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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한국국제정치학회 하계학술대회 개회식 기조연설(6.26)

작성일
2015-06-28 17:00:00
조회수
5211

 김태현 한국 국제정치학회장님,
그리고 주철현 시장님을 대신한 이승옥 부시장님,

오늘 국제정치학회 하계 학술회의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로서는 지난해 국제정치학회 학술회의 이후 연이어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회의 주제가 저희 외교부에 있어서도 아주 시의적절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 회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 회의를 통해 저희 외교가 처한 환경과 앞으로 가야할 길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지난 2년 반을 되돌아 보아도 그렇습니다만, 당장 최근 2주간만을 보더라도 한국 외교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잘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2주 동안을 보면, 우선 제가 유럽에 금년에만 4번째 방문을 했습니다. 독일 슈타인마이어 장관과는 1년 만에 4차례나 아주 이례적으로 빈번하게 회담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미국에 가서 42년 만에 개정된 원자력 협정에 서명을 했고, 그 계기에 미국의 국가안보 보좌관, 블링켄 국무장관 대행을 포함해서 국무부 한반도 인사들을 모두 만나고 주요 Think-tank 소장단과도 만났습니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다시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외상과 최초로 방일 양자회담을 하고, 또 아베 총리와 야당대표를 면담하였습니다.

금년 상반기 한국외교를 동선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대통령님의 3월 중동 4개국, 또 4월 중남미 4개국 순방과 같은 정상외교 차원 뿐만 아니라 외교장관 차원에서도 다보스 포럼과 뮌헨안보회의, 또한 네덜란드 사이버스페이스 총회와 같은 다자 회의에 참석을 하고 양자회담도 개최하는 한편, 싱가포르, 독일, 크로아티아, 미국, 그리고 일본으로 양자 방문을 이어나가는 등 우리 외교의 지평이 한반도를 넘어서 동북아, 나아가 전 세계로 계속 펼쳐지고 있습니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분주한 가운데, 이제 한국의 convening power, 즉 소집의 힘이 커지면서 서울이 점점 국제외교의 허브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5월에만도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방한하여 회담을 한 데 이어 모디 인도총리가 방한을 했고, 교육 분야에서 UN총회라고 할 수 있는 세계교육포럼도 반 총장님 포함해서 많은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개최하였습니다. 5월 20일에서 22일 개최된 제주포럼에도 다수 전직 국가 수반들이 참석을 했고, 또 중견국 5개국 믹타(MIKTA) 외교장관회의도 제가 의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개최된 바 있습니다.

바로 며칠 전 UN 북한인권문제 관련된 인권사무소가 서울에서 개소가 됐습니다.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우리의 기여에 있어 큰 이정표가 될 것으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또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관련 현인그룹회의(GEM)도 바로 어제 서울에서 개최가 되어서 제가 회의 기조연설을 한 바 있습니다.

최근 저희가 메르스 문제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만, 작년에 저희가 서부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가 발생했을 때 그 어느 나라보다도 적극적인 기여를 한 바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계기로 해서 이번 9월에 서울에서 전염병 문제 등을 보다 글로벌 보건 안보차원에서 논의하기 위한 대규모 각료 회의도 개최하게 됐습니다. 글로벌 보건안보 구상(GHSA) 고위급 회의라고 하는데, 미국이 지난해 제1차 회의를 개최하였고, 오는 9월 우리나라가 제2차 회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상반기 회의에 이어서 하반기에는 바로 2주내에 제가 아프리카에서 개최되는 UN 개발재원 총회에 참석합니다. 올해 UN에서 열리는 금년도 가장 중요한 회의 중 하나인 개발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회의입니다.

또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하나의 주요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유라시아 친선특급열차에 제가 전 구간을 함께 하지는 못 합니다만 일부 구간을 타고, 바르샤바와 베를린에서는 큰 행사를 개최하고 분단 70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토론도 가질 예정입니다.

8월이 되면 ASEAN과 관련된 4개의 연속된 장관회의에 참가할 예정이고, 또 중남미에서 열리는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 장관회의도 참석하게 되어있습니다.

이어 9월에 보통 시작되는 UN총회는 다자외교에 있어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 계기에 대통령님께서도 UN총회뿐만 아니라 개발정상회의도 참석을 하시게 되어있습니다.

또한 9월에는 호주와 2+2 장관급 전략회의를 가질 예정이며, 이 계기에 뉴질랜드와 태평양도서국들도 방문할 예정입니다.

