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레바논에는
백향목이 그려진 국기의 물결이 넘치고, 곳곳에서 국가가 수시로 연주되고 있다. 늘 보고 들어온 것이지만, 이번에는 그 의미와 느낌이 각별하다.
18개의 종교가 공존하는 다종교 사회인 레바논의 단합과 희망을 강렬하게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70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진정한 독립과 자유를
외치는 국민의 자주적인 민주화 운동, '백향목 혁명'이 진행 중이다.
레바논은 경기도 정도의 면적에 인구 400만의 작은
나라지만, 동서의 길목에 위치해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구가해 왔다.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들은 사후 세계로 타고 갈 배를 만들기 위해, 또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은 성전을 짓기 위해 레바논의 백향목을 구하고자 했다. 개방적인 기질에 상술이 뛰어났던 조상 페니키아인들은 지중해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하며, 융성한 교역을 자랑했고 영어 알파벳의 모태가 된 페니키아 문자를 발명했다.
그러나 레바논은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늘 국제정치의 희생이 되어 왔다. 근세에 들어와서만도 오스만 튀르크의 지배, 프랑스의 신탁 통치를 거쳐 1943년 어렵게 독립했으나 완전한
의미의 국가 주권과 존엄을 지키기 어려웠다. 수차례의 중동 전쟁과 15년에 걸친 내전, 이스라엘의 침공과 시리아의 영향까지 레바논의 역사는
파란만장하다. 레바논 인구가 400만인데 비해, 조국을 떠나 해외에 나간 레바논인이 1600만 명에 이른다는 사실은 이 험난한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