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연설문

장관,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강연(12.6)

작성일
2007-12-06 18:00:00
조회수
4125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상공회의소 초청 강연

“한국외교의 방향과 주요 외교과제”
2007.12.6(목) 08:10-09:10, 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지하2층)

한반도에서 우리는 남북 문제, 안보상황, 남북간 경제협력과 교류, 북한 핵문제, 이를 둘러싼 각국의 영향이나 입장 등이 맞물려 있는 정세 속에 살고 있습니다. 외교부 장관으로서 한반도 문제와 국제적 환경을 잘 조화시켜 선순환적으로 움직이게 만들고자 합니다.

중동과 중앙아 지역을 방문하고 어제 돌아왔습니다. 그곳의 안보상황과 정세를 살펴보니, 우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하신 기업인 여러분들께서도 여러 상황들을 넓은 시각에서 관찰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좋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업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말씀드릴 기회가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만, 우리나라가 고속 성장하여 국제사회에서 발전된 나라로 부각될 수 있었던 데에는 기업인 여러분들의 노력과 열정이 이바지한 바 크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서 생활하는 외교관의 경우, 나라가 잘 살아야 어깨를 펴고 다닐 수 있는데, 우리가 어깨를 펼 수 있는 것은 기업인 여러분들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여수 엑스포 유치도 민과 관이 힘을 합쳐 조직적으로 협조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습니다. 투표 결과, 모로코가 생각보다 많은 지지를 받았는데, 우리 민간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쉽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치·안보·경제·문화란 말을 외교 앞에 붙임에 따라, ‘외교’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배부르고, 등 따시고, 체면 살리는 것”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배부르다는 것은 “경제 외교”를, 등이 따뜻하다는 것은 “안보 외교”를, 체면은 “문화·이미지 외교”로 볼 수 있겠습니다. 간략하게 3P라고 할 수 있는데, 안보는 peace, 경제는 prosperity, 국가의 체면·이미지·국위 선양은 prestige입니다. 이 3가지를 세우는 것이 외교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전세계에서 인구 1인당 외국 군대가 가장 많은 나라입니다. 그만큼 안보 측면에서 고려할 게 많다는 얘기입니다. 또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세계 3-4위일 정도로 높은 나라입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이 세계 어디에 나가있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세계의 어느 곳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 “그곳에는 한국 사람이 없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살펴보면 어김없이 한국 사람이 진출해 있습니다. 따라서 3P를 보호해야 할 국가적 의무는 아주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안보문제에 있어 북핵문제와 한반도평화체제 수립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경제성장을 지속할 동력을 꾸준히 창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양자 차원에서 FTA를, 다자 차원에서는 WTO체제와 DDA 협상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편, 국가체면 문제는 사실 그동안 많이 논의되었던 사안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세계 10위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제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체면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그러지 못하고 국제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자기 것밖에 모른다”는 여론이 형성된다면, 우리들이 경제활동을 해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유럽이나 북미 국가들이 국가위상을 올리기 위해 애쓰고 있고, 선진국으로 대접 받는 것을 보면, 이러한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후진국에 대한 개발원조, 유엔 PKO 등에 적극 동참하고, 인권 등 보편적 가치에 신경을 쓰면서 살아갈 때, 다른 나라로부터 대접을 받고 인정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기업인 여러분들과 협조할 수 있는 부분은 협조할 것입니다.

첫번째 P, 즉 peace, 평화·안보 문제와 관련하여 북핵문제가 가장 궁금하실 것입니다. 지금 북한 핵문제가 핵심이고, 여기에 여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북핵 문제는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되고, 한·미관계를 엮어주는 매듭 부분(binding post)이며, 또 동북아 전체의 안보와 연결되어 있는 핵심 사안입니다.

북한 핵문제는 ‘10.3 합의’를 통해 금년말까지는 북핵 시설을 불능화하기로 하였습니다. 불능화란 핵시설 중 중요한 부품을 절단한다든지, 분리시키든지 함으로써 일단 핵시설이 가동되지 않도록 하는 1차적 조치입니다. 그 다음은 뜯어낸 것을 폐기시키는 것이 되겠습니다만, 북한으로 하여금 금년 말까지 불능화를 하도록 하고, 대신 우리는 에너지와 경제지원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은 미국의 대북제재를 해제 받는 것인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북한은 국제사회에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남북협력에 있어서도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가 중요합니다.

