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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취임사

작성일
2004-01-17 00:00:00
조회수
4559

만나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제가 차관을 떠난 지 3년여만에 다시 여러분들과 일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오늘 아침에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습니다만, 제 개인적으로 영광을 느끼기 전에, 마음이 무겁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어려운 때에 노 대통령께서 기회를 주신 데 대해 깊이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참여정부의 국정철학에 따라 여러분과 열심히 일할 것을 다짐합니다.

 

작년 2월에 참여정부의 출범과 함께 우리 외교부의 발전, 북핵 해결을 위해 많은 일을 하시다가 퇴임하신 윤영관 장관님께 대해서도 무한한 존경과 심심한 사의의 말씀을 드리는 바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외교통상부나 우리가 처한 외교환경은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건국 이래 막중한 외교과제가 산재해 있는 때에 여러분들의 적극적 참여, 협조가 필요합니다. 외교부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라있다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외교부가 과거의 관행을 답습하고 일부 직원들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치고 국민들에게 비판과 질타를 받게 된 데 대해서 외교부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송구스럽고 가슴아프게 생각합니다. 우리 외교부의 명예가 많이 실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외교부 직원들은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투철한 국가관을 가지고 열심히 봉사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뼈아픈 성찰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실무직원들이 우리 사회의 높아진 도덕적 기준에 부응하는 데 미치지 못했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발을 맞추지 못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34년여 근무기간 중 우리에 대한 외부의 부정적인 시각을 불식시키려고 개인적으로 노력해 왔습니다만, 아직까지 불식시키지 못하고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점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을 해 봐야 하겠습니다. 국민들에게 외교부가 외부와의 벽을 높이 쌓고 그 안에 안주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인상을 주는 것에 대해서도 이러한 현실을 계기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외교부는 국민들과 함께 하는 외교를 펼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는 시민의식, 국제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습니다. 높아진 국민 의식에 따라가야 합니다. 국민과 유리된 외교는 있을 수 없고, 또 선거로 신임을 받은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공유하고 대외적으로 우리가 구현해 나가야 하는 사명에 투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책결정과정에 있어서는 충분한 토의와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있어야 하고 앞으로 저도 장관으로서 그것을 충분히 보장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일단 정부의 정책이 결정된 이후에는 결정된 정책을 충실히 이해하는 것이, 공직자의 윤리이며 개인으로서의 존엄, integrity라고 생각하여 잘 지켜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몇몇 우리 동료들이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치고, 국가원수인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직원에 대해서는 마음 아프지만, 인사조치를 통해 교체할 생각입니다. 그 직원들이 우리 조직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이러한 인사조치에 가슴아파하지 않는 직원은 없겠지만 당사자 및 조직의 발전을 위해 심기일전의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외 언론에서 이번 외교통상부 장관의 교체가 우리 대외정책에 있어서 청와대와 외교부의 이견이 있어 이루어진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러한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 저도 외신과의 회견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인상을 준 면도 없지 않아 있기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더욱 노력을 해야 합니다.

 

우리로서는 참여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균형적인 실용외교에 바탕을 두고, 우리 외교현안을 능동적이고 신축적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지혜를 가져야 합니다. 어제밤에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으로부터 취임 축하 전화가 와서 한미 양국 장관간의 한반도 평화 안정문제, 특히 북한핵문제에 대해 논의를 하고 한미동맹을 한층 발전시켜 나가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앞으로 주요 우방국들은 물론, 전세계의 우리 대사관 직원들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우리 외교 지평을 넓혀갈 것입니다.

 

외교부의 개혁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외교부는 지난 1년간 내부적으로는 조직개편, 외부적으로는 여론질타 등으로 참으로 어려운 한해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실패에서 교훈을 이끌어내지 않는 조직은 미래가 없음을 상기하고 외교부는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삼아 나가야 할 것입니다. 어느 조직이든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공유될 때 오히려 자발적 개혁의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까지 외교부가 이루어놓은 많은 업적과 전통 위에서 합리적인 개혁을 과감히 이루고, 조직의 효율성 및 투명성을 제고하고 조직의 안정을 기하겠습니다. 우리부가 그간 엘리트주의, 보수적이고 배타적 성향, 권위주의적 문화, 동료애의 부족 등으로 외부의 비판을 받아온 점을 감안, 외교부 조직 혁신노력을 계속하여 새로운 기풍을 진작해 나갈 것입니다. 부연하자면 개방적인 조직문화, 보다 진취적인 업무자세, 국민에 더 적극적으로 봉사하는 외교행정을 구현해 나가고자 합니다.

