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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한국국제정치학회 학술대회 만찬사(2.25)

작성일
2014-02-25 19:39:00
조회수
5180


한국국제정치학회 외교장관 만찬사



남궁영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님,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님,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오늘로서 꼭 1년이 됩니다. 이에 맞추어 한국국제정치학회와 아산정책연구원이 박근혜 정부 첫해의 외교ㆍ안보ㆍ통일 정책의 성과와 향후 과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해 주시고 많은 지혜를 모아 주신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이미 이와 관련된 말씀을 많이 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만, 이 시간에는 외교 분야에 촛점을 맞추어 큰 틀의 생각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주지하시다시피,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우리의 외교안보 환경은 냉전종식이후 가장 엄중한 상황이었습니다. 정부 출범 직전 감행된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부터 시작하여, 심상치 않은 북한의 도발과 위협, 65년 한ㆍ일 관계 정상화이후 전례 없는 역사 갈등, 한ㆍ중간 신뢰의 약화, 일ㆍ중간 영토 문제 및 이로 인한 군사적 긴장, 그리고 미ㆍ중간 갈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난마처럼 얽혀 있었습니다.


그 이후 1년간도 수없이 많은 도전과 위기가 닥쳐왔습니다.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연중무휴의 역사 부정 언동과 도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확대, 북한의 장성택 처형과 연이은 숙청, 과거와 다른 새로운 틀을 짜야하는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 협상과 원자력 협력 협정 협상 및 양측 국회 절차, 사선을 넘어 자유를 찾아오는 수많은 탈북민들의 안전 이송, 30년만에 발생한 주리비아 우리 대사관 직원 납치 및 72시간 만의 성공적인 구출 작전, 2009년 예멘 납치테러에 이어 최근 이집트에서 발생한 우리 관광객 테러 사건 등 우리 국민들에게 알려진 것만으로도 외교부는 연중무휴 외교를 펼쳐 왔습니다.

물론 여기에 미국, 중국, 러시아, EU, ASEAN 국가 등 27개국과 31회의 정상회담, 57회에 달하는 외교장관 회담 등을 위한 엄청난 준비와 그 결과 성과물로 발표되는 공동문건을 위해 최종 타결 직전까지 문구 하나 하나를 놓고 교섭해야 하는 피말리는 과정 등 일일이 밝힐 수 없을 정도입니다.

