유로 한 핍박과 빈곤과 기아는 세계 곳곳에서 수백만의 난민을 만들었습니다.

난민 문제의 가장 바람직한 해결은 난민발생의 원인을 치유하고 난민들이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가 인간적인 삶을 누릴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많이 논의되고 있는 탈북자 문제 해결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탈북자 문제에 관하여 북한 당국은 그들의 현 정책이나 수단이 결코 주민의 삶을 개선시킬수 없고 시간이 갈수록 사정이 더 나빠질 것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군사우선 정책에 따른 군비 강화와 미사일 개발 등 소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가용자원은 하루빨리 산업부분, 특히 농업 구조 개선 사업에 쓰여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도 이를 위해 북한을 도울 용의가 있음을 재천명하고자 합니다.

포용정책은 바로 북한의 정상적인 대외활동과 경제 재건을 도와 주는 정책이며, 결코 북한을 고립시키거나 흡수하려는 정책이 아닙니다.

그들은 포용정책이 대립과 반목만 조장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이 정책이 한반도에서 평화공존의 큰 틀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일관되게 이 정책을 계속 추진하여 나갈 것이며 이를 통하여 한반도 평화체제는 물론 동북아의 새 시대를 여는데 기여 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북아 지역은 활발한 경제교류와 초국경적 문제의 대두로 상호 대화를 추진시켜야 할 필요성과 여건이 충분히 성숙되어 있는 지역입니다.

동북아 국가들이 21세기에 안정적인 안보환경과 공동번영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역내 국가간 대화의 장을 마련하여 상호신뢰를 증진시켜야 합니다.

우리 정부는 동북아지역 모든 국가들이 포괄적으로 참여하는 대화와 협력의 제도적 장치를 출범시킬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예정입니다.

다음은 동티모르에 파견한 우리의 평화유지군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동티모르는 유엔이 수호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모든 귀중한 가치 - 민주주의, 인권, 민족 자결 - 를 총체적으로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런점에서 유엔은 모범적 이니셔티브를 취했습니다.

여기에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국민의 진정한 용기와 다국적군 참여국의 협력정신이 뒷받침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과거 유엔의 도움을 받았던 국가로서 그리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신봉하는 이 지역의 중간 국가로서 그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는 인식에서 보병부대를 동티모르에 파견하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에 보병부대를 파병한 것은 이번이 최초의 사례이며 이는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우리들의 단합된 노력에 힘입어 동티모르에는 머지않아 평화와 안정이 정착되고 주민들이 선택한 독립이 주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아·태지역의 평화와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우리 정부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확산되고 강화될 때 세계평화와 번영이 확고한 기반을 가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유엔은 이러한 목표를 구현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우리는 유엔의 이러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엔의 노력을 뒷받침하는 것은 회원국 정부의 몫만은 아닙니다.

유엔협회와 같은 NGO가 사회 모든 부분에서 유엔의 이상과 목표를 최대한 지원할 때 세계화 시대에 걸 맞는 유엔으로서 그 본분을 다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평화에 대한 궁극적 보장은 모든 사람이 인간존중을 실천하는데 있는 것이며, 복지의 궁극적 보장은 모든 사람이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지는데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이상을 유엔을 통하여 더욱 고양시켜야 할 공동의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유엔의 높은 이념을 되새기면서, 유엔과 유엔한국협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