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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PAX KOREANA 21 연구원 제 47차 개혁포럼 연설

작성일
2006-11-21 18:10:49
조회수
3350

존경하는 문희상 의원님, 박관회 이사장님, 조병윤 연구원장님 그리고 PAX KOREANA 21 연구원 관계자 여러분,

본인은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래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외교를 수행해 나아가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에 걸쳐 밝혀 왔습니다.

그러한 뜻에서 오늘 이러한 귀중한 자리를 마련해 주신 PAX KOREANA 21 연구원 관계자 여러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김대중 대통령님께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 참석하시기 위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하시는 장면을 가슴벅찬 감격으로 바라본지 벌써 두 달이 되어갑니다.

돌이켜보면 분단 55년만에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은 남북이 그동안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되어온 관계를 청산하고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였으며, 이를 7천만 민족과 전세계에 선포하는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그 이후 한반도 및 주변환경은 새로운 변화를 겪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우리 외교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오늘 「남북정상회담 이후 우리의 외교 방향」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여러분들께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의미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남북정상회담의 의의)

온 겨레의 염원속에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은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일관되게 추진되어온 우리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북한의 이해와 신뢰감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성사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굳건한 한·미 동맹체제, 한·미·일 3국간 긴밀한 정책 공조와 중국·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지지와 협조도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국제적 여건 조성에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금번 남북정상회담은 남북이 상호 정상차원에서 평화와 화해·협력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으며, 따라서 금번에 이루어진 정상간 합의는 그 이행 가능성에 있어서 그동안의 여타 남북 합의와는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이는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의 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북한측이 과거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서 잘 나타나 있습니다.

6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한은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대화를 통해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으며, 양측이 상호위협을 감소시키고 신뢰관계 구축을 통해 한반도 냉전종식을 추구해 나아가자는 공통 인식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남북 정상은 또한 양측의 통일 방안에 있어서도 서로 공통성이 있음을 인정하고 앞으로 그러한 방향으로 통일을 지향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이와 함께,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및 다방면에서의 교류·협력 추진에 합의하는 등 상호 해결 가능한 문제에 대해서는 실사 구시적 자세로 임함으로써 앞으로 남북 당국간 대화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에 기여할 뿐 아니라 동아시아, 더 나아가서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지난 7월21일 G-8 정상회의에서는 이례적으로 「한반도에 관한 특별 성명」을 채택하여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환영하면서 남북관계의 진전 등 한반도에서의 긍정적 사태발전에 대한 기대를 표명하였으며, 7월26일 ASEAN+3 외무장관회의의 의장성명과 7월27일 ARF 외무장관회의가 채택한 의장성명은 모두 남북정상회담을 환영하고, 남북공동선언을 지지하는 내용을 크게 부각시킨 바 있습니다.

세계 각국들은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를 남·북한 관계의 차원에서 뿐만아니라 세계평화라는 국제적 의미에서도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향후 남·북한 관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의 변화는 모두가 주지하시는 바와 같습니다.

「6.15 남북공동선언」에 따라 지난 6.27-30간 남북 적십자회담이 개최되어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및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운영 등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 졌으며, 7.29-31 간에는 제1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8년여만에 처음으로 개최되었습니다.

동 회담에서 제 2차 장관급 회담을 8.29-31간 평양에서 개최키로 합의하는 등 장관급 회담의 정례화, 판문점 남북 연락사무소의 기능 정상화, 8.15 남북 화해주간 선포 및 경의선 철도 복원 등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금번 제 1차 남북 장관급회담은 남과 북이 양측 정상의 뜻을 받들어 남북공동선언을 실시해 나아가려는 의지를 7천만 겨레와 전세계 앞에 재확인한 것으로, 남북장관급 회담은 앞으로 남북공동선언의 이행문제를 포괄적으로 관장하는 동시에 평화와 화해·협력, 민족 공동번영을 이룩하는 중심적인 협의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전망하여 보면, 「6.15 남북공동선언」의 이행을 위한 각급별 남북대화가 활성화되고, 남·북한간 상호교류·협력이 실질적으로 진전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상호간 긴장이 완화되어 평화공존 단계로 접어드는 과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대외관계)

그럼, 여기에서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대외관계 변화와 한반도 주변정세를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은 금년 들어 이태리, 필리핀과 수교하고, 호주와는 복교를 하였으며, 캐나다, 뉴질랜드 등과 관계 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계속하는 등 대외 관계를 확대하고 국제사회 참여를 더욱 활성화하고 있는 데 그 한 예로서 지난 7월에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정회원국으로 가입하였습니다.