북한은 또한 그간 어떤 핵활동을 했고, 어떤 물질을 갖고 있고, 어떤 시설을 운용하고 있는지를 신고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현재 부품을 절단하고 분리하는 과정은 어느 정도 진전이 있는데, 핵활동·물질·시설에 대한 신고 부분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연말까지 1차적 단계를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현 상황에서는 조금 융통성을 가지고, 연말을 목표로 계속 노력해나가겠습니다. 미국과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습니다. 연말까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되, 목표 일자가 맞지 않는다면 융통성 있게 조정하면서 현실적으로 맞는 방향으로 나가려 합니다.

현재 핵문제는, 앞으로 안정적으로 풀려나가는 국면으로 가느냐, 아니면 좀 덜컥거리는 - 그간 수 차례에 걸쳐 오르락내리락 굴곡이 있었습니다만 - 굴곡을 겪느냐 하는 고비에 있습니다. 정부는 이것이 굴곡 있는 움직임일지라도, 안정적으로 - 그리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 해결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자 합니다.

다음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우리가 주도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다른 나라들이 신경써서 이끌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운명과 역사는 우리가 만들어 간다는 차원에서 우리가 이끌어나가야 합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이 어느 정도 진전되어, 예를 들어 불능화가 되고 신고가 이루어진다면, 한반도 평화체제수립 협상을 위해 다른 나라들과 협의하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국제정치에서 peace process란 말을 많이 합니다. 이는 평화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과정을 통해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에서 평화과정은 형식적인 것은 시작되지 않았으나, 현실적인 과정은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에서의 평화는 남북관계 정상화와 미북간 제재 및 적대관계 해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과정입니다. 남북관계 심화발전과 미북관계 정상화, 이 두 가지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면, 사실상 peace process가 시작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금년 남북정상회담, 총리회담, 국방장관회담, 경제장관회담 등은 남북관계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미·북관계도 이미 많은 접촉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BDA문제로 6자회담 진전이 느려지기도 했지만, 동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접촉을 유지하였고, 금융 문제에 있어 협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 고위관료가 북한을 빈번하게 방문하고 있는데, 이러한 것 자체가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과정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를 구성하는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편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형식적 과정은 앞으로 시작될 것입니다. 북한 핵문제가 손에 잡힐 정도로 진전되면, 직접 관련되는 남과 북, 휴전협정 서명에 관여된 미국과 중국이 모여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과정을 개시할 것입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안보를 위해서는 역시 주변국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과의 관계를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잘 관리해야 합니다. 특히 한·미관계에 대해 관심과 걱정, 긍정과 부정적인 시각들이 혼재하는데, 한미동맹이 지난 50년간 -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 한반도 안정과 번영에 기여해왔습니다. 양국 정부는 한반도 장래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동북아는 어떤 형태로 발전하는 것이 좋은지, 국제문제, 인류의 보편적 가치 기준, 인권이나 후진국 개발, 지역 평화유지 등 여러 사안에 대해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전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유된 인식과 비전 속에서 한미관계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참여정부에서 몇 가지 중요한 질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질적 변화라 함은 주한미군의 위치를 평택으로 옮겨서 통합된 기지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을 추진한다든지, 주한미군이 갖고 있던 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 이양해서 한국 방위는 한국이 책임지고, 미국과 한미동맹은 지역 전체 차원에서 안정적 역할을 하도록 하고, 이런 식으로 한미관계를 발전적으로 전환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양국 공동의 이익에 맞기 때문에 추진하는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중국의 경우,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양국이 깊은 공동의 이해를 갖고 있습니다. 제가 실제 중국측과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입장이 많이 다르구나’라고 느낀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북핵문제에 대해서도, 한반도가 안정되는 것이 중국이 추구하는 국가목표에 부합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잘 조화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한 외교적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의 무역액을 합친 것보다 한·중간 교역이 많은 현실인 바, 이 점에 있어서도 양국이 같이 잘 관리해나가야 될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양국 관계가 많은 굴곡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 일본이나, 이사 갈 수 없는 이웃입니다. 양국 간에 차이 나는 것은 나더라도,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역사 문제, 정치 상황, 대북정책 등에 있어 간격이 있지만, 일본과는 시장경제 등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고, 경제적·사회적 교류 등을 지속해야 되기 때문에, 간격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잘 관리해야 될 것입니다.

