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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국립외교원 50주년 기념식 축사(9.13)

작성일
2013-09-14 07:58:00
조회수
4555


존경하는 김성곤 의원님, 정진석 국회사무총장님,
공로명 장관님, 이정빈 장관님, 임동원 장관님,
주한외교단,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국립외교원 개원 50주년을 축하합니다. 지난 63년 외무공무원교육원으로 출범한 국립외교원은 국가와 우리 외교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이 자리를 빌어 국립외교원이 ‘정예 외교 인력의 산실’이자 ‘외교안보 구상의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애써주신 역대연구원장을 역임하신 선배님들께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는 외교와 우리 외교부에 대해 누구보다도 큰 애정을 가지고 계신 ‘외교 가족’여러분들을 모신 자리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외교부를 늘 도와주시는 김성곤 의원님과 정진석 사무총장님, 그리고 각국 대사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 자신, 76년도 말 외교부에 입부하여 한남동에 소재하고 있던 당시 외교안보연구원을 처음 들어서던 때의 상기된 마음과 다짐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지난 역사를 교훈삼아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기당천의 외교관이 되어 외교입국을 이루자던 스스로의 다짐은 3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기 계신 선배님들과 동료여러분들도 같은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항상 도전의 연속인 외교관으로서의 삶 속에서, 외교안보연구원에서 연수하던 때의 각오와 문제의식은 지치고 힘들 때마다 새로운 용기를 갖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되곤 하였습니다.

이제 국립외교원이 한 개인으로 치면 하늘의 뜻을 안다는 50살, 지천명을 맞이하였습니다. 우리 외교도 하늘의 뜻, 즉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시각에서 우리의 운명을 다룰 만큼 역량을 갖추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50년 전과 지금의 국립외교원의 역량을 비교해 보면 눈부신 성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0만불을 외국에서 지원받아 출범한 교육원이 이제는 개도국의 외교관을 지도하고, 정책연구측면에서도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들과 어깨를 겨루고 있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그러나, 우리 외교가 처한 현실을 보면, 지난 반세기의 성취에 안주하기에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어느 때 보다도 불확실하고 엄중합니다. 무엇보다도 대립과 갈등의 한반도 분단 구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등 위협은 질적으로 강화되고 있습니다. 동북아 또한 역사 및 영토를 둘러싼 반목과 갈등이 커지고 있고, 자칫 그간 이룩한 역내 협력의 성과마저 퇴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갖게 됩니다. 세계 경제의 회복이 더뎌지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세계 경제발전을 뒷받침해온 금융 및 무역질서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문제를 포함하여 수 많은 글로벌 어젠다들은 더이상 어느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에 대한 공동의 도전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객관적 현실이자 우리 외교가 직면한 도전입니다. 오일쇼크라는 위기를 경제발전의 기회로 삼은 것처럼, 그리고 냉전체제의 붕괴라는 위기를 북방외교의 기회로 활용한 것처럼, 우리는 오늘의 도전을 역사적 기회로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역사 의식 위에서 외교정책의 기조를 설정하고, 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억지력에 입각한 신뢰외교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평화와 협력을 통한 새로운 한반도와 동북아시대를 열어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상반기 미국과 중국 정상방문, ARF 외교장관 회의 등 다양한 성과를 기반으로, 최근에는 남북관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되기도 하였습니다.

하반기에 들어서도 외교지평을 확대하고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G-20 정상회의를 포함 다자 규범 형성과정에서 선진국과 후발국을 연결하는 우리의‘가교의 리더십’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베트남 국빈 방문과 주요 협력국 정상들과의 양자회담을 통해서도 한반도 미래에 대한 비전 공유와 실질협력 심화, 그리고 신뢰 구축이라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앞으로도 국제사회에서 확대된 우리의 외교적 공간과 신뢰를 기반으로 새로운 한반도와 동북아시대를 열어나가고,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모범국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모든 외교부 직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소임을 다해야 합니다. 국립외교원이 이러한 노력을 선도하고 우리 외교관들이 보다 멀리 바라보며 큰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국립외교원의 지난 50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50년과 그 이후를 내다보는 이 자리에서, 국립외교원에 거는 저와 우리 국민들의 기대를 모아 몇 가지 당부를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시간의 한계를 극복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립외교원은 우리 외교역사의 산 증인이자 Institutional Memory의 핵심요체입니다. 과거의 연구와 기록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현재의 정책 수립에 타산지석으로 활용하고, 오늘의 치열한 현안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장기 전략 개발에도 한층 힘써 주시기를 바랍니다.

다음으로, 공간의 한계를 극복해 주시기 바랍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날의 환경은 오랜 재외근무를 특성으로 하는 외교관들에게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세계 각국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국회, 관계부처, 전문가, 학계, 700만 재외동포 등 외교에 대한 관심이 높은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는데 있어서도 접근이 용이한 열린 공간을 만들어 주실 것을 당부합니다.

마지막으로, 분절된 전문성의 한계를 넘어 주시기 바랍니다. 정무, 경제, 문화, 영사 등 외교의 각 영역에서 전문성을 강화하는 한편, 이를 서로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여야 합니다. 급변하는 외교 환경과 다양해진 외교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외교안보연구원이 국립외교원으로 거듭 났음을 다시 한 번 상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외교력은 나라의 국력을 바탕으로 합니다. 하지만 국력이 외교력의 수준을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닙니다. 역사를 보면 외교 역량을 극대화하여 오히려 국력을 견인한 사례가 많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외교의 영향이 큰 나라에서는 더욱 국력을 앞서가는 외교역량이 필요합니다. 국립외교원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채택한 “나라의 앞날을 준비하라(Praepara futura de natio)"라는 슬로건처럼, 중장기 외교비전 수립과 정예 외교인력 육성이라는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 소명의식과 프로정신으로 무장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당부코자 합니다.

외교부로서도‘힘든 상황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의 적기’라는 경영의 한 지침처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엄중할수록 우리 외교의 중장기 비전과 인재 육성을 위한 투자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외교를 누구보다도 사랑하시고 소중히 여기시는 ‘외교 가족’ 여러분들께서 이러한 외교부의 노력을 평가해 주시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선선한 가을 저녁입니다. ‘먼 곳을 돌아돌아,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높은 구름의 고개를 넘어오고 있습니다.’라는 시인 조병화님의 싯구처럼, 많은 분들의 열정과 땀으로 이룩한 국립외교원의 지난 50년의 성장을 추억하고, 다가올 50년의 밝은 미래를 이야기하는 뜻 깊은 시간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