11월은 정상급 및 외교장관 회의 일정이 가장 많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ASEM 외교장관회의를 필두로 G20 정상회의, APEC 정상회의, 그리고 아세안 관련된 3개의 정상회의가 열리며, 이에 더하여 동아시아 정상회의까지 연이어 열리고, 마지막인 12월 초에는 올해 국제사회 전체로서는가장 중요한 회의라고 할 수 있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열리게 됩니다. 조만간 이 총회와 관련하여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결정해서 발표할 예정입니다.

물론 이렇게 말씀드린 일정을 들으시면서 궁금해 하시는 부분도 있으실 겁니다. 지난 3월에 한일중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해서 금년 중 가장 빠른, 상호 편리한 시기에 한일중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는데 과연 언제 개최될지 관심이 많으실 것입니다. 이번에 메르스 때문에 재조정이 된 한미정상회담이 언제 개최될지에 대해서도 연내에 가장 빠른 시기에 또 상호편리한 시기에 개최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제가 외교 현장에 있는 입장에서 과거와 외교 수행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말씀드리자면, 사실 지난 2년 동안만 하더라도 외교장관회담을 300여회 이상 가졌으며, 대통령님께서도 정상회담을 약 140여회 하신 바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450여회 정도의 정상과 외교장관회담이 2년여 동안 거의 쉴 새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이 외에 현안 관련 회의, 국내 개최 회의까지 포함한다면 거의 1년 내내 중요한 고위급회담이 열리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이제 한국이 동북아 주변국만 아니라 국제사회와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으며, 또 우리의 국력이 상승하고 외교력이 상승함에 따라서 우리의 역할에 대해서 국제사회의 기대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서 과거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나비효과를 말씀하신 것처럼 이제는 전세계 어디에서 어떤 문제가 터지든지 우리와 무관한 일은 전혀 없고, 우리는 더 이상 전세계의 어떠한 문제로부터도 자유롭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들께서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시는 남중국해 문제, 좀 전에 말씀드린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 문제, 최근 중동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ISIL 문제, 또한 비확산 및 북한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 이란 핵문제, 시리아 문제, 메르스와 에볼라 문제라든가 심지어 네팔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까지 포함해서 이러한 모든 문제들이 발생할 때 마다 사실은 주요 현안 못지않게 외교당국으로서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정책적인 협의를 가질 수 밖에 없게 되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장관으로서는 북한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를 이미 넘어서 동북아 문제라든가 전세계 주요 지역 문제, 그리고 글로벌 거버넌스 관련된 문제에 관여하는 사례가 엄청나게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 우리가 냉전시대에 한미동맹 중심의 대북한외교, 또 비동맹외교를 많이 했다면 이제 냉전 종식이후 세계화된 이 시점에서는 우리 외교 지평이 거의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 외교는 북한만을 염두에 둔 외교가 아니고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외교이며, 다양한 외교 행위자가 관여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도 외교를 수행하는 방식에 있어서 전통적인 회담 형태의 방식뿐만 아니라 수시로 전화하고, 심지어 제 스마트폰으로 문자도 보내고, 이런 식의 디지털 외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적 측면에서만 국한해서 볼게 아니라 외교의 질적인 측면에서 보게 되면 아직도 우리 국내 일각에서는 여전히 외교하면 북한 문제라든가 미국 문제라든가 중국이라든가 한일 간 현안 이런데 많이들 치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제가 학술회의 의제를 보면서 아주 기쁘게 생각했던 것은 오늘 의제가 굉장히 포괄적으로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공공외교라든가 원자력협력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개발협력, 인도주의외교, 중견국 외교, 국제법 문제를 포함해서 급변하는 세상의 국제 질서 개편과 아주 잘 부합하는 현안들을 다 다루고 있는데, 이 점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특히 외교 현장에 있는 저희 입장에서는 이러한 글로벌 거버넌스 중에서도 사이버위협이라든가 전염병이라든가 기후변화문제라든가 외국인 테러전투원들 문제라든가 또 폭력적 극단주의라든가 하는 문제들이 사실 최근 들어서 커다란 외교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는 것을 추가적으로 말씀드립니다.