중국 및 일본과의 협력관계를 살펴보면, 금년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한·중·일 외교장관회담을 했고, 내년 상반기에도 개최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이번에 싱가폴에서 한·중·일은 정상회담을 별도로 갖자는 데 합의한 바 있습니다. 한·중·일이 모여서 이야기하다 보면, 한국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중국이 일본에게 직접 못하는 이야기, 일본이 중국에게 직접 못하는 이야기를 우리가 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는 유럽국가이면서도, 아시아국가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는, 러시아가 필요할 때, 맞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계를 관리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음은 prestige로, 국가위신·이미지·품격과 관련된 사항입니다. 서두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국가이미지를 제대로 세우지 않고서는 선진국이 되기 어렵습니다. 국가이미지를 올리는데 큰 투자를 해야 합니다. 기업도 기업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듯이, 국가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국가 전체가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가 미국·중국·일본과 같은 강국은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단단한 국가적 힘을 가진, 그리고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존경 받는, 다른 나라가 귀를 기울이는 나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국제사회에는 한국의 이미지와 관련해서, 아직도 일본의 식민지, 한국전쟁, 군사독재, 일본한테 트랜지스터 기술을 배워서 돈 좀 벌었다는 식의 “잔영”이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잔영”을 극복하고, “한국이 근세에 와서 어려움이 있었으나 역사적으로 뿌리가 있고, 문화와 예술이 있고, 체면도 생각하고, 옆 사람도 도와줄 줄 아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을 두·세 가지로 정리하면, 하나는 개도국 개발원조인 ODA, 둘째는 평화와 안정이 위협받는 지역에 유엔이 주도하는 평화유지활동(PKO)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 분야들에 우리의 국력을 더 투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OECD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OECD 국가들의 ODA 수준과 비교해 보면, 그들의 1/7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짠돌이” 수준입니다.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ODA는 그냥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수혜의 혜택이 결국에는 원조국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조건을 붙이지 않는 지원이지만 결국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국제사회에 나가보면, 많은 개발도상국가의 정상들이나 장관들이 “지난 30-40년간 한국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 달라”고 합니다. 6-70년대 우리가 자기들보다 못 살았는데, 어떻게 잘 사는 나라가 되었는지, 어떻게 압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합니다. 이것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가르쳐줄 수 없는 것입니다. 한국을 제외하고 가르쳐줄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어떤 나라는 돈이나 물자보다는, 사람을 초청해서 노하우를 가르쳐달라고 요청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원조요청국가의 발전을 돕는 한편, 우리로서는 국가이미지를 개선하는 등의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평화유지활동과 관련, 국제적으로 한국만큼 잘 훈련되고 기율이 잡힌 군대를 가진 나라도 많지 않습니다. 한국 군대의 일부를 잘 훈련시켜 - PKO 목적은 전투와 다르기 때문에 - 국제사회에 기여해야 합니다. 우리가 1년에 PKO 활동에 내는 분담금은 2억불이 조금 넘습니다. 규모로 치면, 우리가 세계 10-11위쯤 되는데, 실제 우리가 보내는 군대는 38위입니다. PKO 예산은 많이 내면서 실제 군대는 38위에 불과한 것입니다. PKO 활동으로 평화유지군이 지출하는 돈은 다 유엔으로부터 정산받습니다.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PKO를 보내면서 국회의 동의를 받는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행정부에서 결정하여 1-2천명을 보낼 수 있습니다. 행정부가 필요할 때 즉시 평화유지군을 보낼 수 있도록 입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화적 이미지 제고를 위해, 정부가 한국의 역사·문화 등을 알리는 노력을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 것은 괜찮은 것”이라는 이미지가 나와야 합니다. 이런 문화외교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셋째는 배부른 것으로 prosperity 부분인 경제외교 분야입니다. 먼저 FTA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DDA와 WTO가 잘되면 문제가 없을 것인데, 안되는 상황에서 FTA가 많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41개 국가와 FTA를 추진 중에 있습니다. 그중 핵심적인 것은 한·미와 한·EU FTA입니다. 한·미 FTA는 발효되어야 하는데, 미국측은 정치적 상황도 있어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도 발효시켜야 되는데 잘 안되고 있습니다. 국회에 가면 많은 분들이 한·미 FTA가 잘되었고, 조기에 발효시켜야 한다고 말씀함에도 불구하고,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여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언젠가 발효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미국도 그렇게 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U와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EU측에서도 내년 1월 하순에 있을 차기 협상에서 타결하려 노력하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경제외교 중에서도, 특히 에너지 외교에 대해 많은 얘기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중동지역의 많은 나라를 방문하셨고, 저도 중동의 거의 모든 나라를 방문했습니다. 에너지 외교에 있어, 중동과의 관계, 아프리카 및 중앙아시아와의 관계는 특히 중요합니다. 우리는 세계 10대 에너지 소비국으로, 에너지 수요량의 97%, 사실상 100%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으니, 에너지 외교에 집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또 석유뿐 아니라 원자력 등 자원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근래 해외공관을 10개 이상 증설했는데, 자원외교의 수요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개설하였습니다.

