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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반기문 제33대 외교통상부 장관 이임사

작성일
2006-11-10 22:28:49
조회수
4444

반기문 제33대 외교통상부 장관 이임사

 

 

2006.11.10(금) 11:00

18층 강당

 

 

 여러분 반갑습니다.

 우리 직원들이 많이 모이셨습니다. 우리 이규형 차관의 감동적인 고별사에 감사드립니다. 제 자신도 앞으로 다가오는 책임감으로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보통 장관직을 떠나는 사람은 마음이 서운한 가운데 이임식을 치루는 것을 저도 많이 지켜보았습니다. 아마 여러분들은 저는 좀 다르겠거니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홀가분하게 가지 않겠느냐 생각하시겠지만 장관직을 떠나면서 여러분들과 헤어진다는 생각, 그리고 제가 37년간 정들었던 조국과 외교통상부를 떠난다는 생각 속에 얼마 전부터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 혼자 무인도에 내동댕이쳐진 허탈감 및 상실감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면에서 저의 심정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외교부에 1970.5.1 입부한 이래 오늘까지 약 37년간 공직 생활을 하는 동안, 저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절절이 한국인이고 한국적입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한국을 넘어서서 글로벌한 세계로 나아가는 상황이니 만큼 오늘 이 자리가 더욱 각별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5대양 6대주 어려운 곳에서 불철주야 애쓰시고 계신 공관장과 직원 여러분들께 특별히 감사를 드리고, 이렇게 작별인사를 하는 것에 대해 양해를 드리는 바입니다.

    

 흔히 저는 보기 드물게 성공한 공무원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제게도 몇 차례의 좌절이 있었습니다. 이를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공직자로서 해야 한다는 것을 다 했느냐 하는 면에서 모두 성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뜻은 있었지만 못한 일들이 있었고 이를 여러분들께 부득이하게 남기고 떠나갑니다. 이런 면에서 저는 제 일에 만족을 다 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제 2차관 말씀처럼 우리는 많은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물론 장관으로서 여러분들과 함께 성취한 자랑거리도 많이 열거할 수는 있습니다. 예를 들면 주요국과의 양자관계 발전, 북한 핵문제와 관련 9.19공동성명, 개도국들과의 관계 개선, 영사분야 및 홍보분야의 혁신 등이 있고, 이러한 성과에 대해 나름대로 자부심도 갖고 있습니다.

 

 이중에서 제가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 「외교 선진화」 및 「외교 다변화」입니다. 이 두 가지는 우리 외교부를 한국의 외교부가 아닌 세계 속의 외교부로 발돋움시키기 위해 선진화, 다변화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외교선진화와 관련하여, 인사시스템 혁신, 복수차관제 도입을 포함한 인원 증원 및 공관 증설 로드맵 추진, 영사서비스의 획기적 향상, 열린 외교 추진 등 상당한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 결과 이제 겨우 우리 외교부가 국민과 호흡을 함께 하는 조직으로 발돋움하였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이 단계까지 올려 논데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나머지는 여러분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여건 부족으로 예산과 조직을 21세기 수준으로 올리지는 못했습니다.

 

 참여정부 2년 반 동안 저는 외교부 조직 선진화를 수차례 강조했으나 모두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신임장관과 함께 이뤄주길 바랍니다.

 

 외교다변화와 관련하여서는 성취감을 갖고 떠나는 바입니다. 이와 관련, 저는 방향을 제시하여 이를 몸소 실천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바탕위에 여러분들이 외교다변화에 더욱 힘써야 할 것입니다.

 

 문화, 스포츠 뿐 아니라 군축, 환경 분야 등으로 외교의 전문적 다원화를 여러분들께서 이뤄주시길 바랍니다. 지난 1~2주 간 사무총장 당선자 자격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프랑스 등을 방문, 정상들과의 대화를 통해 저의 비전, 능력, 실력 등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분들은 대화의 폭이 훨씬 다원적이었습니다. 그분들은 전 세계의 모든 문제를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반도 동북아 중심으로만 얘기를 합니다. 이러한 면에서 세계 속 외교부가 되기 위해서는 한반도, 동북아를 넘어서 글로벌 이슈에 대비를 해야 합니다. 여러분께 마지막으로 충고 겸해서 말씀드립니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아직 해결을 못하고 한국을 떠나게 됩니다만 유엔 사무총장에게 주어진 권한 및 위임을 최대한 활용해서 이 문제가 잘 해결되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하겠습니다.  

