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기고/손선홍]통독 19돌 ‘경제 통일’은 아직 멀지만…

손선홍 주독일대사관 본 분관 총영사, 2009.10.2(금), 동아일보

올해로 베를린 장벽 개방 20년, 독일통일 19년이다. 1989년 가을 헝가리와 체코를 통해 서독으로 탈출하는 동독인이 늘어났다. 동독에서는 자유선거 실시와 공산당 독재폐지를 요구하는 시위가 계속됐다. 이에 굴복한 동독공산당은 11월 9일 외국여행을 자유화하고 베를린 장벽을 개방했다. 장벽이 열리자 동서 베를린 시민은 환호하며 하나된 기쁨을 나눴다. 이후 독일은 미국의 지지 속에 소련과의 협상을 성공리에 마치고 1990년 10월 3일 평화통일을 이룩했다. 연합국 점령통치와 분단 45년 만이다.

통일 독일은 후속작업을 속속 추진했다. 동독에 주둔했던 소련군 34만 명이 1994년 철수했다. 1999년에는 연방정부와 의회가 본에서 수도 베를린으로 이전하여 통일된 독일의 면모를 갖췄다. 동독 공산정권의 불법행위에 대한 과거 청산도 이뤄져 피해를 본 주민을 복권하거나 보상했다. 불법행위를 했던 동독 집권층을 처벌했다. 특히 독일 정부는 동독 지역의 경제발전과 고용창출에 역점을 둔 동독 부흥 계획을 수립하여 대규모로 투자하고 재정을 지원했다. 지난 20년간 독일 정부의 이런 노력으로 많은 분야에서 통합이 이뤄졌고 동독 지역의 경제가 발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독 지역은 몇몇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는 장래 통일에 대비하여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첫째, 높은 실업률이다. 동독 국유기업은 생산성이 낮고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사유화 등 정리가 불가피했는데 이 과정에서 100만 명이 넘는 실업자가 생겼다. 독일 정부의 노력으로 동독 지역의 실업률이 낮아졌으나 아직도 서독 지역보다 2배 가까이 높다. 다행히 두 지역 간의 실업률 격차는 한때 10%에서 지난해 말에는 6%로 줄었다. 독일의 어느 연구소는 동서독 지역 간의 실업률 격차가 해소되려면 최소한 10년은 더 걸린다고 본다. 높은 실업률은 동독 지역의 가장 큰 문제다.

둘째, 인구 감소 현상이다. 독일 인구는 지난해 8200만 명으로 통일 이후 230만 명이 늘었다. 동독 지역은 같은 기간에 9.5%인 172만 명이 줄었다. 출생률이 떨어지고 취업을 위해 젊은이, 특히 여성이 서독 지역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동독 지역은 우수 인력이 부족한 가운데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독일 정부는 2020년에는 동독 지역 대부분의 중소 도시 인구가 통일 당시보다 5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셋째, 낮은 국민소득이다. 동독 지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서독 지역의 70% 수준이다. 통일 이듬해인 1991년 서독 지역의 42% 수준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크게 개선됐다. 동독 지역 주민의 소득 증가 속도가 완만해 서독 지역과의 소득 격차 해소에 반세기 정도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동독 지역의 어려움은 무엇보다 45년 동안 공산주의 계획경제 체제에 있었기 때문이다. 통일 과정에서 동독마르크가 높게 평가된 이유도 있다. 어려움을 해소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독일 통일의 의의는 독일인 스스로 자유로운 결정으로 평화적인 통일을 이룩한 데 있다. 동독 주민이 공산독재 체제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며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의의도 크다. 또 독일은 통일 이후 단기간에 안정을 유지하며 동독 지역에 민주주의를 뿌리내렸다.

우리나라는 분단 60년이 넘었다. 북한의 경제상황이 열악하고 핵개발에 열중하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앞에 다가올 어려움도 적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경제를 더 튼튼하고 더 크게 키우면서 착실히 대비하면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 기회는 기다리는 사람에게 오지 않고 미리 준비하는 사람에게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