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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한-중남미 고위급 포럼 개회사

작성일
2015-11-25 10:30:00
조회수
7232

한-중남미 고위급 포럼 개회사

( 2015. 11. 25(수) 09:25,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 )

까를로스 쎄그니니 코스타리카 교통장관님,
호르헤 에르난데스 알쎄로 온두라스 총괄국무조정장관님,
까를로스 까스따네다 엘살바도르 외교차관님,
페드로 그리요 페루 보건차관님,
파멜라 미야 칠레 의약품청장님,
주한 외교단 여러분,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부에노스 디아스(Buenos Dias).

안녕하십니까, 외교부장관입니다.

지난주 내내 박근혜 대통령을 모시고 G20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APEC, 그리고 ASEAN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하고 그제 서울에 돌아왔습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계기에 APEC 역사상 처음으로 태평양동맹과의 대화가 열렸는데, 이는 동아시아와 중남미가 더욱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상징하는 행사였습니다.

저는 금년도 신년사에서 2015년은 한국외교에 있어“중남미의 해”가 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금년도 얼마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돌이켜 보면,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올해 한국과 중남미와의 관계에 있어 의미있는 일들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지난 3월에는 한국의 미주개발은행(IDB) 가입 10주년을 맞아 중남미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등 약 3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의 IDB 연차총회가 부산에서 열렸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총회 개막식에서 한국과 중남미간 협력 강화를 위한 3大비전으로“高부가가치 창출”,“공동시장 구축”, “지식과 경험 공유”의 파트너십을 제시하였습니다.

IDB 연차총회에서 제시한 우리의 대중남미 관계 강화 비전은 4월 박근혜 대통령의 콜롬비아, 페루, 칠레, 브라질 등 중남미 4개국 순방을 통해 구체화되었습니다. 박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은 新정부 출범 직후 미국 국빈방문을 시작으로, 중국, 동남아 방문으로 이어진 우리의 환태평양 정상외교의 완성을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지난 8월 코스타리카에서 개최된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협력포럼(FEALAC)에 참석하여 양 지역간 협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했습니다. FEALAC 파트너들은 우리의 적극적인 활동을 평가하여 2017년 FEALAC 외교장관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키로 결정하였습니다. 2025년 APEC 정상회의도 한국에서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양 지역간 협력에 중요한 촉진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각 분야 협력 방안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위해 중남미 정부 고위 인사들과 전문가들을 모시고 ‘2015 한-중남미 고위급 포럼’을 개최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최근 국제사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동시다발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또한, 긍정적인 기회 요인도 혼재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터키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는 직전에 발생한 파리 테러사태가 국제경제 활성화와 국제금융 안전망 강화라는 G20 본연의 아젠다 못지않게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G20에 참가한 정상들은 경제문제와 안보문제가 상호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강조했는데, 이는 테러 등 정치안보적 위험요소들이 국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중남미도 예외가 아닙니다.

먼저 기회 요인부터 살펴보자면, 지금 중남미에는 지구촌 어느 곳보다도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미국과 쿠바가 1961년 외교관계를 단절한 이후 54년 만인 지난 7월 외교관계를 복원함으로써 미주대륙에 마지막 남은 냉전의 잔재를 해소하고 협력과 화해의 물꼬를 텄습니다. 중남미에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반군과의 내전에 시달리던 콜롬비아에서도 대화를 통한 화해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또한, 굿거버넌스(Good Governance) 측면에서도 중남미 지역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아르헨티나 대선(2015.11.22.) 등 작년과 금년 10여개 국가에서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의 진전이 이루어진 점은 주목할만 합니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들에 대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지난 4월 제7차 미주정상회의에서 중남미가 ‘평화의 지역(a zone of peace)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정치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중남미는 지난 10년 간 연평균 5%대의 견고한 경제성장을 지속하며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과 함께 세계 경제의 新성장엔진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소비 계층의 성장으로 이어져, 중남미 지역의 중산층 비율은 역대 최고치인 30%까지 증가하였습니다. 그간 중남미 국가들의 가장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빈곤퇴치”와 “빈부격차 해소”였던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2011년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공동체(CELAC) 출범과 함께 정치적 측면에서 역내 통합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 온 중남미는 이제 지역 경제통합에 있어서도 단합된 목소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태평양의 퓨마들이라 불리는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 페루 4개국이 모여 2012년 공식 출범을 선언한 태평양동맹(PA)이 좋은 예입니다. 태평양동맹 중심으로 최근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글로벌 가치사슬에 참여하려는 중남미 국가들이 늘고 있는 점이나, 이번 APEC 정상회의 계기에 태평양동맹 정상들이 APEC 정상들과 최초로 비공식대화를 가진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반면, 중남미 지역이 당면하고 있는 도전들 역시 매우 다양하고 엄중하다고 하겠습니다.

정치사회적인 측면에서, 일부 중남미 국가들간 국경 및 해양경계 관련 갈등이 계속되고 있으며, 쿠바 및 아이티 난민을 둘러싼 중미지역에서의 역내 갈등도 상존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높은 범죄율, 초국경적 조직범죄, 마약 불법매매와 같은 문제들도 지역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경제 측면에서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과 같은 대외적 위기요소는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남미 경제에 도전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도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제 구조 개혁, 인프라 확충과 개발 재원 조달과 같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가야할 과제들이 있습니다. 특히, 과거 1차산업 편중의 경제구조로 인한 “잃어버린 10년(lost decade)”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 나가야 합니다.