외교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상 차원이든 외교장관 차원이든 정부의 각 레벨 차원이든 개인적인 신뢰관계가 과거어느 때보다도 중요한데, 사실은 최근에 해결됐던, 진전이 있었던 많은 문제에 있어서 이러한 개인적인 신뢰관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박근혜 정부 임기가 지금 한 2년반 되어가고 있습니다만 그간 여러 가지 나름대로 성과라고 할 수 있는게 있습니다. 우선 한반도에서는 일단 큰 틀에서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고 예방외교를 안정적으로 전개해왔다 말씀드리고요.

동북아에서는 미국과 과거 어느 때보다 공고한 동맹을 유지하면서 특히 그동안 한미 간에 장기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지난 2년반 동안 다 해결을 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잘 타결이 됐고, 또한 전작권 전환 문제도 합의를 했고, 또한 원자력협정도 상당히 오랜 협상을 거쳐서 이번에 아주 성공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41년만에 개정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제 개인적으로는 이번 원자력협정 개정을 1953년 상호방위조약과 한미 FTA에 이은 세 번째로 중요한 한미관계에 있어서의 제도적인 기둥이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이런 합의에 따라서 과거 어느 때보다도 창의적인 협의장치가 많이 도입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정치안보분야의 협의체뿐만 아니라 이번 원자력협정에 따른 고위급협의체 또 앞으로 신설될 고위급 경제협의체 이런 것들이 양국관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그런 대화 채널이 될 것으로 말씀드립니다. 또 앞으로 대통령님께서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미국을 방문하시게 되면 이러한 관계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중국과의 관계도 수교 이래 가장 좋은 관계를 누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숫자로 보더라도 지난 해 드디어 천만명 교류시대를 기록하게 됐습니다. 또 한중 FTA도 지난 6월초에 서명을 했습니다만 저희 외교부 입장에서는 한중 FTA를 단순히 통상협정이라는 차원보다는 앞으로 한반도에도 상당히 안보적 함의, 전략적 함의가 있는 협정이 아닌가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 미국의 어느 한반도 전문가가 이야기했듯이 우리가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를 동시에 강화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 커다란 자산입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여러번 말씀하신 것처럼 양자관계가 제로섬이 아니라 완전히 양립가능한 관계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양자관계와 더불어서 동북아 지역에서 여러 소다자 협력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만, 특히 지난 3월에 저희가 주최했던 한일중 외교장관회담은 어려운 일중관계, 한일관계 이런 상황 속에서도 단절된 3자협력을 복원하는 좋은 계기가 됐고, 연말 이내 가까운 시일내에 한일중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이러한 동북아국가간 관계개선에 더욱 기여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동북아 국가간의 관계도 중요합니다만 저희가 다른 지역과도 관계를 확대하고 있는데, 작년말에 있었던 제2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라든가, 또 EU와 3대 기본 협정을 체결한 아시아에서는 유일한 국가로서 존재감을 발휘한다든가, 또 우리 중견국 외교를 강화해서 아까 말씀드린 믹타 외교 장관회의를 창설하고 서울에서 개최한 바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년 동안에 과거 1대1 형식의 차원에서 상대방 다수국가와 외교하는 이런 식의 외교협의를 8개 이상 만들었습니다. 비제그라드 체제와도 하고, 노르딕과도 하고, GCC와도 하고 또 중남미 국가도 하고 그런 식으로 우리의 국력상승, 외교력 상승에 따라서 이제는 수많은 나라와 일대 다수로 하는 외교형태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글로벌 외교 측면에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다자외교가 굉장히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반기문 사무총장님이 계신 그런 효과도 힘입어서 저희가 지금 UN의 3대 이사국이라 할 수 있는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도 작년까지 수행했고, 지금 현재 UN 인권이사회와 경제사회이사회 위원국인데 경제사회이사회는 의장국이기도 합니다. 조만간 영국에서 IMO 사무총장선거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저희후보가 만약 최종적으로 당선이 된다면, 우리 나라는 과거 WHO 사무총장에 이어서 IMO 사무총장까지 만들어내는 그런 기쁨을 가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금년에 여러 가지 서울에서 개최했던 각종 주요회의, 인권 관련된 진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대통령님께서 UN총회에 참석을 하시고 여러 가지 하시게 될텐데 특히 UN창설 70주년을 기념하는 많은 행사가 예정되어있습니다.