경제통상외교를 강화하기 위해 “삼각협력체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외 진출 기업인 - 우리 대사관 - 주재국 정부 셋을 연결하여 3자간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삼각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니, 여기 기업인들께서 적극 활용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특히 근래에 와서 중·동부 유럽, 중앙아시아 등 체제전환 국가에 대해 시장진출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의 경우, 아직은 정부 역할이 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삼각협력을 잘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 드립니다. 

중동지역과의 관계에 대해 말씀드리면, 그간 중동과 우리나라는 단절과 망각의 관계였습니다. 국제 유가가 지금처럼 올라가기 전에는 다른 곳에 가서 기업 활동에 전념하는 등, 우리에게 있어 중동은 잊혀진 지역이었습니다. 작년 대통령께서 사우디를 20여년만에 처음 방문하였습니다. 중동은 post oil industry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들과 체계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인적 네트워킹을 확충하며, 문화교류를 하기 위해, 정부는 내년초 발족을 목표로 Korea Middle East Society 설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를 앞두고, 내일부터 외교부가 주관이 되어 중동포럼을 개최할 예정인데,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사우디, 아부다비, 두바이, 카타르 등에 이런 아이디어를 얘기했더니 국왕이나 대통령 등이 “좋은 아이디어다. 적극 참여하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그들에게 강조한 것은, “이슬람”이라고 하면 과격한 종교처럼 비춰지고 있는데, 이슬람의 진정한 가치는 그런 게 아니므로, 문화교류 많이 하고, 서로 이해하고, 이를 통해 또 경제적·사회적으로 많은 교류를 하자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나라 지도자들도 좋은 반응 보여주었습니다. 앞으로 중동지역 정부, 기업, 문화계, 학계 등을 아우르는 society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합니다.

결론적으로, 나라가 잘 되려면 사람 신체와 비슷하다고 봅니다. 좋은 공기를 잘 마시고, 피를 잘 돌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정신도 맑아지고, 좋은 생각이 나옵니다. 외교와 비유하면, 정치·안보의 문제는 산소와 같고, 경제는 몸의 피와 같으며, 문화는 정신과 같습니다. 공기, 피, 정신이 잘 돌게 하는 것이 외교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쪽에 치우쳐서 살았습니다. 축구를 봐도 잘하는 팀은 운동장을 넓게 쓰지 않습니까? 중동과 중앙아 지역을 강조한 것은 그러한 맥락이었습니다.