 

최근 외교부 풍토는 다소 침체되고 부서간, 상하간 혈류가 원활히 소통되지 않는 신진대사의 장애를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긴밀한 협의를 통해 여러분들이 기대감을 갖고 출근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적재적소에 인사를 배치하고, 인사의 투명성을 증진시키고 장기적으로 인사순환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또한, 동료애가 조성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 조직의 상하갈등 및  의사소통 장애에 대해 신경을 쓰고 여러분들과 대화를 많이 하고자 합니다. 장관이나 차관의 경우, 간부들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장, 실무직원들과도 가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가능한 많이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조직을 변화시키면서, 우리 외교지평을 넓혀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제까지 주요 몇몇 나라를 중심으로 외교를 하다가 장관이 바뀌면 또다시 시작해야 하는 불필요한 외교적 낭비도 많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외교의 다변화를 꾀하고 정보화 등 다양한 발전이 이루어지는 현 상황에서 외교 노력도 다원화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문성도 강화하고, 자율과 분권의 정신에 입각하여 여러분이 책임 및 긍지를 갖고 일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우리부가 당면한 최대 외교현안은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및 이라크 파병의 성과를 거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핵 문제에 관해서는 최근 2차 6자회담 개최 분위기가 성숙되고 있으며, 북한이 핵폐기 의사를 밝히고 회담 참여에 긍정적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관련국들이 좀더 신축성을 발휘하여 금년내 타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하고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아직 국회의 동의안이 처리되지 않았습니다만, 이라크 전후재건과정을 지원하여 중동정세의 안정을 기여하는 동시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는 성과를 얻어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파병부대 및 대사관 직원의 안전을 최대한 고려하고, 이라크 국민에게 환영받는 우리 부대가 되도록 관계부처간 협력 및 여러분들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진전에 발맞추어 남북한간 교류와 협력을 증대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한 외교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하고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 나가야 할 것입니다.

 

칠레와의 FTA가 국회에서 조속히 비준되도록 노력해야 하며, 한.일, 한.싱가포르 FTA에도 박차를 가하면서 세계 경제의 지역적인 움직임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issinger 전 미 국무장관은 "현재의 세계가 혁명적인 혼돈의 상태에 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새로운 질서를 향해 세계적으로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최상의 실력 및 최고의 조직이 필요합니다. 외교통상부는 최고의 상품가치를 가진 정부부처를 지향해 나가고 시대를 읽는 냉철한 통찰력과 시대를 선도하는 창조적 자세로 도전의 시기를 기회로 전환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직원 여러분의 우수한 능력과 자질을 활용하면 유리한 여건이 조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매년 연두 보고시, 대통령님들은 우리 직원들에게 외교부는 우리나라 국가운명의 장래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일을 수행하고 있는 부처라고 말씀하셨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외교관으로서 한 나라의 역사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외교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감안,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허심탄회한 심정으로 일을 해왔고, 여러분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가져 왔습니다. 장관이 되더라도 대화의 기회 마련에 소홀히 하지 않고 여러분들과 긴밀히 자주 만나서 협의하고자 합니다. 어려운 일, 상의하실 일, 중요한 정책 제언이 있을 때, 미리 연락을 주시면 여러분들과 협의를 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원칙적인 말씀을 드려 부담을 드린 것 같습니다만, 말씀드린 바를 깊이 명심해 가면서 제 자신도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협조를 바랍니다. 이 기회를 빌어서 전세계에서 어려운 가운데도 불구하고 투철한 국가관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계신 재외공관 동료직원 여러분들께도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내달 공관장회의에서도 공관장들과 긴밀히 협조할 것이며, 우방과도 긴밀히 협조해 가면서 외교부가 국가 이익을 최대한으로 증진시키고 국가 위상을 증진시키는 데 노력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과 일하고자 합니다. 많이 도와주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