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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한-불 리더스 포럼」 외교장관 기조연설 - 한-불 관계 130년의 회고와 전망 -

작성일
2016-03-24 11:10:14
조회수
8828

장-마크 에호 프랑스 외교국제개발부 장관님,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님,
스테판 이스라엘 아리안스페이스 회장님,
자크 아탈리 한불 리더스 포럼 의장님,
「한-불 클럽」 및 「불-한 클럽」 회원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오늘 양국 정부와 민간 부분을 대표하는 여러분들과 뜻깊은 자리를 함께 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특히, 2013년 총리로서 방한하신데 이어 지난 2월 외교장관으로 취임하신 후 아시아 국가중 최초로 한국을 다시 찾아주신「에호」장관님 내외분께 따뜻한 환영의 말씀을 드립니다.

작년에 발족한 「한-불 클럽」과 금년에 발족한 「불-한 클럽」이 최초로 준비한 오늘 「한-불 리더스 포럼」은 한-불 관계의 어제와 오늘을 평가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불 관계는 현재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난 3년 동안 매년 한-불 정상회담이 개최되었으며, 총리, 장관 등 고위급 레벨에서 인사교류가 과거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도 외교장관으로서 프랑스를 작년에만 두 차례 방문한 바 있으며, 유엔총회 등 각종 다자회의 계기에 프랑스 외교장관과 활발한 접촉을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또한, 작년 11월 올랑드 대통령 국빈방문 계기에 양국 정상간 합의된 21세기 포괄적 동반자관계 강화를 위한 “행동계획”에 따라, 오늘 이 행사를 마친 후에는 「에호」 장관님과 “제1차 한-불 외교장관 전략대화”를 가질 예정입니다. 오늘 한-불 리더스 포럼은 이처럼 양국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데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작년 9월 파리 에펠탑을 수놓은 태극문양 조명과 함께 역대 최대 규모의 “프랑스내 한국의 해”가 개막된데 이어, 어제는 과거와 미래의 공존을 주제로 양국이 공동으로 기획한 “시간의 나이” 개막 기념 공연을 통해 “한국내 프랑스의 해”가 성대하게 개막되어 지난 130년간의 양국간 우의와 신뢰를 기념하였습니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서구의 한 문학가는 약 120여년 전 “동양은 동양, 서양은 서양, 둘은 결코 만날 수 없으리라(East is East, West is West, and never the two shall meet)”는 유명한 말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지금 아시아와 유럽의 연계성은 상전벽해와도 같이 커졌습니다. 그 속에서 한국과 프랑스는 정치·경제·문화 등 다방면에서 긴밀한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유럽에서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가 출시되고, 프랑스가 미국에 선물한 자유의 여신상이 세워졌던 1886년, 한국과 프랑스는 공식적인 외교관계 수립을 통해 연대와 공존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1890년 파리 만국박람회는 한국을 유럽에 선보인 최초의 창이었습니다.

20세기 초 이성의 힘이 인류를 진보시킨다는 신념에 기초한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이 한국에서 꽃을 피우기도 전에 국권 상실이라는 어려움을 겪은 한국은 프랑스의 성원에 힘입어 광복을 위한 치열한 노력을 전개하였습니다. 「자유한국(La Corée libre)」으로 상징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파리 위원부의 독립운동 결과, 1945년 드골 임시정부는 중국 충칭에 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승인하기도 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체주의에 대항하여 레지스탕스 운동을 통해 자유를 지킨 프랑스는 6.25 전쟁에 참전함으로써 공산주의로부터 자유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싸움에 큰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프랑스 젊은이들이「몽클라르」장군의 지휘 아래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흘린 희생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이 오늘날 GDP 기준으로 세계 11위의 경제강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프랑스는 든든한 경제협력의 동반자였습니다. 70년대 항공기, 80년대 원전, 90년대 고속철을 거쳐서 2000년대에는 방위산업을 중심으로 양국의 경제협력은 그 범위를 넓혀왔습니다. 작년 2월에는 우리나라 정지궤도 복합위성 발사업체로 프랑스의 아리안 스페이스사가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양국은 이제 자유, 인권, 민주주의 같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며 유엔의 3대 목표인 평화와 안전, 개발 및 인권 증진을 위해 기여하는 글로벌 파트너로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테러, 난민, 기후변화, 대량파괴무기 확산, 인권 등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양국은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작년 11월 13일 끔찍한 테러로 인한 충격과 슬픔에도 불구하고 지구촌 전체의 미래가 걸린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 COP21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습니다. 그 결과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 역사적 이정표가 될 파리 협정을 도출하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후변화 정상회의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하신 계기에 바타클랑(Bataclan) 테러 현장을 직접 찾아 헌화하면서 파리의 슬픔을 함께 나누셨습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정부차원의 애도 표명과 성명 발표에 이어 전 국민적인 추모의 물결이‘pray for Paris’캠페인으로 확산된 바가 있습니다.