신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지난 수일간 여러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오늘 회의에서도 지난 1년 국정 분야 중에서 외교안보 통일 분야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해 주신 것으로 듣고 있습니다. 아마도 지금 말씀드린 여러 가지 어려웠던 여건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중심을 잡고 때로는 선제적으로 때로는 위기대응에 있어 안정적으로 정책을 수행해 온 점을 평가해 주시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외교안보통일 분야에 앞으로 다가올 수 많은 도전과 위기를 감안해 본다면, 현 시점에서의 어떠한 자만이나 방심도 금물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평가를 받은 이유를 제 차원에서 조심스럽게 분석해 보면, 하나의 큰 이유는 신정부의 외교안보 통일 정책이 오래 전에 준비되어 일관되게 추진되어 왔고, 이 점에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잘 준비된 정부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이 잘 기억하시겠지만,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2년 전 바로 이 자리에서 발표되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꼭 2년 전인 2012.2.25,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한국 국제정치학회 연설에서“새로운 한반도와 신뢰프로세스”라는 주제로 새로운 한반도에 대한 비전과 추진 전략을 공식적으로 천명하였습니다. 또한, 그 바로 6개월 전에는 Foreign Affairs지 기고문“새로운 한반도(New Kind of Korea)”를 통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과 외교정책, 더 나아가 평화 통일외교 담론이라고 할수 있는“신뢰외교(Trustpolitik)”의 원칙과 기조, 그리고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소개하였고, 이후 동북아평화협력 구상과 같은 주요 대외정책을 순차적으로 발표한 바 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에 대한민국 정부 출범이래 대선 후보자가 자신의 외교안보통일정책의 총론과 각론을 대선 전에 이렇게 포괄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러한 구상들은 거의 그대로 대선 공약으로 발표되었고 대선 후에는 인수위의 국정과제로 그대로 반영되었고, 지금 외교안보 통일 부서가 이를 시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바로 2년 전 당시 박근혜 위원장은 바로 이 자리에서“지금 한반도는 새로운 시작(new beginning)을 위한 역사적 전환점에”서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더 나아가 국제 정세가 또 다시 커다란 지각변동을 보이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가 지난 세기를 통해 겪었던 시행착오를 피하고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120년전 당시 청나라와 일본간 갈등으로 대표되는 동북아 지각 변동 속에서 갑오경장이 있었으나 결국 망국의 한을 겪었고, 60년 전에는 세계적 냉전체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한반도는 반공전선의 최전방이 되었습니다. 42년 전 바로 금주에 미ㆍ중간 상해 공동성명이 발표되자 우리도 모르는 사이 강대국간 관계의 기본 틀이 바뀔 수 있다는 새로운 인식하에 7.4 남북 공동성명과 그 다음해 할슈타인 원칙을 포기하는 평화통일 외교정책에 관한 특별성명(6.23 선언)이 발표되었습니다. 20여년 전에는 냉전 체제가 붕괴되면서 독일은 통일되고 남북간에는 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합의되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전환기들은 모두 위기이자 기회였습니다. 120년전에는 우리가 국제정세에 눈이 어둡고 무력했다면, 40여년전에는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북간 해빙 무드는 단명에 그쳤으며, 20년전의 절호의 기회는 북방외교를 통한 눈부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북한의 고립과 한반도 핵 위기의 본격화로 연결되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지금 한반도와 동북아에 그리고 세계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각 변동을 70년대초, 90년대초에 이은 제3의 동시다발적 지각 변동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북한 체제의 불확실성 심화, 동북아 역내 국가간 갈등과 긴장의 악순환, 범세계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요국들간의 지경학적 협력과 지정학적 경쟁은 국제정치의 지각판이 표면적인 현상을 넘어서 근저에서는 상호 충돌하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오늘 역사의 파고를 넘을 것인지 아니면 파도에 휩쓸려갈 것인지는 바로 우리가 얼마나 다가오는 파고와 지각변동을 읽고 이에 능동적으로 대비하느냐와 직결된다고 하겠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올해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지 25주년입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내년이면 분단 70년을 맞습니다. 지난 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보면서, 우리 모두 분단 시대의 아픔과 함께 통일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베를린 장벽 붕괴의 상징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독일의 통일이 갑작스럽게 된 것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통일 드라마의 주역이었던 당시 콜 독일 총리는 1990년 CSCE 정상회의에서“만약 15년 전 유럽 전체를 아우르는 평화적 질서의 기초를 세우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독일 통일은 없었을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독일 통일이 철저히 준비된 통일이었음을 강조한 것입니다.

금년초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 대박론을 화두로 던지고, 다보스 포럼 계기에“통일은 주변국에도 대박”이라고 선언한데 이어, 오늘 국민경제 자문회의에서 통일 준비위원회 구상을 발표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통일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넘어, 주변 정세의 변화를 잘 읽으면서 언제 어떻게 통일이 오든 이에 대비하고 통일에 유리한 국제 환경을 조성하여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통일의 과정을 진행시켜 나가려는 것입니다.

이미 박근혜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국민행복, 한반도 행복을 우리 대북 정책, 외교정책의 핵심 기조로 제시하였는데, 한반도 구성원 모두의 행복이 달성되는 것이 진정한 국민행복 시대가 되는 것이며, 이는 바로 통일의 비전을 강조한 것입니다.

