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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신정부의 출범과 한.미 동반자관계

작성일
1998-05-15 00:00:00
조회수
4675
1998.05.15 서울 하얏트호텔 리젠시룸 (서 언) 존경하는 송인상 회장님,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여러분들과 자리를 함께 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며, 이렇게 귀빈들을 모시고 연설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주신 한.미협회에 감사드립니다. 한.미 협회는 1977년 창립이래 한.미 양국간 풀뿌리 수준에서의 교류와 우의증진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해왔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지난 20년간 한.미 협회의 지대한 공헌에 대해 경의를 표합니다. 오늘 저는 김대중 대통령정부하에서의 한.미 관계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일생을 민주주의와 인간의 존엄 수호를 위해 헌신해 왔습니다. 김 대통령은 한.미 관계를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바탕위에서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지도자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선 한.미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하며 이어 한.미관계의 세 기둥을 짚어보고 양국간 동반자 관계를 한층 강화하기 위한 신정부의 노력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대해서도 간략히 언급하고자 합니다. (한.미관계의 중요성) 우선 한.미 관계가 서로에게 의미하는 바에 대한 소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미국과의 강력한 관계 유지는 대한민국 외교정책의 중심적 요소입니다. 미국에게 있어서 한국은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자 동북아시아에서 날로 중요성을 더해가는 동반자입니다. 실제로 한국은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5대 동맹국중 하나이며 미국은 한국의 유일한 동맹국입니다. 한.미 양국은 한국전 당시 15개 평화애호국가들과 함께 자유수호를 위해 싸웠습니다. 오늘날 3만 7천명의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으며 양국간 동맹관계는 아직도 한반도에서 유효한 억지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냉전 종식과 함께 한.미 양국간 동맹관계는 증대되는 지역적 차원의 중요성과 함께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양국은 한.미 동맹관계가 21세기에도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핵심적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경제분야에서 미국은 한국의 전후 복구 노력을 적극 지원하였으며 이어 무상원조와 금융지원 그리고 시장접근을 통해 한국의 경제발전을 도와주었습니다. 한국이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고도성장을 이룩하면서 미국의 주요 시장으로 부상함에 따라 최근 수년간 양국간 경제관계는 보다 균형되고 호혜적인 방향으로 발전되어 왔습니다. 오늘날에도 미국은 여전히 한국의 첫 번째 수출시장이지만, 한국도 미국의 다섯 번째 시장으로 부상하였습니다. 또한 한국과의 교역은 미국에게 상당한 무역 흑자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미 양국은 무역.투자 분야는 물론 학술.문화, 관광.인적교류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상호의존성이 증대되어 나가고 있고 이는 양국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고 있습니다. 한국이 지역적 그리고 세계적 차원에서 보다 큰 역할을 수행하게 됨에 따라 양국간 협력은 더욱 확대되고 다차원적으로 발전되고 있습니다.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는 김 대통령은 특히 양국간 동반자관계를 공고히 해 나가는데 큰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김 대통령은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환경속에서 한.미 양국이 자연스러운 동맹국임을 믿고 있습니다. 김 대통령의 영도하에 신정부는 미국과 보다 긴밀한 관계를 이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미관계의 세 기둥을 굳건히 하기 위한 신정부의 노력) 저는 한.미 양국관계를 떠받치고 있는 세 개의 기둥이 있다고 봅니다.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공통의 신념, 공동의 안보이익, 그리고 양국간 증대되는 경제적 상호의존성입니다. 무엇보다도 민주주의에 대한 공통의 신념은 양국 관계에 있어 굳건히 지켜져야할 가장 중요한 기둥입니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미 양국관계는 우리나라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룩하지 못함에 따라 내재된 발전의 잠재력을 실현시킬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로 인해 이따금 양국 관계에 긴장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평생을 한국에서의 민주주의 주창자로서 헌신해 온 김 대통령은 한.미 양국 사이에 민주주의를 둘러싼 의견 충돌이 있을 때 그 중심에 서 있곤 했습니다. 1980년 김 대통령은 타당성이 없는 죄목으로 사형을 선고받았고, 이후 감형이 된후 1982년 미국 망명길에 올랐습니다. 1985년초 그는 용감하게 귀국을 결행하였습니다. 그의 귀국은 민주화에 대한 한국민의 열망을 일깨워 주었으며 2개월 후 실시된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는 데 기여하였습니다. 이러한 불행한 시대는 이미 과거의 일이 되었지만,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라는 공통의 신념에 공고한 기반을 둔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아직도 할일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50년만의 여.야 정권교체 실현을 통해 탄생한 신정부는 이땅에서 다원적 민주주의를 굳건히 정착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이룩된 점진적인 발전을 토대로 우리는 이제 민주적 국정운영, 인권 존중, 책임 정부 구현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가 병행 발전되어야 한다는 신념하에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진정한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림에 따라 한.미 양국은 이제 이익뿐 아니라 가치를 공유하는 항구적인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신정부 출범후 처음 있게되는 선거인 이번 지방 선거가 한국의 성숙한 민주과정을 과시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둘째로 한.미관계의 또다른 기둥, 즉 북한의 위협을 억지하고 관리하는 공통의 안보이익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1993년초부터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후 17개월간의 북한과의 힘든 협상 끝에 제네바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안도감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제네바 합의의 이행을 위해서는 아직도 해야할 많은 일들이 남아 있고 인내심과 확고한 의지가 계속 필요할 것입니다. 더구나 북한의 경제가 계속 추락하고 북한동포들이 심각한 식량부족으로 고통받고 있음에 따라 북한이 우리에게 제기하는 도전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우리 양국은 이러한 다양한 도전에 대처함에 있어 과거보다도 더욱 긴밀히 협력해야 합니다. 