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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국내언론

[기고문]모스크바의 전승축제

부서명
작성자
김재섭 주러시아 대사
작성일
2005-05-15
조회수
1080
모스크바의 전승축제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모스크바를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5월 9일 오늘, 크렘린에서 열리는 2차 대전 전승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다. 푸틴 대통령은 2차 대전 당시의 연합국뿐만 아니라 독일·일본 등 과거 추축국 정상도 함께 초청했다. 이는 2차 대전 이후 이룩한 독일 및 일본과의 관계 발전을 반영함과 동시에 화해와 협력의 추구라는 전승 행사의 기본 취지를 살리려는 의도로 이해된다.
유엔 사무총장도 초청되었다. 2차 대전 직후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창설된 유엔의 설립 취지를 존중함은 물론, 현재도 범세계적인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유엔만큼 포괄적이고 권위있는 국제기구가 없다고 보는 견해가 작용했으리라.

푸틴 대통령의 정상 초청 범위를 보면 대체로 2차 대전에 직접 참여했던 과거 소연방 국가(현 CIS 국가)와 중·동유럽 및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연합국 정상이 대부분이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이 전승 행사 초청을 강력히 희망했으나, 역사적 연계성이 빈약함을 이유로 초청 대상에서 제외되었다는 모스크바 외교가의 후문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이 제한적으로 초청되었다. 일본, 중국, 인도 모두 2차 대전 및 전후 처리 과정에 깊숙이 관여된 국가들이고, 특히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의 전략적 동반자들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대통령이 금년 전승 60주년 행사에 각국 정상 60여명과 함께 나란히 초청되었다는 점은 매우 의미가 크다. 노 대통령의 이 행사 참석은 작년 9월 한-러 정상회담 이후 각별해진 양국 정상의 친분 관계와 양국간 “상호 신뢰하는 포괄적 동반자 관계”의 진전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국제질서를 창출함에 있어서 한국이 러시아의 실질적인 파트너 국가라는 점을 러시아가 인정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된다. 알다시피 러시아는 6자회담 참여국으로서 북핵 문제 해결에 건설적인 기여를 해오고 있다. 또한 아펙(APEC)을 우선 협력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는 러시아는 금년 11월 아펙 정상회의의 주최국이자 아태지역 내 주요 국가로서 위상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과의 관계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한반도는 2차 대전 이후 잔존하는 유일한 분단지역이다. 동시에 북핵 문제를 안고 있어 세계적인 주목과 우려의 대상이기도 하다. 러시아도 이런 점을 고려해 화해와 협력의 가치가 한반도에서 정착되고, 인류 공동의 과제인 핵무기 비확산 문제도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는 취지에서 남북 정상을 함께 모스크바 행사에 초청했다. 러시아가 김정일 위원장의 이번 행사 참석을 마지막까지 기대한 배경에는 이런 희망이 자리 잡고 있다.

모스크바의 전승 축제는 각국 지도자들 간의 활발한 외교 접촉의 장, 즉 정상외교의 무대도 제공한다. 각국 정상들이 다양한 양자 접촉을 하며, 노 대통령 또한 공식행사 참석 이외에 한-중 정상회담을 열어 상호 관심사에 대해 실질적인 협의의 기회를 가졌다. 북핵 문제와 관련하여 우려할 만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러시아 전승 행사를 계기로 성사된 한-중 정상회담은 양국 정상에게 매우 시의 적절한 협의의 장을 제공했다.

노 대통령이 이런 역사적·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는 전승 60주년 행사에 국제사회의 주요 지도자들과 함께 참석하여 화해와 인류의 공동 과제 해결을 위한 협력 정신을 선포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도 의미가 크다. 그것은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 노무현 대통령의 전승 행사 참여에 응집되어 있을 뿐 아니라, 한-러 관계의 실질적 발전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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