ARF에서 북한은 여러 다른 나라들과 함께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관한 문제를 토의하며 협력하는 긍정적 태도를 보여주었으며 미국·일본 등과도 최초의 외무장관 회담을 개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비추어 북한은 앞으로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고,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국제사회의 참여를 계속해 나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근 이러한 북한의 변화를 두고 전술적 변화인가, 아니면 전략적 변화인가 하는 논의도 많이 일고 있습니다만, 북한은 내부의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외부의 경제지원이 불가피함을 인식하여 제한된 개방정책을 계속 추구해 나아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앞으로 국제사회 참여를 적극 추진하는 등 대외정책의 변화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같이 북한이 국제사회 참여를 확대해 나간다면 이는 한반도 긴장완화 및 평화구축 과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나갈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반도 주변정세)

남북한과 주변 4국 관계를 보면, 한국은 주변 4국과 모두 외교관계를 갖고 있으나 북한은 미·일과 외교관계를 갖지 못하고 고립상태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주변 4국간의 접촉이 매우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미·북간의 대화 활성화, 8월 21일부터 일·북 수교 교섭의 재개, 그리고 국제적 우려사항인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도 차츰 대화의 장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7.11-13간 제5차 미·북 미사일 회담이 16개월만에 개최된 바 있습니다.

중국은 그간 4자 회담에 참여하고 북한에 대해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등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하여 왔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5.29-31간 중국을 비공식 방문하였습니다만, 중국측은 앞으로도 한반도에 대한 관심과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고자 시도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난 7.18-19간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였습니다.

사실 러시아는 1990년 우리나라와 수교한 이래 긴밀한 협력관계를 증진시켜 왔으며, 이 과정에서 북한과는 소원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계속되어 왔는데,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을 계기로 러시아는 북한과의 관계를 복원하고,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한 관계진전은 주변 4국의 대한반도 시각 및 정책에도 변화를 초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주변 4국간에는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협력과 함께 이해 관계에 따른 상호 경쟁도 있을 수 있으므로 유동적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음을 우리는 유의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남북 외무장관회담 결과)

남북정상회담 후속조치의 일환으로서, 본인은 최근 방콕에서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ARF) 외무장관 회의 참석 계기에 백남순 북한 외무상과 7월26일 사상 처음으로 남북 외무장관회담을 가졌습니다.

이 회담을 통해 우리는 남북공동선언을 바탕으로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을 증진시켜 나아가기로 하고 이를 위해 대외 관계 및 국제무대에서 상호 협력하기로 하였으며 이러한 원칙을 천명하는 내용의 공동 언론 발표문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본인은 백남순 외무상과 당초 20분간의 예정 시간을 2배이상 초과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북한의 대미·일 관계 개선과 아시아 개발은행(ADB) 및 세계은행(IBRD) 가입에 관하여 이야기하였으며 또한, 국제사회에서의 남북한간 협력 증진을 위한 실질적 실천 방안으로서, APEC 참여 및 ASEM 협력 사업 참가, 금년 10월말 ARF 서울회의에 북한 대표단의 참석을 권유하였습니다.

Putin 대통령 방북시 논의된 북한 미사일 문제도 논의하였습니다. 앞으로 남북 외무장관이 참석하는 국제회의 계기에 가능한 한 계속 회동을 갖는데에도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고, 9월 유엔 총회에서도 만나기로 하는 등 몇가지 분야에서는 합의가 있었습니다.