 

 유엔사무총장으로 선출 되어 11.15 출국할 예정입니다.

 

 저의 유엔 사무총장 당선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저를 사무총장으로 배출하기 위해 여기 계신 직원 분들이 많은 노력을 해주신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사무총장으로 선출되기까지는 저를 위해서 또, 나라를 위해 많은 국민들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첫째는 독립 이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선배 외교관들께서 피땀어린 노력을 하면서 외교지평을 넓히고 기반을 닦았습니다. 이에 감사드립니다. 두 번째로 세계 곳곳에서 힘든 여건 속에서 경제 활력을 불어넣어 주신 경제인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경제인들은 한국의 이미지 및 신뢰 향상에 많은 기여를 하셨습니다. 세 번째로 많은 NGO, 시민단체 등 정치, 경제 외 분야에서 인도주의와 박애주의 정신을 보여준 성숙된 시민 사회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성숙한 시민 사회가 바로 건전한 정치 및 민주풍토를 만드는데 기여했습니다. 이러한 바탕위에서 즉 경제적 풍요 및 정치적 성숙의 바탕위에서 많은 문화인 스포츠 인들이 우리의 국력 및 브랜드 향상에 힘썼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총체적인 국가의 힘으로 바로 제가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된 것은 바로 이러한 모든 것이 어우러져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전 국민께 감사드리는 바이며 그 영광도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유엔 사무총장 당선은 저만의 영광이 아닙니다.

 

 앞으로 우리는 세계 속의 한국, 세계 속의 외교부   외교관이 되어야 합니다. 아울러서 한 가지 경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성과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합니다만 국내적인 성공에 도취하여 혹은 업적에 대한 스스로의 자만감을 앞세워 세계적인 시각을 흐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민주화 과정에서 외교를 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졌습니다. 유권자의 다양한 의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유엔과장을 맡고 있을 때 제가 기안하면 장관까지 갈 때 이에 반기를 드는 국민들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한미 한일 등 모든 외교정책이 국민과의 호흡을 통해 이뤄집니다. 유권자의 다양성으로 인해 어떤 면에서는 외교집행이 어려워지는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러나 외교는 일부 유권자의 이해관계와는 구별되어야 하는 국가의 대계이므로 정부가 이끌어가면서, 필요하다면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교정책이 잘못될 시, 이후 역사 및 국민의 비판을 받아야 할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합니다.   

 

 세계 속의 한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지향하는 보편적인 가치 이상의 수준으로 우리의 기준을 높여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북한과의 대치 상황 속에서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고 국익 창출 노력을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진하게 남겨놓고 가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북한의 핵문제, 한미 FTA, FTA 다변화, 미국 비자 협정 및 외교 선진화 등의 이슈들을 예정대로 추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유엔에 가면 할 일이 태산처럼 많습니다.

 

 유엔 개혁, 지역분쟁 해소, 비전통적 이슈들에 대한 대처, 빈곤퇴치, 회원국 간 갈등 해소 등 국제적인 이슈들이 이젠 저의 일차적인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티그리브 리」 초대 유엔 사무총장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직책(the most impossible job)’이라고 불렀던 사무총장직을 제가 한국인 사무총장으로서 세계인 앞에 성공적으로 수행해 보일 수 있도록 여러분의 지속적인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앞서 영광을 여러분에게 돌리겠다고 말씀드린바 있습니다. 제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훌륭하게 한국인의 정신을 가지고 활동하기 위해서는 여러분들께서 영광 뿐 아니라 책임도 함께 지셔야 합니다. 그렇게 해주실 때 제가 사무총장으로서 역할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송민순 내정자가 새 장관으로 부임을 하게 될 터인데, 그만큼 든든한 마음으로 떠나겠습니다. 송민순 내정자께서는 여러분들께서 잘 아실 것입니다. 송 내정자는 대통령의 철학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우리와 많은 시간 동안 호흡을 함께 해왔던 훌륭한 사람인만큼 그 분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여러 조직상의 변화가 예상되지만 송 내정자께서도 저에게 조직안정과 외교 선진화에 힘써줄 것을 약속했습니다. 여러분들께서 잘 보좌하여 최선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일일이 모두 다 거명할 수는 없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 그동안 저와 동고동락하면서 우리 국가와 우리 조직을 위해 열심히 일해주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유명환 차관, 이규형 차관, 조중표 외교안보연구원장, 천영우 본부장 등 간부들과 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