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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故 박동진 장관 추도사(11.14)

작성일
2013-11-14 17:50:00
조회수
4229

 
유가족 여러분, 외교부 장관님 및 선ㆍ후배 동료 여러분,

 오늘 외교의 거목이시자 우리 외교인들이 사표로 삼고 있는 故 박동진 장관님을 떠나보내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들 마음속에 고여 있는 슬픔을 딛고 고인을 영결합니다. 또한 오늘 이 자리는 고인의 삶을 되새겨보고 고인의 나라사랑과 외교에 대한 열정을 이어받아 우리의 각오를 다지기 위한 자리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오늘 외교부 장으로 고인을 영결하는 진정한 이유일 것입니다.

 ‘영혼으로 얻은 것은 죽음도 훔치지 못한다.’는 타고르의 말처럼, 고인이 남기신 자취가 우리 외교인들의 가슴에 살아있고 고인이 쌓으신 업적이 국민들의 기억 속에 뚜렷합니다. 우리 외교인들과 국민들의 마음속에 영원하신 장관님을 추모하며 짧게나마 고인의 자취를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유가족 여러분, 외교부 선ㆍ후배 동료 여러분,

 고인은 제가 외교부에 첫 입부했을 때 장관님이셨습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배짱으로 당시 모든 직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셨으며, 특히 사무관으로 외교관의 삶을 갓 시작한 제게는 큰 바위 얼굴 같은 진정 영원한 장관님이십니다. 

 故 박동진 장관께서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주미국대사관에서 외교관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래, 주제네바대사, 주유엔대사, 주미국대사로 재직하시며 어려웠던 시절의 대한민국을 국제사회에 대변하셨습니다. 또한, 4년 9개월간 역대 최장수 외교장관과 함께 국토통일원 장관을 역임하신 한국 현대외교사의 산증인이셨으며, 험난한 국내외 정세의 파고 속에서 국익을 신장하는데 커다란 족적을 남기셨습니다. 아울러, 고인의 국가에 대한 헌신은 외교분야를 넘어서 국회의원으로 재직하시는 동안 한국 정치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하셨습니다.

 고인은 전략적 사고와 통찰력, 탁월한 지도력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역경을 딛고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진력하신 분이셨습니다. 이러한 고인의 열정과 헌신, 그리고 탁월한 기여는 오늘날 우리 외교와 외교부 발전의 원동력이자 자산이 되었습니다.

외교부 선ㆍ후배 동료 여러분,

 오늘 이러한 고인의 삶을 통해 또 다른 격동의 한 가운데 처해 있는 한국 외교를 열어갈 지혜를 구하고 다짐을 새롭게 하고자 합니다.

 “외교관은 총 없는 전사로서 수십만 대군이 동원되는 전쟁도 막을 수 있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며 고인은 외교관으로서의 책무와 사명감을 강조하셨습니다. 한ㆍ미 상호방위조약의 실무자로 참가한 이래, 70년대 중반과 80년대 외교장관 그리고 주미대사로서, 크고 작은 문제들을 극복하고 한미관계를 원만하게 이끌어, 현재의 한ㆍ미 동맹의 초석을 닦으신 분이기에 고인의 이 말씀은 우리에게 더 큰 울림이 되고 있습니다.

 “나라에 대한 충성심으로 연구하고 노력하라”는 고인의 가르침이 여전히 우리 외교인들의 마음에 새겨져 있습니다. 오늘날 산적한 외교현안을 슬기롭게 헤쳐 가야할 우리들에게 고인께서 주시는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또한, 1970년대 중반 냉전의 한 가운데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유엔 불상정 방침을 당시 대통령께 건의하여 유엔을 둘러싼 남ㆍ북한간의 외교 소모전을 종식시킨 일은 고인의 통찰력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1991년 유엔대표부에 근무하며 남ㆍ북한 유엔동시 가입이라는 역사의 현장에 서 있었던 저로서는 개인적으로도 이러한 고인의 혜안에 머리를 숙이게 됩니다.

유가족 여러분, 외교부 가족 여러분,

 고인께서 외교관 생활을 시작하셨을 당시 10여개에 불과했던 재외공관은 이제 161개로 크게 늘었습니다. 원조를 받던 우리나라는 지구촌 행복시대를 열어 나가는 신뢰받는 중진국이 되었습니다. 고인께서 혼을 다해 전쟁의 폐허로부터 이룩한 성과처럼 우리도 현재의 대한민국을 더 나은 대한민국으로 만들어 후세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각오를 다시금 다져야 하겠습니다. 고인의 외교에 대한 사랑을 이어받아 모든 외교인들이 열정으로 똘똘 뭉친 진정한 외교가족으로 하나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고인께서도 외교부와 우리 외교의 발전을 영원히 성원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평생을 같이 하시며 힘이 되어 주신 사모님께 깊은 애도의 말씀을 올리며, 유가족 분들께도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다시 한 번 외교부 선ㆍ후배 동료 모두와 함께 고인의 명복을 머리 숙여 빕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