지난 화요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또 다시 발생한 테러에서 볼 수 있듯이 어느 나라도 테러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테러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로서 모든 나라가 함께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지난 해 역사적인 이란 핵협상 타결과 며칠전 오바마 대통령의 역사적인 쿠바 방문 등에서 보듯이 전세계적으로 개혁과 개방의 바람이 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새해 벽두부터 4차 핵실험을 감행한데 이어서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해 전세계를 협박하고 있습니다.

올랑드 대통령께서 말씀하신대로 북한의 도발은 상식을 넘어선 도발행위(provocation insensée)로서, 동북아는 물론 세계평화에 대한 정면 도전입니다.

이달초 유엔 안보리는 유엔 70년 역사상 비군사적 조치로는 가장 강력한 제재 조치를 담은 안보리 결의 2270호를 채택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가 안보리상임이사국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준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북한이 핵 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음을 깨닫고 진정한 비핵화의 길로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 등을 통한 강력한 대북 압박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EU핵심국인 프랑스와 긴밀히 공조해 나가고자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북한 주민들이 자유와 인간다운 삶을 찾아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북한 정권의 폭압적 통치와 억압적인 인권상황을 그 어떤 말보다 더 강력히 웅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핵과 인권문제를 포함한 북한의 내부 모순들은 한반도가 처한 냉엄한 현실의 일부분입니다. 이러한 북핵 및 인권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바로 한반도의 평화 통일입니다. 통일된 한반도는 아시아의 공동 번영과 협력을 견인하고 더 나아가 세계의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는 견고한 기반을 제공해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프랑스가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도 언제나 곁에 있는 우방국으로서, 한반도 통일 이후에는 통일의 결실을 함께 나누는 동반자로서 전략적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 철학자 Voltaire가 “미래는 이미 현재에 잉태되어 있다”고 한 바와 같이 한불 양국은 현재의 뛰어난 협력관계에 기초하여 새로운 130년의 미래를 함께 설계해 나가고 있습니다.

조금 전 박근혜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에서도 강조한 바와 같이, 양국간 미래 협력의 가장 큰 원동력은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에 대한 양국 정부의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금년초 발표된 미국 Bloomberg 혁신 지표에 따르면 한국과 프랑스는 혁신 지수에서 상위 10위안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오늘 오후 에호 장관님의 참석 하에 개소되는 프렌치 테크허브 (French Tech Hub)는 산업과 문화, IT 기술이 융합된 미래지향형 양국의 파트너십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문화분야에서의 협력 잠재력 또한 대단히 큽니다. 우리 정부는 문화융성을 국정기조의 하나로 채택하고 있을 정도로 문화를 국가 발전과 국제 기여를 위한 중요한 자산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문화는 프랑스의 심장이라고 부르며 중시하는 프랑스는 문화 융성을 위한 우리의 노력에 있어 훌륭한 파트너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지난주 전체 재외공관장들이 모인 만찬 행사에서 프랑스와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프랑스의 전통깊은 요리학교에 한식과정을 열고, 한국에도 프랑스 요리과정을 개설한 것을 문화협력 사업의 우수 사례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양국이 최근 미래 세대간 교류 증진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행하고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프랑스 정부가 최근 프랑스 대학입학시험 (Baccalaureat)에서 한국어를 기본 선택과목으로 격상시킨 것은 매우 의미있는 조치라고 하겠습니다.

또한, 오늘 「에호」장관께서 참석하시는 「서울고등학교」를 포함하여 116개 국내 교육기관에서 거행되는‘프랑스의 날’행사는 한국 학생들이 프랑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불어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프랑스 3색기가 상징하는 자유, 평등, 박애와 우리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의 정신은 인간존엄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해 창설 70주년을 맞은 유엔 총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구촌 모든 이들이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불가양의 권리인 자유, 인권 그리고 인간존엄을 진정으로 향유할 수 있는 지구촌의 행복을 증진시켜 나가자고 하였습니다. 그런 목적을 달성해 나가는데 있어 한국과 프랑스는 훌륭한 파트너입니다.

한국과 프랑스는 기본 가치와 신념을 공유한 동반자로서 양국의 새로운 130년의 미래를 열어 나가면서 국제사회 공공선 증진을 위해서도 함께 손잡고 나아갈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께서 그런 한불 양국이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데 견인차가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