저는 중남미 33개국의 정부·재계·민간이 모두 힘을 합쳐 이러한 도전 요소들을 하나씩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더 큰 통합과 발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오늘 포럼의 주제인 「Strengthening Partnership, Enhancing Friendship」처럼 한국은 중남미 지역이 도전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든든한 파트너이자 친구가 되고자 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인간이 바람의 방향은 바꿀 수 없지만 배의 돛은 조절할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오늘 한국과 중남미가 합심하여 태평양의 대해를 항해하기 위한 협력 방안으로 세 가지를 강조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高부가가치 경제협력 달성입니다. 이는 박 대통령께서 말씀하신‘高부가가치 창출의 파트너십’과 맥을 같이 합니다. 한-중남미 협력 관계는 특히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괄목할만한 양적 성장을 이루어왔습니다. 양측간 교역액은 2014년 기준 542억불로 10년 전인 2004년 182억불에 비해 세 배 가량 증가하였습니다. 이제 한-중남미 협력 관계는 지금까지의 양적 성장을 토대로 질적 심화 단계로 전환시켜야 할 때입니다. 한-중남미 교역은 지나치게 자원 및 1차 산업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습니다. 앞으로는 인프라, ICT, 보건의료 및 생명공학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新성장동력 분야에 대한 투자와 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특히, 중남미 지역이 전 세계적으로 생물 다양성 분야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생명공학과 이를 토대로 한 보건의료 분야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하겠습니다.

한국은 작년 서부아프리카에 불어닥친 에볼라 사태를 맞아 긴급의료구호대를 파견하여 에볼라 사태 종식에 기여하고, 금년 중동호흡기증후군, 즉 메르스(MERS)를 단기간에 종식시킨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과 역량을 토대로 지난 9월 제2차 글로벌 보건안보구상(GHSA) 고위급회의를 서울에서 성공적으로 주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일요일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된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도 이러한 노력을 높이 평가하였습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중남미와의 보건의료 협력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에 있어 매우 훌륭한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오늘 포럼의 보건의료 세션에서 한-중남미 보건의료 협력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둘째는 연계성(connectivity) 증진을 위한 인프라 구축입니다. 이는 박 대통령께서 제시하신 3대 협력비전 중‘공동시장 구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오늘 포럼에서 다루어질 양 지역간 인프라 협력과도 연결됩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한국과 중남미가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연계성 증진이 필요합니다.

인프라에는 오늘 우리가 포럼에서 주로 논의할 교통 및 수송 등 물류 인프라 뿐만 아니라 브로드밴드, 전자정부, 광통신망 등 IC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이버 인프라도 있습니다. 또한,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연계성 증진을 위한 보이지 않는 인프라 구축의 중요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점에서 지난 주 APEC 정상회의 계기 “APEC-태평양동맹 정상간 비공식 대화”에서 양 지역간 연계성 확보 방안이 논의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진전이었습니다.

셋째는 개발협력에 관한 동반자 관계 강화입니다. 이는 박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지식과 경험 공유의 파트너십”에 해당하며 오늘 포럼의 세부 주제 중 하나인 개발협력에 대한 것입니다.

한국은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발돋움한 개발협력의 성공모델로서, ODA 측면 뿐만 아니라 개발경험과 지식공유 측면에서도 이를 필요로 하는 중남미 국가들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코자 합니다.

한국이 추진 중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작년 G20 정상회의 당시 최고 수준의 GDP 제고효과를 갖는 성장전략으로 평가받았으며, 지난 9월 유엔개발정상회의 계기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행사에서는 한국의 새마을운동이 新농촌개발 패러다임으로 많은 개도국 정상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에콰도르의 코레아(Correa)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에콰도르: 바나나공화국에서 바나나공화국을 탈피한 국가로”에서 한국의 발전사례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은 얼마전 유엔개발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교육, 과학, 문화 등 소프트파워 측면에 큰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박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계기 브라질에 창조경제혁신센터 모델을 수출하고, 콜롬비아, 페루와는 교육시스템 역량 강화 지원 및 ICT 시범교실 구축지원 등 협력에 합의한 바 있는데, 이러한 한국의 강점을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도 나누고자 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제가 이달 초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ASEM 외교장관회의에서 ‘정글북’으로 유명한 영국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의 시(詩)“The Ballad of East and West”에서 나오는“동양은 동양, 서양은 서양, 둘은 결코 만날 수 없으리라”라는 말을 인용한 바 있습니다. 이는 현재의 아시아와 유럽이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한국과 중남미도 마찬가지입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한국과 중남미간의 지리적 거리는 더 이상 우리의 교류와 협력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되지 않습니다. 한국과 중남미가 지구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상생협력의 여정을 시작하였기 때문입니다.

콜롬비아 출신의 세계적인 大문호 가브리엘 마르께쓰는“인간은 늙기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꿈을 포기하기 때문에 늙는다”라고 했습니다. 오늘 이 포럼이 한국과 중남미간 지리적 거리를 극복하고 마음과 마음을 연결함으로써 우리의 꿈이 새롭게 도약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무챠스 그라시아스(Muchas Gracias).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