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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반기문 차기 유엔사무총장 출국전 국회 연설

작성일
2006-11-10 22:32:26
조회수
4271

반기문 차기 유엔사무총장 출국전 국회 연설

 

 

2006년 11월 10일 10:00

국회 본회의장

 

 

 

존경하는 임채정 국회의장님, 국회의원님 여러분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소중한 발언 기회를 갖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내년 1월부터 제 8대 유엔 사무총장직을  수행하기 위해 출국하기에 앞서 오늘 의원님   여러분께 고별인사를 드리고 저의 소감도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제가 이 자리에 서기까지 국회 의장님과 여야 의원님 여러분들께서 저를 아낌없이 지원해주신 데 대해 깊이 감사 드립니다.

 

저의 유엔 사무총장 선출은 결코 제 개인의 역량만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가깝게는 의원님 여러분과 정부, 언론을 포함한 온 국민의 뜨거운 성원이 결집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멀리 보면 우리나라가 건국이래 국내외에서 이뤄온 경이로운 업적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금번 외교적 개가는 우리 국민 모두의 몫이며, 그간 우리 국민이 온갖 시련을 극복하면서 흘렸던 피와 땀과 눈물의 소산입니다. 이렇게 얻은 것이기에 그 영광은 결코 저 혼자만의 것이 될 수 없으며, 조국을 사랑해온 모든 국민에게 돌려져야 마땅 하다고 봅니다.

 

존경하는 의원님 여러분,

저는 오늘 바로 이 점이 과거의 유엔 사무총장 선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의미심장한 부분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국민적 열의가 뒷받침되기만 한다면 국제무대에서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유엔의 목표와 이상인 평화와 안전, 경제발전,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을 가장 단기간에 가장 모범적으로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2년 10개월간 외교장관으로서 세계 각국을 방문하면서 많은 나라로부터 한국을 자국발전의 모델로 삼고 싶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오늘의 한국을 일구어낸 우리 국민 앞에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존경하는 국회의장님, 의원 여러분,

지금 우리나라는 선진국 진입의 대망을 갖고 있는 한편 목전에는 21세기의 복잡다기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저는 저의 유엔 사무총장 선출에서 우리의 대망 실현에 유익한 시사점들이 발견되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먼저, 저의 유엔사무총장 선출은 한국인은 유엔 사무총장이 되기 어렵다는 우리 스스로의 고정 관념을 깨뜨린 것입니다.

 

금년 2월 우리 정부가 저를 차기 사무총장 후보로 추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한국은 분단국이고 북한 핵문제의 당사국이며, 미국과의 군사동맹이라는 등의 이유로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자신의 국제적 위상을 바탕으로 전통적 지혜의 벽을 돌파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21세기의 다양한 난관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의 위치와 대상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고찰해보는 창의적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는 스스로를 존중하는 자긍심에서부터 출발될 수 있습니다.

 

둘째로, 이제 우리는 세계를 향해 마음을 활짝 열고 ‘세계 속의 한국’을 구현해야 합니다. 이로써 인류의 공동번영과 전 세계적 범위에서의 국익을 동시에 추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국민은 사유의 틀을 국제무대로 확대해야 하고 우리 사회는 여러 방면에서 국제적 표준에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 또한 우리 자신에 대한 존경심과 자긍심을 바탕에 두어야 가능하다고 봅니다.

 

셋째로, 우리의 국제적 역할 확대를 위해 우리의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가 더욱 증대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국제사회에 대한 노블레스 오블리쥐를  능동적으로 떠맡아야 합니다.

 

최근 우리의 대외원조가 다소 확대되기는 했지만 국제기준에 비추어 아직 적고 지원방식도 시대에 뒤져 있습니다. 유엔평화유지군에 대해서도 재정 분담에 비해 인적 참여가 매우 미약합니다.

 

마지막으로,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역할 제고를 위해서는 외교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시켜야 합니다.

 

대통령님의 결심에 따라 최근 외교인력의 보강이 이뤄지기는 했지만, 저는 외교장관으로서 아직 우리 외교역량이 21세기의 거센 도전에 맞서기에는 너무나 부족함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리적인 역부족이 많은 기회의 상실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4천 7백만 국민의 대표이신 국회의원 여러분,

혹자는 저의 사무총장 선출로 우리에게 돌아온 이익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저는 한국의 위상을 국제사회에 더 높였다고 답변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사무총장 진출이 우리나라에 궁극적으로 얼마나 기여할 것이냐는 사실 저 자신이 아닌 우리 국민 스스로의 마음과 노력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우리 국민이 ‘가슴은 한국에, 시야는 세계에’ 두고 행동할 때 비로소 저의 사무총장 진출은 최대의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계는 무궁무진한 기회로써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환영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회의장님, 의원님 여러분

저는 이 연설을 마치면 사무실에 돌아가 장관직을 퇴임하고 제가 37년간 고락을 함께 했던 동료들과도 석별을 나눌 예정입니다. 그리고 사무총장직 취임 준비를 위해 11.15 뉴욕으로 떠나게 됩니다.

 

유엔에서의 저의 임무는 과거 그 어느 사무총장보다도 막중할 것이라고 합니다. 지난 60년간  미뤄왔던 유엔 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냉전 종식후 다발하고 있는 지역분쟁을 조속히 해소하고, 끊임없는 테러와 비전통적 위협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특히 제가 직접  관여해왔던 북한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유지에 대해서는 사무총장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여 조속한 시일내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합니다.

 

또한 2015년까지 유엔의 최대 과제가 된 빈곤퇴치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하고 양극화도 막아야 합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전세계에 보편적으로 확립시키고, 회원국간의 다층분열을 화합으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솔직히 저는 지금 태산 같은 난제들 앞에 혼자 외로이 서 있다는 심정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저는 이러한 과업의 실천에 우선 제 개인의 37년간 외교관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할 것입니다. 회원국들로부터 최대의 협조를 확보하기 위해 ‘화합의 전도사’가 될 것이며, 각국 지도자들의 관심과 정치적 의지를 결집할 것입니다.

 

그러나 유엔 사령탑이 된 후에도 저 반기문의  원동력은 역시 한국적 정신력이 될 것입니다.  한국인으로서 체화된 근면성실, 조직에의 헌신, 변화를 추구하는 역동성, 시련에 맞서는 불굴의 의지, 극단을 경계하는 중용의 정신을 최대한  발휘할 것입니다.

저는 한국의 사무총장은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여전히 한국인 사무총장입니다. 저는  티그리브리 초대 사무총장이 퇴임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고백한 유엔 사무총장직을 한국인의 명예와 긍지를 바탕으로 완수해 보이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제가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는 날 국민 앞에 자랑스러운 귀국보고를 올리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의장님, 그리고 의원님 여러분,

저는 저의 영광을 국민의 승리로 돌렸습니다. 훗날 제가 성공한 사무총장으로 평가된다면 그 공도 역시 우리 국민과 함께 나눌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는 감히 저의 책임도 우리 국민과 함께 나눠 갖고 싶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한국인 사무총장으로서 유엔을 21세기의 인류가 희망을 걸 수 있는 조직으로 일신할 수 있도록 의원님 여러분과 우리 국민들께서 변함없는 지원과 성원을 보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