통일 준비 과정은 국내, 남북관계, 국제사회라는 3가지 차원에서 진행될 것입니다. 특히, 국제적 측면, 즉 통일을 촉진시킬 수 있는 대외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과거 서독이 오랫 동안「2+4」방식 등으로 주변국들과의 외교에 들인 노력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지난 1년간 노력해 온 결과, 현상 유지를 선호해온 주변국들의 시각도 많이 바뀌어 이제 통일 논의를 위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작년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은“한민족의 염원인 평화 통일 실현”을 지지했고, 푸틴 대통령은“강력한 통일 한국의 역내 역할”에 대한 기대를 표명하였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주요국들과의 성공적인 정상회담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같은 정책들을 중층적으로 추진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최근 외교부가 대통령 연두 업무보고에서“평화통일 신뢰외교”에 초점을 맞춘 금년도 업무 방향으로서 통일 기반 조성을 위한 3대 기본 방향과 6대 세부 과제를 보고한 것도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단순히 통일 담론 논의 단계를 넘어 방법론으로, Action Plan으로 구체화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첫째, 한반도내 진정한 평화, 지속가능한 평화의 정착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입니다. 최고 수준에 있는 한미 동맹과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토대로, 국제사회와 중층적인 협력 구조를 구축하여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예방외교를 전개할 것입니다. 북핵 문제는 평화정착의 최대 장애물이자 지속 가능한 평화 구축을 위해 피해갈 수 없는 과제입니다. 북핵 고도화 능력 차단과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을 목표로, 원칙 있고 실효적인 투 트랙 접근을 추진하고, 북한 비핵화 로드맵도 제시해 나갈 예정입니다.

둘째,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 내는 전방위적 외교노력을 펼칠 것입니다. 한러 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나진-하산 물류사업 실사단이 최근 방북하였습니다만, 이와 같은 3각 협력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및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등을 촉진하여 북한의 변화를 위한 외부 환경을 적극 조성하고자 합니다. 또한, 북한 주민들과의 접촉면을 늘리기 위한 인도적 지원 사업도 꾸준히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셋째, 통일에 대한 국제적 지지 기반을 대폭 확충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 2.11,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교장관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한독 외교부간 통일외교 협의 채널을 조만간 개설하여독일 통일 과정에서의 외교 정책 교훈을 공유하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지난 18일에는 서울에 상주하며 북한을 겸임하는 21개 국가 대사관과 외교부와의 협의체인‘한반도 클럽’을 출범시킨 바 있습니다. 주변국들 및 핵심 우방국들과의 북한 정세 공유 등 전략대화를 강화하고, 중견국 협력메카니즘(MIKTA)을 포함하여 주요 우방국 협의체 및 국제기구들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금년도 적절한 계기에 박근혜 정부의 평화통일 외교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구상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우리 역사를 통털어 지금처럼 우리의 역량이 커진 적은 없습니다. 우리의 역량을 과대평가해서도 안되지만, 더 이상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라는 패배의식에 젖어 있어서도 안되겠습니다. 지난 1년간 박근혜 정부는 62년 만의 방공식별 구역 재설정이라는 고난도 외교를 주변 3국을 대상으로 성공적으로 풀어내는 외교적 성과를 도출하였습니다. 이것이 잘 못되었을 경우, 과연 어떠한 결과가 초래되었을지 전문가 여러분들이 상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리비아 납치 사건이든, 이집트 테러 사건이든, 우리 국익과 관련된다면, 전 세계 주요국 외교장관과 24시간 전략적 소통을 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제, 이 땅에 지속 가능한 평화를 정착시키고 궁극적으로 통일을 이루어내는 것은 우리 외교의 숙명적 과제입니다.

오늘 국민경제 자문회의에서 박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이 아직 귀에 생생합니다.“일할 수 있는 기회가 날이면 날마다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못하면 천추의 한을 남기게 되는 것이요, 한을 남기면 안되겠다”라는 말씀입니다. 변화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나가야 하고, 미래는 꿈꾸며 준비하는 자의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외교는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분명한 역사인식과 문제의식을 갖고 다가올 통일에 대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할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미래는 북한 주민을 포함한 한민족 모두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행복한 통일, 동북아와 국제 평화에 기여하는 축복받는 통일입니다. 동시다발적인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새로운 한반도, 새로운 동북아를 열어나가는데 있어 여러분 모두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주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