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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한국정치학회 창립 60주년 기념축사(국문)

작성일
2013-08-22 16:30:00
조회수
5926

유호열 한국정치학회 회장 겸 조직위원회 위원장님,
강창희 국회의장님,
이홍구 총리님, 한승주 장관님, 김병철 총장님,
내외 귀빈, 그리고 학생 여러분,

 한국정치학회 창립 6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전쟁의 포연이 채 가시지도 않은 지난 53년 출범한 한국정치학회는 오늘날 사회과학분야 세계 10위권의 학회로 성장하였습니다. 한국정치학회의 60년 성장사는 축약된 한국 현대사와 같습니다.

 또한, 금년은 정전 60년이 되는 해 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세계 8위의 무역대국이자 G-20의 핵심국가로 성장하였습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성공적 선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세계사에 유례없는 성장 모델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60년을 향한 우리의 마음이 결코 가볍지 만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한반도 분단 구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등 위협은 날로 증대되고 있고, 동북아에서 역사 및 영토를 둘러싼 반목과 갈등도 커지는 등 우리를 둘러싼 안보 환경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엄중해 지고 있습니다. 또한, 좀처럼 세계 경제의 활력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간 세계 경제발전을 뒷받침해온 금융 및 무역질서에 커다란 도전과 어려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도 이러한 현상에서 예외는 아닙니다. 
 이와 같이 오늘날 우리가 처한 상황은 그간 이룩한 성과에 만족하는 것을 허용치 않고,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변화와 새로운 도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한반도를 모두 아우르는 민족 공동체의 완성과 번영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그리스의 역사학자 투키디데스는 그의 저서 ‘펠레폰네소스 전쟁사’에서 ‘강한 나라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약한 나라는 할 수 밖에 없는 일을 한다.’라고 국제관계의 냉엄한 현상을 웅변적으로 묘사한 바 있습니다.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지난 세기 한국은 이러한 냉엄한 국제정치의 희생자중의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과거와 현재가 차이가 있다면, 이제 우리도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열어 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워 나가고 있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한국은 더 이상 국제정치의 단순한 종속변수가 아닌 능동적인 행위자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세기 ‘은둔의 나라(Hermit Kingdom)'로 알려졌던 한국은 오늘날 세계화의 진전과 상호의존성의 심화라는 국제사회의 추세에 발맞추어, 우리와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새로이 정립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말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국민 행복, 지구촌 행복’이라는 국정기조와 ‘신뢰 외교’를 통해 이를 구현코자 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외교가 국가 중심이었다면, 박근혜 정부의 외교에는 ‘국민 행복, 지구촌 행복’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안보를 강조하는 세계적 패러다임의 변화와도 맥을 같이 하는 것입니다. 개개인의 행복이 커져서 국가와 인류 발전에 기여하고, 국가 발전이 다시 국민 개개인의 행복을 견인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입니다.

 새로운 국정패러다임 속에서는 개인과 기업들이 자신의 창의력과 능력을 발휘해 전 세계 어디로든 당당하게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경제외교도, 신뢰받는 중견국으로서 국제사회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중견국외교도, 외교의 지평을 넓히고 주요국과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전통적 의미의 외교도, 모두 큰 틀에서 국민행복과 지구촌행복의 국정기조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 하겠습니다.

 또한, 북핵 불용의 확고한 원칙하에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여 평화를 지켜내고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여 평화를 만들어 내는 안보외교도, 한반도에 지속가능한 평화 구도를 정착시켜 통일의 기반을 조성코자 하는 통일외교도,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구성원 모두가 행복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해 나가기 위함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학생 여러분,

