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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한-독 대학생 한반도 통일 토론회 개회사

작성일
2015-07-31 18:00:30
조회수
5672

페터 랑에 베를린 자유대 부총장님,
한-독 양국 대학생 여러분,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어제밤 이번 유라시아 친선특급의 종착지이자 독일통일의 상징인 베를린에 도착하면서 지난 1991년 남북한 동시 유엔가입 당시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당시 주유엔옵서버 한국대표부 참사관으로 근무하며 한국 외교사에 한 획을 그은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의 역사적 현장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명패를 앞에 두고 대표단석에 앉아 있는 남북한 대표단과 동서독(FRG & GDR)이라는 두 개의 명패를 Germany라는 단일명패로 교체한 독일 대표단의 극명한 대조는 저에게는 또 하나의 진실의 순간(moment of awakening)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언젠가 남북한도 통일을 이루어 독일처럼 Korea라는 단일명패를 두고 국제무대에 함께 서는 날을 꿈꾸어 왔습니다.

독일이 통독 25주년을 축하하고 있는 이 순간,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 70년의 고통 속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여러분들과 같은 젊은이들과 통일에 대해 대화를 나눌 때면, 우리 세대가 한반도 분단의 마지막 세대가 되고 여러분들이 통일 한반도를 여는 첫 번째 세대가 되어 달라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 통일외교사에 또다른 이정표가 될 유라시아 친선특급의 마지막 날, 독일 통일의 위대한 정신을 품고 있는 이곳 베를린에서 한국과 독일의 미래주역인 양국 대학생 여러분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제가 지난 1월 다보스 포럼‘한국의 밤’행사에서 통일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면서, 분단비용이 통일비용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분단비용은 시간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며, 그 비용은 한국민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짊어질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의 분단은 지정학적 난제이지만, 통일된 한반도는 지정학적 축복이 되어 동북아는 물론, 전세계의 평화와 번영의 견인차가 될 것입니다.

한반도 통일이 이루어지면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은 더 이상 국제사회를 겨냥하지 않게 될 것이고, 통일 한국은 동북아, 전세계 평화의 안정자(stabilizer)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한국의 첨단기술, 북한의 풍부한 자원, 근면하고 창의적인 남북한 8천만의 시너지는 통일 한국 뿐만 아니라, 동북아를 비롯한 아태지역, 나아가 유라시아 전체에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할 것입니다.

또한, 하나된 한반도는 자유민주주의, 인권수호의 보루로서 인류 보편적 가치의 확산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한편, 통일 독일이 오늘날 우크라이나 사태, 이란 핵 문제 등 국제적 도전에 있어 선도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바와 같이 통일 한국도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 글로벌 공공선 증진에 기여할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광복 70주년을 맞는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는 진정한 광복은 한반도 통일로 완성된다는 역사적 소명의식을 가지고 분단 70년의 비정상의 상태를 정상화하고, 유엔창설 70주년을 맞는 국제사회가 인간존엄을 증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더 큰 기여를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기조 아래 ‘작은 통일에서 큰 통일’로 나아간다는 비전을 갖고 대화와 협력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작년 3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한반도 평화통일구상(드레스덴 구상)’을 통해 대북 3대제안을 비롯하여, 광복절 경축사, 유엔총회 연설 등을 통해 우리의 통일비전을 적극 제시하신 바 있습니다. 또한 우리 정부는 지난달 북한인권사무소 개설을 통해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외교적 노력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25년전 통일을 성취한 독일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통일을 이루는데 국제사회의 지지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는 주변국의 이해와 조화를 이루고, 국제사회로부터 환영받으며,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통일을 추진하기 위해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통일을 착실히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범지역적 차원의 협력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 나가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유럽안보협력회의(CSCE)를 통한 유럽의 신뢰구축 경험을 벤치마킹하여‘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에 육상길을 통해 친선특급이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을 달려왔듯이, 북극항로를 통한 바닷길, 첨단 ICT 기술을 이용한 사이버길을 동시에 연결하여 유럽과 아시아의 연계성을 강화하고자 하는‘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역시 한반도 통일에 기여할 것입니다.

어제 바르샤바를 거쳐 베를린 중앙역에 도착한 유라시아 친선특급은 지구상 가장 광활한 대륙인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과 서쪽 끝 사이의 연계성을 증진시킴으로써 21세기 지구촌의 평화와 번영을 증진시키는데 기여코자 하는 우리의 꿈을 상징합니다. 하나의 대륙, 창조의 대륙, 평화의 대륙을 향한 꿈을 싣고 7월 14일 서울에서 시작한 유라시아 친선특급은 지난 20일 동안 5개국 10개도시, 14,400km을 숨가쁘게 달려 오늘 대장정의 막을 내립니다. 비록 이번에는 친선특급이 남북한을 관통하여 달리지는 못했지만 여러분들이 앞으로 통일의 시대를 열어 부산에서 출발한 유라시아 친선특급이 북한 지역을 통과해 이곳 베를린으로 오고, 독일의 친구들이 그 열차를 타고 한국을 찾는 날을 만들어 주기 바랍니다.

한반도 통일은 물론이고 유라시아 협력에 있어서도 독일은 든든한 가장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특히, 독일의 통일외교 경험을 공유코자 작년 10월 첫 회의를 개최한 한-독 통일외교정책자문위원회도 독일측의 적극적인 관심에 따라 금년 가을 제3차 회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저는 얼마전 해외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교부장관 취임 이래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소장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망설임 없이 작년 10월 독일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교장관의 방한시 선물받은 베를린 장벽 조각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장래 제 후임 외교장관이 독일 외교장관에게 한반도 통일 후 제거된 휴전선 철조망 조각을 선물할 수 있는 날을 보는 것이 제 꿈이라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오늘 토론회가 끝나고 오후에 우리는 함께 통일기원 행진을 합니다. 행진의 끝 지점에는 독일 통일의 상징, 브란덴부르크 門이 있습니다. 1987년, 당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브란덴부르크 門 앞에서 소련 고르바초프 서기장에게 이렇게 외쳤습니다. “고르바쵸프 서기장. 평화와 번영을 원한다면, 이 문으로 오십시오(come here to this gate)! 이 문을 엽시다(open this gate)! 그리고 이 장벽을 허물어 버립시다(tear down this wall)!”그리고 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마침내 열렸습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우연처럼 보이는 일들이 사실은 필연의 일부임을 보아왔습니다. 독일 통일이 기적이 아닌 오랜 노력과 의지를 통해 이루어졌듯이, 한반도 통일도 우리의 힘으로 이루어 낼 수 있습니다. 유라시아 친선특급은 한반도 통일이라는‘History in making’의 중요한 章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오늘 양국 통일문제 전문가 분들과 젊은 대학생 여러분들의 열띤 토론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