이렇게 지난 6개월, 길게는 2년반 동안에 성과를 토대로 하면서 저희 외교당국에서 보는 많은 도전이 있습니다. 정부 출범할 때부터 박근혜 정부가 취임하고 있는 5년은 아마 냉전후 가장 엄중한 시기가 되겠다고 전망하고 출범했습니다만 실제로 지금 그런 상황으로 전개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작년 12월에 영국 채텀하우스에서 연설하면서 이러한 저희 외교안보 환경을 “한반도와 동북아와 세계로부터 삼중파고가 일고 있다.”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금년 1월에 다보스에서 열렸던 다보스포럼에서 최초로 이런 지정학적 갈등이 최대 화두로 대두되었고 저도 아시아를 대표해서 이야기한 바가 있습니다. 특히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토나 역사문제 같은 오래된 도전뿐만 아니라 새로운 도전들이 동북아와 동아시아 전체에 많이 전개되고 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릴 수가 있습니다.

물론 잘 아시는 것처럼 한반도에서는 북한문제와 북핵문제가 주된 관심사가 되겠고 당연히 저희 정부입장에서는 당면한, 진행되고 있는 북한 핵고도화를 어떻게 차단하고 롤백시킬 것이냐는 그러한 커다란 도전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본다면 결국 북한의 변화를 어떻게 유도할 것이냐, 미얀마가 변하고 베트남이 변하고 쿠바가 변하고 있는데 과연 그런 변화가 북한에도 올 것이냐, 우리가 어떤 노력을 통해서 이런 북한의 노력을 전략적으로 유도해 나갈 것이냐가 커다란 과제가 되겠고, 더 나아가서는 이러한 분단으로 인한 비용을 줄이고 앞으로 동북아 평화에 기여할 수 있기 위해서는 통일 노력을 좀더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접근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이와 같은 통일을 위한 국제공조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사실 최근 들어서 제가 지난 주에 일본을 방문함에 따라서 국내에서 상당히 많은 관심들이 있었습니다. 연초로 돌아가서 회고해 본다면 제가 두가지 측면에서 한번 생각해 봤었습니다. 금년에는 지뢰가 터질게 너무 많다, 이런 생각을 한번 해 봤었고요. 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년이 국교정상화 50주년이기 때문에 이런 좋은 기회를 한 번 활용하면 나름대로 진전이 있을 수 있겠구나, 이렇게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이었습니다.

지뢰의 경우에는 여러분께서도 잘 아시는 것처럼 일부는 이미 폭발했습니다. 중학교 교과서 문제, 일본의 외교청서 문제로 많은 관심이 있었습니다만 그 문제는 그렇게 됐고, 또한 어려움이 예상됐던 미일 방위지침 문제는 저희가 원하는 내용이 어느 정도 반영이 되어서 뇌관이 제거된 측면이 있습니다. 바로 이틀 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문제와 관련해서 독일 본에서 개최되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의 산업유산 등재문제가 논의되겠습니다만, 이것도 3-4개월에 걸친 저희의 집중적인 외교노력의 결과 한일양국간에 원만하게 타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그래서 저희의 정당한 우려가 반영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지뢰 아니면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바람이 어떤 것들이 있는가 본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군대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있겠고 또 아마도 8월 중에 예상이 되는 아베총리의 70주년 담화가 있겠습니다. 이것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금년 하반기에 한일 관계를 포함한 동북아 기상이 적잖이 영향을 받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우리가 역사 문제와 여타문제를 구분해서 투트랙으로 접근을 하고 있고 정상회의가 양자방문형태는 없습니다만 다자 차원에서는 이루어지고 있고 또 정상회담 이외에는 지난 5월만 하더라도 재무장관, 통상장관, 국방장관회의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등 이러한 양국간의 정책 대화채널은 굉장히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저희로서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이번 50주년을 기회로 삼아 역사문제에 기인한 여러 가지 현안들이 진전을 좀 봐서 이번에 세계유산등재 문제에서 보여줬던 그러한 정신을 가지고 좀 선순환시킬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고요. 과거처럼 1보를 전진하고 2보를 후퇴하는 그런 것보다는 천천히라도 꾸준히 가자는 생각을 갖고 대일 관계에 임하고 있습니다.

