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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IFANS 국제심포지움 개회식 기조연설(11.28)

작성일
2013-11-28 21:34:00
조회수
4895


제4차 중견국회의 및 IFANS 국제심포지엄 참가자 여러분,

주한 외교단 여러분,
윤덕민 원장님,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11개국 정부 관계자와 학계 인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된 제4차 중견국회의(CPI: Constructive Powers Initiative)에 이어서 ‘한국의 중견국 외교’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는 금번 IFANS 국제 심포지엄에 참가하신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특히, 중견국 협의체 MIKTA 구성 등을 통하여 중견국 외교의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고 있는 의미 있는 시기에, 한국과 MIKTA 회원국, 그리고 중견국 외교에 관심이 있는 국가의 많은 전문가 분들과 함께 중견국 외교의 방향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그리스 역사학자 투키디데스는 그의 저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강한나라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약한 나라는 할 수 밖에 없는 일을 한다.’라고 국제관계의 냉엄한 현실을 웅변적으로 묘사한 바 있습니다. 오늘날의 국제관계에서도 이러한 측면이 여전히 남아 있기는 하지만, 21세기 새로운 국제질서는 중견국이 보다 많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이들의 보다 많은 역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세계화와 상호의존성의 급속한 진전에 따라 안보 문제는 물론이고 주요 경제ㆍ사회 이슈에 이르기까지 전례 없이 다양한 글로벌 거버넌스 문제가 눈 앞에 닥친 과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을 극복해 나가는데 있어 하나 또는 소수의 강대국의 힘만으로는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강대국은 의심받기 쉽고 약소국은 능력이 부족한 현실 속에서, 어느 정도의 역량과 의지를 가진 신뢰받는 중견국의 역할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둘째, 글로벌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이고 건설적이며 책임 있는 촉진자의 역할이 더욱 긴요해 지고 있습니다. 특히, 국제규범의 형성 과정에서 ‘세계 평화와 번영에 대한 기여’라는 보편적 가치에 입각하고 자국의 이익 못지않게 ‘공공선’을 중시하는 일정 수준 이상의 국력을 보유한 나라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더욱 필요해 진 것입니다.

이러한 역할을 위해서는 다자적 접근을 통한 국제 문제 해결 원칙이 필요하며, 이는 신뢰받는 중견국의 특성이기도 합니다. 

셋째, 새롭게 형성되는 국제질서 속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나 핵보유국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보다 공평하고 협력적인 국제질서를 떠받쳐 나가는 중추(Back-bone)적인 역할을 수행할 국가 그룹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중견국의 개념이 과거 강대국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외교정책을 추구하는 국가를 의미하는 데에서, 오늘날에는 국제질서를 책임있는 방식으로 지탱해 나가는 국가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박근혜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국제사회의 평화와 발전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중견국 외교를 중요한 국정 목표 중의 하나로 제시하였으며, 이는 국민행복과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지구촌 행복에 기여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한국이 이러한 중견국 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우리의 독특한 역사적 경험과 우리가 현재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첫째, 한국은 과거 식민지의 억압, 전쟁의 참화, 저개발과 빈곤의 고통을 모두 겪었으며, 마침내 이를 딛고 단기간내에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이루었습니다. 한국의 고통스런 경험은 저개발 국가들에 대한 나눔과 배려, 소통과 공감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성공 스토리는 저개발 국가들에게는 발전 모델과 희망이 되고 있으며, 선진국들에게는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파트너 국가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둘째, 상호 의존성이 심화된 세계에서 중견국 외교는 국민 행복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현실적인 필요이기도 합니다. 환경 및 기후변화는 물론이고, 핵 안전 및 재난 구호 등 다양한 범세계적 도전들이 이미 우리 국민들의 일상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지구촌의 번영과 관련된 글로벌 거버넌스 과제들이 우리 국민의 행복과 번영에 직결되어 있다는 것이며, 이는‘인간안보’를 강조하는 세계적 패러다임의 변화와도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셋째, 한국의 중견국 외교는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모범국가로서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신뢰를 얻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기반 조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한반도의 분단 상황과 동북아에서의 갈등, 그리고 국제질서의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크게 성장한 우리의 주체적인 역량과 한국이 쌓은 중견국으로서의 신뢰는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당위성을 넓혀 가는 양분이 될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이러한 특성을 가진 한국의 중견국 외교에 있어 가장 눈에 띄는 역할은 선진국과 개도국간 가교로서의 역할입니다. 이는 세계가 바라보는 한국의 위상과 한국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기도 합니다.  유엔총회 현장에서, G-20 정상회의 무대에서, APEC, ASEAN 등 역내 다자외교 현장에서, 한국의 가교로서의 역할과 기여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는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개도국과 선진국 모두로부터 신뢰받는 국가로서 한국은 다양한 이해 관계를 조화시켜 공동의 선을 추구하도록 기여할 수 있는 전략적 위치에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의 가교 외교는 국제사회를 더욱 단단히 결속시키는 “아교(阿膠) 외교(Glue Diplomacy)”이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 한국은 인류의 공동 번영을 위한“지구촌 협력과 기여 외교”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올해 유엔안보리, 인권이사회, 경제사회 이사회 등 유엔 내 3대 이사회의 이사국으로 적극 활동하고 있으며, PKO 파견 등을 통해 세계 평화와 인권 증진에 기여해 오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0.17-18간 서울에서 개최된 세계사이버스페이스 총회에서는 세계 87개국 고위대표단을 포함 1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도국에 대한 정보격차 해소와 사이버 공간에서의 새로운 질서 수립 노력을 천명한“서울 기본 공약(Seoul Framework)”을 도출함으로써, 사이버 공간에서의 국제규범 수립을 향한 의미있는 전환점을 마련하기도 하였습니다.

