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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언론

[기고문]국민생활 소박하나 대외원조에 적극적인 네덜란드

부서명
작성자
박용규 주네덜란드 공사
작성일
2005-05-19
조회수
1380
 

3대째 존경받는 여왕이 다스리는 신인도 높은 국가

 

네덜란드는 여왕의 나라이다. 1588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는데 중심적 역할을 한 윌리엄 오렌지 공(William of Orange)의 후손인 네덜란드 왕가는 Wilhelmina 여왕(1898-1948), Juliana 여왕(1948-1980) 에 이어 현재 Beatrix 여왕이 3대째 여왕으로 재위하고 있다. 지난 4.30일은 Beatrix 여왕의 즉위 25주년 ( Silver Jubilee) 로서 네덜란드 전역에서 각종 축하 행사가 개최됐다. 4월29일 전야제로 암스테르담 왕궁 앞 Dam광장에서 여왕과 왕위 계승자인 Alexander 황태자와 Maxima 황태자비 등 왕실, Balkenende 수상 등 정부 요인과 많은 일반 국민이 참석한 축하 음악제가 개최되었고, 헤이그 시내와 스케비닝겐 해변에서도 각종 콘서트와 불꽃놀이 등이 개최되어 여왕의 날( Koninginne Dag)을 경축했다.

그런데 이러한 축하 행사를 보면 네덜란드 국민성이 잘 나타나고 있으며 왕실이 얼마나 국민과 함께 하는지 알 수 있다. Dam 광장에서 열린 공식 축하 음악회는 물론 여왕 등 귀빈을 위한 좌석을 마련하기는 했으나 개방형으로 원하는 국민들은 누구나 참석할 수 있도록 하고 음악회가 끝난 후 여왕은 일반 국민들에게 다가가 열렬한 박수를 받았으며, 출연한 음악가와 연주자를 일일이 접견해 격려했다. 헤이그 시내에서 벌어진 각종 축하 모임에서도 여왕은 열린 전차(Open Tram)를 타고 이동하면서 도로 연변에서 축하해주는 국민들과 소위 스킨십을 다졌다.

네덜란드 왕실은 또한 서민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화란의 왕궁은 영국의 버킹검 궁이나 불란서 베르사이유 궁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어 도저히 왕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이며 왕실의 생활도 일반 국민과 별로 다른 점이 없어 검소하고 소박하며 사생활에서도 스캔들이 없다. 수년전만 해도 여왕이 자전거를 타고 시내 상점에서 직접 장을 보는 모습이 목격되곤 했다. 이러한 검소함은 여왕의 날 행사에도 그대로 나타나 이날 행사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시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벼룩시장이다. 이날만은 원하는 사람은 모두 그동안 모아둔 쓰지 않는 가재도구, 옷, 책, 골동품 등 각종 잡동사니를 가지고 나와 좌판을 벌이고 있다.

특히 어린 아이들도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나 헌 옷 등을 직접 팔고, 어떤 아이들은 악기를 연주하면서 손님을 끌고 용돈도 벌고 있다. 우리가 보기엔 정말 벌써 버렸어야 할 물건들이 많고 가격도 몇 센트나 유로에 지나지 않아 인건비도 빠지지 않을 것 같은데도 하루 종일 앉아 있는 것을 보면 여기에는 금전적인 고려보다는 자녀들에게 일찍부터 근면 검소함과 자립정신을 가르치려는 교육적 목적도 있지 않나 생각된다.

네덜란드 국민들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현재 3만 5000달러에 이르러 세계 최고 수준이나 이들이 실제 사는 모습을 보면 소박하고 검소하다. 주택도 비좁고 수수하며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점심을 집에서 싸온 샌드위치로 해결한다. 출퇴근 시 교통 분담 율이 자전거, 승용차, 전차가 각각 1/3을 점유하듯이 자전거 사용이 보편화됐다. 우리에게 ‘더치페이’라는 말은 인색함을 나타내는 부정적 의미로 알려 졌으나 실제로 이는 매우 합리적이고 편리한 제도라는 것을 깨달케 된다. 네덜란드는 맥도날드에서 토마토케첩 값을 받는 몇 안 되는 나라로서 생활 각 구석에 한 치의 낭비나 사치가 없다.

그러면 네덜란드 국민들은 그 많은 소득을 도대체 어디에 쓰며 정말로 인색한 국민인가? 물론 평균 소득세율이 30%에 달해 노후에 대비한 사회복지비용 지출이 많고 비좁은 국토를 벗어나 해외여행을 많이 하며 문화생활 비용 지출이 가장 많은 국민 중 하나이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무엇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국민총소득의 0.8%를 대외원조사업에 지원함으로써 개도국의 빈곤과 질병 퇴치에 솔선수범하고 있다. 작년 말 동남아를 휩쓸고 간 쓰나미 피해 복구를 위해서 네덜란드 국민들은 정부의 지원금에 버금가는 2억4000만달러를 모금해 피해국들에게 지원했다. 네덜란드 국민들의 이러한 박애정신은 국제사회에서 네덜란드의 국가 이미지를 고양하고 나아가 네덜란드 정부의 외교적 영향력과 연성국력(soft power)을 증진하며, 이는 다시 네덜란드의 국가신인도와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지가 조사한 각국의 세계화지수 순위에 의하면 네덜란드는 5위를 하였으며 우리나라는 30위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가 네덜란드처럼 세계 평화와 인류 복지 증진에 기여하는 존경받는 중견국가가 위해서는 우리 생활에 낭비의 요인은 없는 가 살펴보고 아낄 것은 아끼되 쓸 것은 더욱 과감하게 쓰는 국민과 정부가 되어야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2000만 북한 동포와 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제가 있지 않은가.

박용규 (주네덜란드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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