한반도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가 비뚤어진 의자에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허리가 비뚤어진 상태입니다. 우리 의식구조나 지도부터 그렇습니다. 분단상황이 비정상성을 만들고, 거기서 정상으로 돌아오려니 여러 가지 어려움이 생기는 것입니다. 통일비용이란 말을 많이 하는데, 비정상 상황으로 초래되는 분단 비용이 엄청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남북관계 진전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기업인 여러분들도 많은 교류와 접촉을 통해 휜 허리가 올바른 허리로 바뀌게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비정상적 상태를 정상으로 만듦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데 기업인들께서 앞장서주시고, 피, 즉 경제가 잘 돌아가도록 앞장서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그리고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도 앞장서 주셔서, 정부와 기업이 합심하여 3P를 위해 노력해 나가자는 말씀을 드리며 강연을 마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문 : 북·미관계 전망은 어떻습니까? 현재 북한은 미국에 의해 적성국가로 지정되어 있어 북한에 진출한 기업들이 생산 제품 판매에 많은 애로가 있습니다. 미국의 대북 적성국 해제는 언제 정도 가능할 것인가요? 또 한-EU FTA 협상 진행 중인데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되나요?

답 : 금년말을 목표로 미국이 북한을 테러국 리스트에서 해제, 적성국 리스트에서 빼려고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전제는 북의 핵시설 불능화와 신고가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고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습니다. 그것만 납득할만한 수준이 되면, 미국은 테러국가 해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가 2주 전, 미국에서 라이스 국무장관과 그 문제를 가지고 집중 협의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들은 준비하고 있다, 북이 이런 조건, 즉 신고와 불능화 - 불능화는 어느 정도 되고 있는데 - 가 되면 자기들은 북을 해제할 준비가 돼있다고 얘기했습니다. 참고로 미국이 북을 해제한다고 의회에 통보하면 45일 이후에 자동 해제됩니다. 미국도 움직일 준비하고 있으므로, 북도 자신감을 가지고 ‘우리 이런 것 가지고 있었다, 미국도 움직여라’고 나오면 움직이게 되어 있습니다. 북이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남북간에 많은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한·미FTA에서 개성을 역외가공구역으로 정해서 1년에 한번씩 한반도 안보상황을 검토하면서 한다고 했는데, 그런 원칙이 한-EU FTA에도 적용될 것입니다. 이는 앞선 질문과 바로 연결됩니다. 북이 적성국가로 되어 있는 한, 북한이 관할하는 개성에서 생산된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한다는 조항을 FTA에 바로 넣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정치·안보·경제는 맞물려 있는 것입니다.

문 : 외교문제 첫 출발은 남북관계라 생각하는데요, 북한은 핵실험 후 많은 비난 받았으나 지금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이 독자노선 포기한 것인가요? 시장원리 도입한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북도 그런 길을 가게 될 것인지? 북의 개혁개방 가능성과 장애요인을 어떻게 보십니까?

답 : 북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에서 개혁개방 정책으로 나올지 안 나올지는 상호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내부에서도 나가는 게 필요하다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위험하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외부적 환경으로서 북을 적성국에서 해제시키고, 테러지원국에서 해제시키고, 타국이 북과 교류를 잘 하도록, 쉽게 말해 guard를 좀 낮춘 상태에서 교류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또 상호적입니다. 테러국 해제를 이야기했는데, 미국 내에서 해주느냐 하는 것은 북이 핵문제에 어떻게 조치하느냐에 달린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동시행동으로 하자고 했는데, 그런데 실제로 해보면 이게 어렵습니다. 몇날 몇시 몇분에 동시에 하자고 되는 게 아니니까요. 시간 간격이 생기고, 어느 한쪽이 먼저 해야 됩니다. 결국 시간 간극을 메꾸는 데는 한국이 많은 역할을 해야 하고 또 해왔습니다. 그것이 또한 우리 운명이고, 해야 할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북이 개혁개방할 거냐? 2-3년 전만 해도 북이 베트남식, 중국식 개혁개방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보여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달인가요? 북 총리가 동남아에서 개혁개방을 하고 있는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3국과 말레이시아를 방문했습니다. 북한 경제를 책임지는 총리가 개혁개방을 하고 있는 동남아의 과거 사회주의 국가 3개국을 방문했다는 것 자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답변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