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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개소식 축사 (8. 12.)

작성일
2015-08-12 11:10:00
조회수
6301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개소식 축사

나경원 위원장님,
심윤조 의원님,
벳쇼 코로 주한일본대사님,
이와타니 시게오 한일중 3국 협력사무국(TCS) 사무총장님,
윤덕민 국립외교원장님,
조희용 일본연구센터 소장님,
내외 귀빈 여러분,

‘I have a dream’이란 명연설을 남긴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생애 마지막 설교에서 “We shall overcome.”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저는 이 말에 착안하여 지난 3월 한일중 3국 외교장관회담 계기 만찬에서 3국 외교장관의 이름을 따“이․기․세”라는 구호로 건배를 제의한 바 있습니다. “We shall overcome.”, 이 말은 3국이 협력하여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자는 의미에서 금년도 한일 관계와 한일중 3국 관계에 임하는 저의 의지와 자세를 표현한 것입니다.

이러한 제 마음은 지난 달 성공리에 마친 유라시아 친선특급 행사에 참여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총 14,400km에 달하는 친선특급의 대여정 가운데 바르샤바로부터 베를린까지 마지막 구간에 탑승하였습니다. 그중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친선특급이 다룬 주제는“화해”였습니다. 저는 종전 70주년을 맞는 현 시점에서 폴란드-독일 간 화해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 참석하였으며, 그에 앞서 1970년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폴란드 정부와 국민들에게 사죄한 게토 영웅 기념비를 방문하여 헌화하였습니다. 이 역사적인 현장에서 저는“과거에 대한 기억은 현재를 위한 거울이며 미래를 위한 나침반이다”라는 글을 방명록에 남기면서 과거 독일의 진심어린 사죄와 과거와 화해하기 위한 행동들, 그리고 폴란드의 포용과 용서가 만들어낸 유럽의 위대한 화해의 역사를 돌이켜 보았습니다.

폴란드-독일의 화해는 오늘날 유럽의 평화와 번영의 초석이 되었으며, 인간존엄의 구현에도 기여하였습니다.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주년, 그리고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는 동북아의 역사적 길목에서 저는 진정한 화해가 이 지역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하였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박근혜 정부는 “한일 양국관계의 안정적 발전”이라는 목표하에 양국간 부정적인 요소들은 잘 관리하고 긍정적인 요소들은 극대화시키는 가운데 한일 관계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습니다. 제가 금년초 한일관계를 전망하면서 올해 대략 6개에서 7개 정도의 난제들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이중 일부 사안들은 양국간 긴장을 고조시켰으며, 일부는 슬기롭게 관리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22일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양국 정상이 축하 리셉션에 교차 방문하고 제가 외교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한 것은 양국관계 개선을 위한 중요한 모멘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당시 기시다 외무대신을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갖고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양국 외교장관이 중심이 되어 민감한 현안들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자는데 인식을 같이 하였습니다. 또한, 금년 하반기 여러 다자회의 계기에 양 장관이 자주 만나 신뢰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가자고 합의하였습니다.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저와 기시다 외무대신은 지난주 ARF 외교장관회의 참석 기간 중 회동하여 아베 총리 담화 등 양국 관심사에 대해 진지한 의견교환을 가졌습니다.

금주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아베총리 담화는 종전 70주년이자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라는 역사적 시점에서 향후 양국관계 개선의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금번 아베총리 담화가 과거 무라야마 담화 등 역대 내각의 담화와 그 속에 담긴 역사 인식을 확실하고 분명한 언어로 표명해 줄 것을 촉구해 왔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이는 양국관계의 선순환적 발전에 커다란 추진력을 제공해 줄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이번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의 개소는 매우 뜻깊고 시의적절한 일입니다. 오히려 한일 관계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다소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도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30여년에 걸친 외교관 생활 가운데 비교적 학계와 많은 교류를 했고 외교장관에 임명되기 전 수년간 대학교수로서 연구활동을 했기 때문에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냉철하고 시의적절한 정책적 조언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날 미국이 전세계의 글로벌 리더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도 최고의 싱크탱크가 가진 smart power와 정부와의 유기적 협업에 힘입은 바 크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개소되는 일본연구센터가 단지 연구만 하는 “Think Tank”가 아니라 행동하는 연구기관으로서, 즉“Think and Tank”로서 기능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저는 지난 3월 이곳 국립외교원에서 있었던 충숙공 이예 선생의 동상 제막행사에서 조선통신사로서 일생을 조선과 일본관계 발전을 위해 바치신 선생을 기리면서 한일 양국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은 우리 세대의 사명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역사의 발전은 과거를 교훈삼아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일본연구센터가 그러한 역사의식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이번에 일본연구센터소장을 맡으신 조희용 대사께서는 한일관계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외교부가 자랑하는 높은 식견을 갖춘 훌륭한 외교관입니다. 조희용 대사의 리더십 하에 센터가 우리의 기대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해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울러, 한일관계가 어려운 도전을 맞고 있는 시기에 주한 일본대사로 부임하여 양국 관계의 선순환적 발전을 위해 여러모로 노력을 아끼지 않고 계신 벳쇼 코로 대사님과 지난 2년 동안 3국협력사무국을 성공적으로 이끄시고 한일중 3국 협력의 복원을 위해 애써주신 이와타니 시게오 사무총장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간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개소를 위해 애써주신 관계자 여러분들께 격려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국립외교원 출입문을 들어서면,“나라의 앞날을 준비하라(PARA NATIONIS FUTURA)”는 글귀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이 말처럼 이번 일본연구센터의 개소가 한일 양국의 밝은 미래를 준비하는 소중한 산실이 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