개발협력에 있어서도, 개도국의 자조적 능력 배양으로 연결되는 수원국 맞춤형 지원을 펼쳐 나가는 한편, 새마을 운동과 같이 우리의 경험이 녹아있는 농촌개발 사업을 적극 전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EU와 협력하여 제3세계 개발 협력사업에 진출하기로 하였고, 한국의 KOICA와 미국의 USAID가 공동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세부 협의를 진행하는 등 개발 분야에서의 국제협력도 점차 확대하고 있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전문가 여러분,

올 한해 거둔 한국 중견국 외교의 성과에 있어 가장 의미 있는 진전은 뜻을 같이하는 중견국들과 협력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한국 속담에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처럼, 협력은 단순한 덧셈을 넘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한국이 중견국 외교를 추구하는 다른 국가와의 적극적인 연대를 모색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9월 유엔총회 계기 처음 열린 멕시코, 인니, 터키, 호주 외교장관과의 MIKTA 외교장관회의의 개최는 이러한 시도에 큰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MIKTA의 출범은 중견국간 연대의 출현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MIKTA 5개국은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라는 핵심 가치를 공유하고, 국제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와 이를 위한 역량을 보유한 중견국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MIKTA는 배타적 블록이 아니며, 주요 글로벌 이슈를 중심으로 유연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협의체로서, 우리는 규범적 국제질서 형성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와 역량을 가진 국가와는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이슈 대처를 위한 다자 차원의 협의 강화는 자연스럽게 국제적 모범 국가들 혹은 유사입장 국가들(like-minded countries)인 협의 대상국들과의 양자관계 강화로 연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우리 외교의 배후지(hinterland) 확보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수개월간 양자, 3자 협의 과정에서 자연스런 교감을 통해 이루어진 출범 회의에서, 본인은 이 조그만 출발이 향후 글로벌 이슈 논의 과정에서 그리고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에 있어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며, MIKTA의 진행과정은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 과정에 참여하는(present at creation of history) 것임을 강조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로서는 MIKTA가 투명성과 유연성을 견지하는 가운데, 다양한 국제 문제들을 논의하고 그 해결책과 나아가 국제사회에의 기여 방안을 모색하는 유용한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MIKTA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운용을 위한 방안을 세부적으로 검토하고 계속 협의해 나갈 예정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국제사회는 수십년 동안 인류를 괴롭혔던 동서 냉전이라는 커다란 정치적 분열을 극복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탈냉전 이후 인류는 더욱 다양한 종류의 분열을 겪고 있습니다. 남북 문제를 포함하여 여러 이슈 영역에서 이견과 갈등이 노정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국제사회는 분열로 인한 비용을 줄이고 공동 번영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에서, 책임있고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할 핵심적인 견인 세력(driving force)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정치 발전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국가를 세워나가는데 있어서 해당 국가의 중산층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보다 자유롭고 공평하며 호혜적인 공동 번영의 국제 사회를 건설하는데 있어서 중견국들의 중추적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견국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 할수록, 인류는 현실정치(Realpolitik)의 한계에서 벗어나, 신뢰와 상호존중에 기반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심포지엄에 오신 여러분들이 이러한 공동의 목표로 나아가기 위한 혜안을 제시해 주실 것으로 기대하며, 오늘 이 자리가 각국의 중견국 외교정책 비전을 이해하고 공유하기 위한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