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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외신기자클럽 오찬 연설

작성일
1998-10-13 00:00:00
조회수
5070
1998.10.13 외신기자클럽 박한춘 회장님, 그리고 외신기자 여러분, 오늘 여러분을 만나뵈서 반갑습니다. 한국과 주변 4강과의 관계, 그리고 한국의 대북정책에 관해 간단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리가 주변 4강, 즉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에 대한 정책을 추진하는데는 두가지 기본 고려사항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우리가 고려하고 있는 요인은 대 북한 관계개선의 필요성입니다. 남북관계는 국내적 측면과 국제적 측면이 혼재하고 있는데다 양측간에 커다란 이념적 차이가 존재하고 있고, 또한 북한이 외교적 벼랑끝 전술 및 모험주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한 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또다른 요인은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기여해 나가면서 동북아의 중견국가인 한국이 주권국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기본원칙에 기초하여 이러한 역할을 수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냉전종식이후 동북아의 안보환경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냉전 양극체제의 와해와 함께 야기된 불확실성속에서 주변 4강은 때로는 화합하고 때로는 갈등을 겪으면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여 왔습니다. 아직도 동북아지역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긴 합니다만 점차 이지역에는 새로운 균형상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동북아 주변 4강 사이에는 고위인사 교류와 상호 이해강화를 모색하는 추세가 현저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4강 사이에는 최고위급 회담이 빈번히 개최되고 있으며, 상호관계를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발전시켜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4강은 시장경제를 중심으로 하여 상호간의 동질성을 강화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한국도 주변 4강과의 계속적인 관계발전을 추구하고 있으며 북한을 건설적으로 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미간 유대관계는 그 어느때 보다도 굳건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양국간 유대관계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가치를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6월의 성공적인 미국 방문을 통해 한.미 양국관계를 한단계 더 성숙한 관계로 발전시켰습니다. 한편, 지난주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은 과거의 경색되었던 한.일 관계를 청산하고 가장 가까운 이웃인 두나라간에 진정한 의미의 동반자관계의 장을 새롭게 열었습니다. 건전한 한.일 양국 관계는 동북아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서도 주도적인 기여를 할 것입니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 92년 수교관계를 맺은 이후 정치, 경제, 문화 등 각분야에서 협력관계를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김대중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21세기를 향한 한.중 양국간 협력관계의 강화 방향을 설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러시아와도 90년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후 건설적이고 상호보완적인 협력관계를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최근 양국간 외교관 상호추방 사건은 단순한 일과성 사건에 불과합니다. 저와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달 뉴욕에서 회담을 갖고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우호협력관계 증진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점차 동질성이 높아가고 있는 이들 4강은 모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유지에 많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이들은 북한을 포용하고 평화공존 체제를 수립하려는 우리의 정책을 적극 지지할 것입니다. 또한 4강은 모두 점진적이고, 평화적인 한반도 통일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통일 한국은 한반도에서의 분쟁 가능성을 제거하고 상품과 서비스의 시장과 공급선을 확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동북아지역에서 4강과 남.북한이 참가하는 안보와 협력을 위한 대화 구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한 다자간 포럼은 동북아의 안정적 안보환경 유지에 크게 기여함으로써 이지역 국가들이 역내 공동번영 추구를 위한 노력을 중단없이 추진하도록 할 것입니다. 한편, 지난 9월초 북한에는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당분간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북한의 경제상황은 매우 어렵고 북한 주민들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은 북한을 확고히 장악하고 있으며 현 체제는 계속 존속해 나가리라 예상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대북 포용정책을 견지해 나가는 것입니다. 대북 포용정책은 강력한 안보의 뒷받침하에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고 북한이 변화하는 현실에 적응하도록 하기 위한 제반의 조치를 의미합니다. 북한은 도발적 행위를 되풀이함으로써 우리의 포용정책을 시험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대북 포용정책은 장기적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서구 세계가 구소련 블록에 대해 취했던 데탕트 정책에서 역사적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데탕트 정책이 많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른 후 결국은 결실을 맺었듯이 우리는 대북 포용정책이 결실을 맺을 만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기다려야 합니다. 북한은 지난 8월31일 위협적인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여 국제사회를 경악케 한데 대해 분명히 설명해야 합니다. 또한 영변 부근에 현재 건설중인 지하시설에 관한 의혹을 해소하고 제네바 합의를 성실히 준수하고 있음도 입증해야 합니다. 제네바 합의는 한반도의 안정뿐 아니라 핵비확산 체제의 유지에도 필수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로켓발사와 제네바 합의는 별개의 사안이며, 이 두문제는 별도로 다루어져야 합니다. 이 두문제가 함께 얽혀져서 우리의 장기적인 정책구상을 혼란에 빠뜨려서는 안됩니다. 한편, 우리는 일관되고 분명한 우리의 입장을 북한에 전달해야 합니다. 즉, 우리는 북한의 어떠한 무력도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재촉하거나 북한을 흡수통일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정경분리의 원칙에 따라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대북자세에 대해 지금껏 북한은 긍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점진적인 개방을 통해 변화하는 현실에 적응해 나가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것이 바로 한반도와 동북아에 평화와 안정을 정착시키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저는 북한의 지도부가 남한과의 직접 대화와 협력에 응하는 것이 실보다 득이 훨씬 많다는 것을 속히 깨닫기를 기대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