동북아 주변국들과의 관계 측면에서 국내외적으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중국의 부상을 어떻게 볼까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시각 차이에 따라서 역내 국가들이 각각 상이한 정책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워싱턴에서 개최된 미중간 전략 경제대화가 비교적 잘 끝났습니다만 결국 미국의 아태 재균형 정책과 중국의 신형대국관계 간에 경쟁적 요소가 협력요소를 압도하지 않게끔, 저희로서는 가능하면 협력이 보다 증진될 수 있는 방향으로 당사국들도 노력해야겠고, 또 역내 국가들도 이를 좀 더 보완해주는 노력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중일 관계는 최근 양자 간에 대화가 있었습니다만 저희가 일단 한일중 외교장관회의를 통해서 합의한 바에 따라 연말 이내에 삼국 정상회의를 서울에서 또는 다른 곳에서 주최하게 된다면 일중 관계 개선에도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아베총리의 70주년 담화가 앞으로 어떠한 내용의 역사인식을 어떠한 형식으로 담아낼 것이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에 이번 담화를 보시게 되면 한일관계가 터널 끝에서 빛이 보일지가 보다 분명히 나타날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로벌한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라든가 IS 문제라든가 이런 폭력적 극단주의라든가 사이버위협이라든가 말씀드린 기후변화 문제 이런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만 최근 들어서 이런 난민문제가 저희한테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 되고 있습니다. 또 전염병 문제도 많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전통적인 위협 뿐만 아니라 비전통적인 위협이 전세계 모든 국가를 다 관여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외교가 나아가는 방향에 있어서 몇 가지 소견을 말씀드린다면 우리 외교가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와 세계로 뻗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전략적 위상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강대국은 아니지만 그러나 “더 이상 우리가 몇몇 강대국들의 입김에 좌우되는 종속변수도 아니다, 이미 국제사회에서 의미있는 행위자(actor)로서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주체의식을 갖고 외교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요. 특히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더 분명한 중심을 갖고 대처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동북아에서 신뢰가 많이 부족한 상태라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로서는 한미관계와 한중관계가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고 또 저희가 미국과 중국 모두와 아주 가까운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은 제가 여러번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이것은 커다란 전략적인 자산이라고 말씀 드립니다.

우리나라는 미중간의 갈등을 통해서 이득을 얻을 이유도 없고 이득을 얻는다는 것이 우리 국가이익에 꼭 부합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노력을 통해서 미중 관계를 포함해서 역내 국가간 관계가 계속 좋은 방향으로 증진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할 것이고 이것이 바로 한반도에서 평화와 궁극적인 평화통일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한 가지 현실적으로 외교를 수행하는 입장에서 볼 때 제가 생각하는 외교라고 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국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북한 문제 등에 치중된 단선적인 이해관계가 아니라 우리의 모든 복합적인 이해관계를 냉철히 따지면서 최적의 타이밍을 선택하는 그런 지혜가 필요하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지난 3월말 우리가 AIIB 가입결정을 발표한 시점에 대해 국내 일각에서 눈치보기라는 표현을 쓴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AIIB는 정말 국익 극대화 측면에서 최적의 시점에 가입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인식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정책이 발표되고 어떠한 결과가 도출될 때 그것이 왜 최적의 타이밍인지에 대해서 앞으로 정부로서는 더욱 더 열심히 정보를 공유하고 설명을 해 나갈 생각입니다.