 이러한 외교목표를 추진해 나감에 있어서 새 정부 외교정책의 철학이자 방법론이 ‘신뢰외교(Trustpolitik)’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신뢰외교는 편협한 주관주의나 정치적 낭만주의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의 독특한 역사적 경험과 한반도와 동북아의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국가간의 관계나 공동체의 형성 과정에 있어서 지속가능한 협력은 항상 신뢰의 수준과 같이했다는 것이 역사의 경험입니다. 신뢰는 협력을 위한 자산(Asset)이고, 공공의 인프라이며, 진정한 평화를 이루어 내는 불가결의 요건입니다. 신뢰 없는 평화는 깨지기 쉬운 거짓평화(bogus peace)에 불과합니다. 뿐만 아니라, 신뢰가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오랜 과정(process)과 일관성이 필요합니다. 즉, 신뢰의 인프라를 구축하여 높은 수준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이 바로 신뢰외교입니다.

 이와 같은 신뢰외교를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협력을 구축하려는 것이 바로 신정부가 주창하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입니다.

 이러한 신뢰가 가장 필요한 곳이 한반도입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확고한 안보를 토대로 남북한간 신뢰를 쌓아 관계를 정상화하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정착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한반도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통일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입니다.

 약속을 준수하고 국제사회의 규범을 따르는 새로운 남북 관계를 열어간다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원칙을 우리가 굳건히 지킴에 따라 북한은 지난 8월 14일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와 국제화에 관한 요구들을 받아 들였습니다. 앞으로도 북한이 한층 변화된 모습과 자세를 보이도록 강력히 유도하는 한편, 국제사회와 함께 비핵화 프로세스도 진전되도록 긴밀한 공조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눈을 동북아로 돌리면, 경제적인 상호 의존은 크게 증대되고 있지만 역사와 영토를 둘러싼 갈등은 오히려 커지는 역설적 상황들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동북아 지역은 ‘신뢰부족(Trust Deficit)’이 두드러진 곳으로 이를 타파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요소가 바로 신뢰 구축입니다. 

 동북아 평화 협력구상은 다자적 협력의 전통이 부족한 동북아 국가들이 다자간 대화의 틀을 만들어서 연성 의제 등 가능한 분야부터 대화와 협력을 시작해 신뢰를 쌓아가고, 안보 등 다른 분야로 협력의 범위를 넓혀 감으로써 궁극적으로 갈등과 반목을 넘어 평화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려는 것입니다.

 한편, 지난 수십년간 한국의 외교지평은 주변국을 넘어 아시아 대양주, 유라시아에서 미주, 아프리카 그리고 북극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를 아우를 정도로 확장되어 왔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한국이 국제사회의 신뢰받는 국가로서 다양한 글로벌 어젠다에 있어 합당한 책임과 역할을 다해 나가고자 합니다. 

 UN, G-20, APEC, ASEM, EAS 등 주요 다자외교 무대에서의 규범 형성과정에서 적극적 역할을 모색하고, 가치를 공유하는 비슷한 국력의 중견국들과의 협력 메카니즘도 주도적으로 출범시킬 것입니다. 


 이와 같이 신뢰외교는 한반도 구성원 모두의 행복에서 더 나아가 동북아와 인류의 행복 추구라는 관점에서 한국과 국제사회의 관계를 포괄적으로 접근해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신뢰 구축이라는 과정의 속성상 인내심과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신정부 5년 동안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박근혜 정부는 전환기적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한반도, 새로운 아시아,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데 기여코자 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학생 여러분,

 금번 학술대회의 주제인 ‘세계와 한국정치 : 영향과 공헌’은 세계 속의 대한민국의 위상을 정치, 안보, 외교적인 측면에서 평가하고, 우리가 추구할 미래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함으로써, 새로운 담론과 비전을 만들어 간다는 측면에서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와 한국 정치를 보다 풍성하게 하고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많은 지혜와 의견들이 제시되기를 기대합니다. 새로이 태동하는 국제질서에서 한국이 국제사회의 신뢰받는 주요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식견과 경륜을 모아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평화와 번영, 자유와 정의, 그리고 행복이 충만한 새로운 세계를 향한 위대한 여정에 여러분들 모두가 믿음직한 길잡이가 되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