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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국내언론

[기고] 국제사회서 신뢰 받으려면

부서명
작성자
최병구 주노르웨이 대사
작성일
2009-08-14
조회수
829


[기고] 국제사회서 신뢰받으려면

최병구 주노르웨이 대사, 2009.8.14(금) 파이낸셜뉴스 게재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유럽 순방 중 “우리나라의 무상원조를 20억달러까지 늘려서 어려운 나라를 지원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개발원조 예산 규모가 8억달러 정도이니 대규모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 

 왜 우리는 다른 나라를 돕는 일에 더 많은 예산을 써야 하나.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대외원조 규모가 너무 작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지적했듯이 “낯이 뜨거운” 수준이다. 국민총소득(GNI)의 0.09%에 불과하다. 원조 선진국들의 경우는 어떤가.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노르웨이의 경우 대외원조 예산이 1년에 40억달러를 웃돈다. 벌써 오래전부터 이렇게 많은 돈을 쓰고 있다. 국민총소득의 1% 이상이다. 국민 1인당 우리나라는 16달러를 쓰는데 노르웨이는 무려 850달러를 쓰고 있는 셈이다. 노르웨이 국민은 이렇게 많은 예산이 다른 나라를 위해 쓰이고 있음에도 전혀 불만이 없는 듯하다. 2006년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정부의 대외원조 정책에 90%가 넘는 국민이 지지했다.

 노르웨이 외교부에는 장관이 둘이다. 개발원조만 담당하는 장관이 한 사람 더 있기 때문이다. 이미 1962년부터 외교부 산하에 우리의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같은 노르웨이개발협력청(NORAD)을 두고 대외원조 업무를 전담시키고 있다.
 

 노르웨이는 이와 같이 오랜 세월을 두고 많은 예산을 쓰면서 다른 나라를 돕고 있어 이제는 세계 일류의 원조국이 되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세계개발센터가 매년 발표하는 개발공헌지수에서 노르웨이는 스웨덴, 덴마크와 함께 늘 1∼2위를 차지한다. 지난해 한국은 이 평가에서 평가대상 22개국 중 최하위였다.

 둘째로 한국이 현재 놓인 국제적인 위상이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인정을 받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본받으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말하는 것이 이를 입증해준다. 필자도 외교 현장에서 비슷한 경험을 자주 한다. 지난해 7월 한국을 방문한 바 있는 노르웨이 개발원조장관은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을 극찬한다. 500여명이 참석한 국제회의 연설에서 한국의 발전경험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는 모습도 보였다. 외교장관을 지낸 국회 국방위원장도 필자에게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발전경험을 나눌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나라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셋째로 우리는 과거 국제사회로부터 빚을 졌다는 사실이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 오늘의 부강한 한국을 만들었다. 그러니 이제 진 빚을 갚아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는 그동안 쉴 사이 없이 달려오느라 좌우나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우리보다 어려운 나라를 돕는 일에 보다 더 관심을 갖지 못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가 국제사회에 고마워해야 하는 일은 따지고 보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령 올해 수교 50주년을 맞는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는 한국전쟁 때 의료지원단을 파견해 주었고 전쟁이 끝나자 1958년 국립의료원을 만들어 주었다. 이는 한국이 발달된 의료기술을 쌓는 모태가 되었다.

 한국이 다른 나라를 돕는 일에 무관심하거나 인색하다는 인상을 주면 국제사회는 우리에 대해 실망할 것이다. 남을 도와줄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이 있음에도 우리의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한국은 은혜를 모르는 나라, 이익만 추구하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주게 될 것이다.

 사실 국제사회에서 남을 돕는 일은 크게 보면 자기를 돕는 일이기도 하다. 북유럽의 원조 선진국들처럼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다른 나라를 돕는 것은 국제사회가 다 함께 잘사는, 그래서 평화를 증진시키는 일이며 이런 결과는 결국 자신에게 혜택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종의 미래에 대한 투자로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 특히 예산당국과 국회가 성숙한 세계국가(글로벌 코리아)가 되기 위해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외교를 펼치고 있는 정부를 적극 지원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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