여러 가지 어려운 외교환경 속에서 상황들이 많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들을 보는데 있어 저로서는 한 서너가지가 조금 눈에 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흔히 외교환경과 외교역량을 구분하지 못하는 측면이 다소 있다, 다시 말해서 동북아나 세계적으로 파고가 치고 격랑이 이는 것은 하나의 여건이자 환경인데 이것이  마치 우리 외교 자체의 능력 문제로 동일시하려는 시각이 있어서 이것이 좀 구분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핸디캡 1번홀에서 파(par)하는 것과 핸디캡 18번홀에서 파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가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외교환경에 대한 구분 의식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외교당국의 입장에서는 외교를 24시간 단위의 특정 시점(stock)이 아닌 흐름(flow)의 개념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시점에서는 대외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러나 전략적인 로드맵에 따라 어느 시점에 우리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가를 염두에 두면서 외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플로우 개념으로 조금 더 길게 호흡을 가다듬어야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부터 저희가 취하고 있는 외교는 그러한 전략적 로드맵을 갖고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두 번째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흔히 어떤 동북아 역내에서 일어나는 현상들, 예컨대 누가 어떤 이야기를 했다든가 하는 이런 일이 있을 때 이것을 과도하게 해석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 외교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보게 되면 그러한 현상보다는 현상에 내재 되어있는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냐, 어떤 과정을 거쳐가지고 어떤 결론을 도출하게 될 것이냐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현상자체는 우리가 보기에 조금 이상해 보이거나 그렇게 들릴 수 있더라도 그 구조가 튼튼하면 그러면 외교는 전혀 문제 없으며, 어떤 면에서 그러한 현상은 조금 이례적?예외적인 경우가 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다만 어떤 사안에 대해서 어떤 특정인사들의 발언이 마치 한국과 해당된 나라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큰 문제가 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구조 자체를, 큰 그림을 놓치는 데서 오는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목도하는 그런 경향은 흔히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를 제로섬적으로 보는 경우에서 많이 있습니다. 또 아베 일본 총리 미국 방문 이후에는 한미관계와 미일관계를 제로섬적인 관계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제가 다른 여러 계기에 말씀드렸지만,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는 상호보완적이며, 서로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으며, 한미관계와 미일관계도 사실은 서로 보완적인 측면이 많이 있습니다. 또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고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가치를 가진 관계이기 때문에 이러한 구분이 필요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어떤 면에서 우리 대통령님께서 2년전 워싱턴을 방문하셨을 때 이미 한미간에 미래비전과 로드맵을 합의하고 그에 따른 상당히 많은 성과 사업을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일본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사람들이 저희한테 가장 많이 말했던 것은 한국은 이미 벌써 2년전 방미, 그리고 1년전에 오바마 대통령 방한을 통해서 이미 더 많은 것을 이루었으니 굳이 한국내에서 아베총리의 미국 방문과 비교할 이유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외교당국자로서 지금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이러한 것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는 과정에서 특히 전문가이신 국제정치학회 여러 학자님들께서 좀 역할을 많이 해주실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을 해서입니다.

마지막으로 주변국관계의 중요성입니다. 저희는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과 통일과정에서 한미동맹을 포함해서 주요국가와의 전략적인 협력을 포함해서 주변의 모든 나라와의 아주 원만한 관계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과거처럼 한미일 대 북중러 이런 식의 냉전적인 대립구도는 우리의 국가이익에 맞지도 않고 또 이런 식으로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오든지 간에 이런 식의 냉전적인 대립구조로 돌아갈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서 결국 우리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통일까지 가는 과정을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웬만한 이슈가 생기면 다 외교라는 말이 들립니다. 주무 부처가 아닌 경우에도 많이 듣는데 그만큼 외교가 중요하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도 저희가 정부에서 노력하는 것 못지않게 정부 이외의 행위자들, 민간단체, 그리고 우리 학계, 의회 등등 다양한 행위자(actor)들이 합심해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앞으로 우리가 북한문제를 중심으로 동북아 문제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에볼라, 메르스 또 각종 난민문제에서 보았듯이 시야를 세계로 돌려 한국이 G20의 회원국에 맞는 또 사실상 이제 여러 가지 주요한 국제 안보문제에 기여하고 있는 지위에 상응해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앞으로 기후변화문제도 마찬가지이며, 또 보건안보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개발정상회의도 예정이 되어 있는데 개발협력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며, 또 이러한 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제가 믹타와 같은 새로운 협의체를 통한 중견국 외교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앞으로 하반기에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많은 정상급 또는 외상급 외교행사가 있습니다. 다만 모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가 직면한 외교환경은 워낙 엄중하기 때문에 이러한 파고를 해쳐나갈 수 있는 과거 어느 때보다 강화된 외교능력과 분명한 전략을 갖고 나가야 될 것 같습니다. 저희로서는 분명한 문제의식과 역사 인식, 그리고 방향 감각을 가지고 일관성있게 추진해 나갈 생각입니다.
 
처칠 전 수상이 하늘을 나는 연은 순풍이 아닌 역풍에서 가장 높이 난다는 말을 한 적 있습니다. 지금 역풍인지 순풍인지는 보시기에 따라서 다르시겠지만 설령 역풍이라도 우리 대한민국호는 계속 꾸준하게 중심을 잃지 않고 나아갈 것입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 국제정치학회 회원 여러분들께서 우리 외교부와 외교를 지지해 주시고 또 많은 조언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냉전종료 시기인 20여년 전에 갖고 있던 외교 인프라가 사실 거의 그대로 유지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외교 인프라는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너무나 미흡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외교 인프라를 개선하는데 있어서도 국제정치학회 여러분들께서 많이 성원해주시면 이런 것을 토대로 해서 우리의 비전인 새로운 한반도, 새로운 동북아,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나름대로의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긴 말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