금번 남북 외무장관 회담은 국제무대에서 남북 양측이 과거의 냉전적 대결로부터 화해와 협력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을 마련하였다고 생각하며, '6.15 공동선언'을 대외관계 분야에서 착실히 이행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한반도 긴장완화와 냉전종식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의 외교 방향)

이상 말씀드린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변화, 한반도 및 주변정세의 변화 등을 감안시,우리는 종래 냉전적 관념을 전제로 했던 외교의 틀을 과감히 탈피해야 할 필요가 있는 반면, 통일이라는 이상과 우리의 안보 현실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야 할 것인가 하는 새로운 외교적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다는 점을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현재로서는 무엇보다도 우선, 남북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이 성실히 이행되도록 함으로써 장차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과정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냉전이 종식되고, 남북한이 함께 통일지향적 평화공존 단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현 단계에서 한반도 평화 공존을 위한 우리의 외교방향을 어디에 둘 것인지를 말씀드리고저 합니다.

첫째, 한·미 안보협력 관계를 흔들림 없는 중심축으로 유지하고, 남북관계와 Perry Process의 진전을 조화롭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기본방향에 입각하여 한·미·일 대북 공조체제를 유지해 나가면서, 남북관계의 진전과 함께 미·북관계 개선과 일·북 수교 교섭상의 진전을 도모해 나아가도록 하겠습니다.

한반도 평화구축의 선결요건인 북한의 경제난 해결과 개방·개혁으로의 정책변화 유도를 위해서는 한·미·일 어느 한 나라만의 역할로는 부족하며, 3국간 긴밀한 협의·협조와 공동보조가 어느 때 보다도 긴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아울러, EU에 대해서도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관계개선 및 KEDO에의 계속 참여를 촉구하는 등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에 적극 기여하도록 유도하고, ASEAN이 남북관계의 진전과 한반도 냉전 종식 과정의 지원 세력이 될 수 있도록 확보하는 노력도 계속 전개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직후 한반도 주변 4국에 대해 특사를 파견한데 이어, 지난 7월 초순에는 EU 및 ASEAN 주요 국가들에게도 특사를 파견하여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와 향후 후속조치 계획 등을 설명하고, 한반도 평화구축 과정에 대한 지지와 협조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둘째,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에 이르는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를 지지하고 협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한반도 안정에 공통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중·러 양국이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중간 그리고 한·러간 양자 안보대화를 강화하고, 실질협력관계를 증대해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의 인접국들에게 장래 통일된 한국은 선린우호국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셋째, UN, ASEM, APEC, ASEAN+3 및 ARF 등 국제기구 및 국제회의에서 남북관계의 진전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명시적이고 강력한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남북관계 진전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방향으로 우리의 외교를 시행해 나아감에 있어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의 합의정신을 기초로 하여 국제무대에서 남북이 상호 협의하고 협조하는 외교 패턴을 확립함으로써 남북한 관계가 zero-sum 관계가 아닌 win-win적인 관계가 되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넷째, 중·장기적으로는 북한의 경제난 해결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의 경제·통상 외교의 영역을 확대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경제협력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서방 선진국과 대북 경협 추진문제를 협의하고, 아시아 개발은행 및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 등에 대해 북한의 옵저버 자격 초청을 유도하여 북한의 가입 여건 조성에 힘쓸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남북경협 및 투자 확대 과정에서 수반되는 물자 교역시 국제규범과의 상충문제를 해소하고, 궁극적으로 북한경제가 세계 경제로 편입될 수 있도록 외교면에서 이를 적극 지원해 나가는 일도 지금부터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 어)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부각시키고, 우리의 포용정책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지원 모멘텀을 계속 유지시켜 나가기 위하여 UN관련 회의 등 국제무대에서 남북한이 협력해 나가도록 준비하고 있으며, 아울러 이를 위해 북한측과 필요한 수준에서 연락을 취하고 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및 주변정세 변화는 우리 외교에 기회와 함께 도전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모두에서 말씀드렸듯이, 정부는 앞으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는데 노력하고, 또한 이를 바탕으로 한 외교업무를 계속 충실히 수행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앞으로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