굳건한 방위태세를 유지하는 바탕위에서 한국정부는 북한을 포용하기 위한 일관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남북대화를 재개하고 남.북 기본합의서를 재가동시키는 한편 시급한 인도적 현안 문제인 이산가족들의 재상봉을 실현시키고자 합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북한을 포용하려는 우리의 의지를 북한에 확신시키기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 왔습니다. 우리는 남.북간 민간 부문의 경협에 대한 규제를 사실상 철폐하였으며 방북과 관련한 행정 절차를 대폭 간소화시켰습니다. 미국은 우리의 이러한 정책과 조치들을 환영하고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2주전 서울에서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을 통해 양국정부의 정책 방향이 일치함을 확인하였습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또한 한국 정부의 명백하고 일관된 대북정책을 높이 평가하였습니다. 올브라이트 장관과 본인은 4자회담과 남북대화가 상호보완적임을 확인하고 이를 병행 추진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한.미 양국은 또한 제네바 합의의 순조로운 이행을 위해 협력하고 있습니다. 현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신정부는 경수로 사업에 대한 기존 약속의 이행을 재확인하였습니다. 우리는 미국과 일본도 그들의 약속을 이행하리라 믿습니다. 저는 남.북대화의 진전과 미.북간 관계개선이 상호간에 도움이 되도록 전반적인 조화속에 추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증진을 위해 중요한 이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미 양국이 장래에도 대북정책에 있어 긴밀한 공조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확신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미관계의 세번째 기둥, 즉 양국간에 증대되고 있는 경제적 상호의존성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늘어나는 경제적 교류는 한.미 양국간 동반자관계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이는 우리 두나라가 21세기로 진입함에 따라 그 중요성을 더해갈 것입니다. 오늘 신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현 금융위기를 가장 빠른 시일내에 극복하는 일입니다.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는 것은 한.미간 경제관계에도 중요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현 경제위기는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며 다양한 내적, 외적 요인에 의해 야기된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경제운용의 실패, 특히 급속히 변화하는 세계 경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고 봅니다. 우리 경제위기의 원인이 명백하다면 치유책도 자명할 것입니다. 우리는 경제의 개방, 자유화와 구조조정을 이루어야 합니다. 기업과 금융분야를 개혁하고 우리 경제의 투명성을 제고시켜야 합니다. 외국 투자가들에게 한국이 투자하기 좋은 나라가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국제규범과 기준을 존중하는 바탕위에서 수출을 진작시키고 외화를 벌어들여 채무를 상환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경제개혁을 철저히 이행하여 현 위기를 재도약을 위한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총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이런 방향으로 나아갈 때, 우리는 그동안 한.미 경제관계에 긴장을 가져온 어려운 문제들도 풀어 나갈 수 있습니다. 물론 무역 분쟁을 방지하고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양국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자유시장 원리를 보다 더 존중한다면 이는 장래에 양국간 통상마찰을 예방하는데 분명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경제 개혁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특히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교역상대국일 뿐만 아니라 국제적 금융 지원에 있어서도 지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는 나라입니다.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방한시 나는 미국 투자단의 방한과 미 해외민간 투자공사(OPIC)의 투자 보장 프로그램에 우리나라가 다시 포함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였으며 아울러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재미 유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조속한 진전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한국민들은 전쟁의 폐허에서 경제적 기적을 이루어낸 저력과 역동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한국민의 저력은 다시한번 발휘될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한국민들의 의지와 끈기를 통해 한국 경제가 현 위기를 극복하였을 때 한국은 미국의 더욱 중요한 경제 동반자로 거듭날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미국 방문)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김 대통령은 다음달 초 미국을 국빈 방문하게 됩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미국민들이 김 대통령의 방문을 따뜻하게 환영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새롭게 출범한 [국민의 정부]의 지도자로서 방미 기간중 클린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물론,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월가와 실리콘벨리 방문, 그리고 기업, 금융계, 언론계, 학계의 지도자들을 광범위하게 만날 예정으로 있습니다. 이러한 기회를 통하여 김대통령은 한.미간의 우의를 재확인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증진시키기 위한 신정부의 정책과 경제개혁 의지를 천명 할 것입니다. 또한 금번 방미는 무엇보다도 미래의 한.미 동반자 관계에 대한 김 대통령의 시각을 미국민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결 어) 한.미 양국 국민간에는 넘치는 우의가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안보 이익의 공유, 증대되는 경제적 상호의존성, 그리고 활발한 민간 교류는 두 나라 관계를 더욱 가깝게 할 것입니다. 또한 미국에 살고 있는 2백만이 넘는 우리 동포들은 양국 관계를 이어주는 중요한 자산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의 병행 발전에 대한 공통의 신념이야 말로 우리 두 나라의 관계를 한차원 높게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공통의 신념에 의해 맺어진 동반자 관계는 편의주의적이고 일시적인 이해관계에 의해 규정되어진 관계보다 훨씬 생명력이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이러한 튼튼한 기반위에서 한.미 양국이 21세기에 항구적이고 포괄적인 민주주의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러한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양국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충분치가 않으며 두 나라 여론 지도층의 공헌이 긴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미 협회를 비롯한 여타 민간 단체의 역할도 또한 중요할 것입니다. 오늘 저와 자리를 같이한 여러분들의 공헌을 기대하는 바입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