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연설문

한.일 밀레니엄포럼 축사(국문)

작성일
2003-11-07 00:00:00
조회수
4713

한.일 밀레니엄포럼 축사

(윤영관 장관, 2003.11.7(금), 서울)

 

 

오늘 한.일 양국 사학의 명문인 와세다대, 게이오대, 연세대, 고려대의 저명한 학자 여러분들이 참석하는 밀레니엄 포럼이 개최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제 자신 대학에 몸담고 있다가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되었습니다만,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의 학술포럼도 이론을 현실정책에 접목시킬 수 있는 결과지향적 토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의 밀레니엄 포럼도 새천년의 한.일 미래상을 제시함과 동시에, 구체적인 정책방향도 제시하여 양국 정부의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생산적 결과가 도출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럼 이자리를 빌어 한.일 양국의 당면 현안인 북한 핵문제와 21세기 한.일 양국관계의 과제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북한 핵문제)

 

우리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한반도 평화증진과 남북한 공동번영을 추구하며 동북아의 안정과 발전에도 기여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평화번영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긴요합니다.

 

그간 우리정부는 북한의 핵개발을 용납할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 아래서 이 문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해 오면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왔습니다.

 

관계 각국의 힘든 외교적 노력을 거쳐 금년 8월말 북경에서 6자회담이 개최되었고, 이제 금년내에 제2차 회담이 개최될 전망도 밝아졌습니다.

이는 한.일.미 3국간의 긴밀한 공조, 중국.러시아의 역할, 특히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한 설득노력이 주효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0.29-31간 중국의 우방궈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방북 계기에 6자회담 후속회담에 참가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태도를 고무적으로 평가하며, 조속한 시일내에 제2차  6자회담이 개최되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구체적 진전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합니다.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은 각자의 고유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일.미 3국 공조의 틀내에서는 3국간의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가장 현실적이면서 당위적인 제안을 만들어 내는데 한.일 양국이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일.미 공조의 틀 밖에서는 한국은 남북대화의 채널을 통해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의 현실을 인식시키고 하루빨리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고 있습니다. 핵문제에도 불구하고 남.북간 대화와 협력이 지속되고 있는 사실은 북한의 남한에 대한 의존도를 높임으로써, 핵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믿습니다.

 

한편, 일본은 나름의 비공개 채널을 통해 북한을 설득하고 있으며, 일.북관계 정상화시의 대규모 경제협력이라는 중요한 leverage를 갖고 있으므로, 최근 다소 불편해진 일.북 양자관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잠재적 대북 영향력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핵문제는 이 지역의 안정뿐만 아니라 비확산 이란 국제질서의 틀을 유지하는 중요한 global issue입니다. 따라서 북한 핵의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 완전한 폐기라는 대원칙하에서, 관련국들이 모든 지혜와 유연성을 발휘하여 해결에 최선을 다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 해결의 과정에서 한.일 양국간의 긴밀한 협의와 협력, 그리고 각자의 독창적 노력이 더욱 중요해 질 것임은 자명하다고 믿습니다.

(한.일관계)

 

금년 6월 노무현 대통령께서 일본을 국빈방문하여 코이즈미 총리와  [평화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위한 한.일 협력]의 비젼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함으로써, 1998.10 김대중 대통령 방일과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로 튼튼한 기반을 닦은 한.일 관계가 더욱 비상할 수 있는 이정표를 구축하였습니다.

 

이와같은 양국간 우호.협력관계의 흐름속에서 우리는 21세기 새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과제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첫째, 한반도와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안정을 위한 양국간 협력이 강화 되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긴요하며, 두 나라의 협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둘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두 나라는 지금까지의 쌍무관계 차원의 협력의 지평을 넓혀 동북아지역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서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양국은 한.일.중 3국간 정상회의를 비롯한 대화의 채널을 활성화하고, 역내 국가간 교류를 확대.심화시켜 나가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셋째, 한.일 FTA는 양국간 경제 협력뿐만 아니라 동북아지역의 번영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므로, 지난 10월 방콕 APEC 정상회의 계기에 양국 정상간 합의한 바와 같이 2005년내에 체결될 수 있도록 양국이 적극 노력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넷째, 한.일간 협력 관계를 가일층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인적교류의 활성화를 통한 양국국민간 상호이해와 신뢰의 증진이 그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오는 11.30부터 김포-하네다간 항공편의 운항을 개시키로 양국이 합의한 것은 양국간 일일생활권 조성 및 인적교류의 활성화를 위한 커다란 진일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국민에 대한 일본입국 비자면제가 조속히 실현되기를 희망합니다.

지역간의 화해와 협력이 새천년의 시대정신이 되어가고 있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유력 정치인들의 과거사관련 왜곡발언이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음은 실로 유감스럽고 시대착오적인 현상입니다. 한.일 양국관계의 미래 지향적 발전을 위해서 뿐 아니라, 일본의 국가적 성숙도를 높여 이웃과 세계로부터 존경받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도, 이 지역의 공동발전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이러한 개탄스러운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특히 일본의 지식인 여러분들이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포럼의 큰 성공을 기원하면서, 이만 인사에 대신코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