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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제48회 한일 언론간부 세미나 리셉션 축사 (10.29)

작성일
2013-10-29 20:00:00
조회수
4023


                        제48회 한‧일 언론간부 세미나 리셉션 외교장관 축사 


송희영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님,
한국측 대표단장 조용래 논설위원님,
일본측 대표단장 모리 치하루 논설위원님,
그리고, 한‧일 언론간부 세미나 참가자 여러분,

 제48회 한․일 언론간부 세미나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아울러, 세미나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신 일측 언론인 대표단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한․일 국교정상화가 48년 전의 일이니, 한․일 언론 간부 세미나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한․일 관계와 함께해 온 역사의 산증인인 셈입니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바라보는 오늘, 그간 양국 국민들이 이룩한 교류․협력의 성과는 놀랍습니다. 한 해 교역량이 1000억불을 넘어섰고, 상호 방문 규모는 500만명에 이르며, 십여년 전과 비교해 보면 양국의 문화가 서로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일본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북핵 문제 등에 관한 공조 등 여러 측면에서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이웃입니다.  

  그러나, 최근 한․일 관계를 살펴보면, 안타깝게도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이 듭니다. 요즘 한국의 가을 날씨처럼 쌀쌀함이 감돕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겨울에 들어서면서 대한해협의 파고가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일 포럼에서 어느 선배 외교관께서 한․일 관계의 장래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이런 분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듯 합니다. 

한․일 양국 언론인 여러분, 

  지난 65년 이후의 한․일 관계를 되돌아보면, 원만한 시절도 많았고 어려웠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최근에 들어서는 한․일 관계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인식하에서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전부터 한․일관계의 안정적 발전에 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특히, 향후 5년간 일본측과 원만한 관계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양국간 신뢰를 구축하고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지난 8개월을 돌이켜보면, 이러한 우리의 노력을 무산시키는 부정적인 요소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면서, 현재로서는 터널 끝의 빛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작금의 상황을 살펴보면 예전과는 다른 특징들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양국의 정부 및 재계가 서로 유착되어 있다는 말까지 들었던 반면 민간간에는 반목이 컸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민간의 교류와 협력을 정부가 쫓아가지 못하는 역전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현해탄 패러독스’라 부르고 싶습니다. 또한, 과거 동북아 문제의 핵심이 북한․북핵 문제였다면, 이제는 긴장과 갈등이 역내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의 끝이 무엇일까 하는 점입니다. 이제 현 상황을 초래한 근본 원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입니다.

한․일 양국 언론인 여러분,

 일각에는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본질은 오히려 그 반대 방향을 가르키는 듯합니다. 문제의 성격과 심각성에 비추어 볼 때, 시간이 지날수록 상처가 깊어져, 방치되면 치유할 수 없는 고질병이 될 가능성마저 우려됩니다. 한․일 관계의 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전환점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리고, 그 치유책은 대증 요법이 아니라 문제의 핵심에 접근해 가는 근원 처방이어야 합니다.

 우리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문제의 본질은 잘못된 역사 인식문제입니다. 이러한 문제가 정치 및 외교와 결합할 때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많은 문제를 낳게 됩니다. 

 역사는 수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역사는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겸허히 수용해야 할 진실입니다. 이에는 때로는 고통이 따르고 용기도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교훈을 유럽에서 볼 수 있습니다. 마침 금년은 독․불간의 화해 협력조약, 즉 엘리제 조약이 체결된 지 50년째를 맞이하는 해이기도 합니다. 양국이 화해와 협력을 약속함으로써 양국간 새로운 협력시대를 열고 유럽연합을 탄생시킨 계기를 마련한 해입니다.

  이와는 달리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65년 이후 한․일 관계의 근간이 되어 온 역사인식의 약화입니다. 이러한 문제가 과거사 문제와 그에 따른 현안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 언론보도에서 보듯이 일본의 새로운 안보정책에 대해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 국민이 원하는 것은 과거 역사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바탕위에서,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바라보면서, 독일과 프랑스가 갈등과 반목을 극복하고 새로운 유럽건설의 동반자가 되었듯이, 한․일 양국 또한 새로운 양국 관계, 새로운 동북아 시대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비록 현 상황이 뒤엉킨 실타래와 같지만, 어느 매듭 하나를 풀면, 엉킨 실타래가 잘 풀리듯이,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면 한․일 관계의 매듭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한․일 양국 언론인 여러분,

  지난 4월 본인은 어느 모임에서, 봄이 왔는데 봄이 온 것 같지 않다는 말로 한․일 관계를 빗대어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제 겨울이 다가오는데, 겨울 같지 않게 따스한 한․일 관계를 기대해 봅니다. 매년 연초부터 불신을 야기하는 행동들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진정성 있는 노력이 있을 경우 우리 국민들의 마음도 열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의 한․일 관계는 어느 한 세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앞으로 올 후손, 그리고 그 후손의 후손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명확히 인식하고 역사적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이러한 노력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양국 국민들이 서로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갖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언론의 역할은 중차대합니다. 내일 세미나에서 양국 관계를 풀기 위한 많은 토론이 있을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brain-storming에서 더 나아가, 서로의 마음을 움직이는 heart-storming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금번 세미나를 통해 맑고 푸르고 잔잔한 평화와 번영의 태평양 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주시기를 당부합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