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1. 국가상징
  2. 어린이·청소년
  3. RSS
  4. ENGLISH

외교부

국내언론

[기고문] 노르웨이 다시 보기

부서명
작성자
김영석 주 노르웨이 대사
작성일
2007-05-02
조회수
1101

노르웨이는 우리에게 비교적 널리 알려진 나라다. 산천이 수려한 청정국가로, 사회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북구식 복지국가로, 그 밖에 해마다 노벨 평화상을 주는 나라로, 그리고 국세에 견줘 평화·개발·인권 등 국제적 관심과 이바지가 많은 나라로도 유명하다.

최근 들어서는 일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연 7만달러를 넘나드는 부국으로서도 회자된다. 1970년대 이래 서방국으로는 유일하게 석유 수출국 지위까지 누리며 벌어들인 수입 덕분이다. 여러모로 축복받은 나라다. 그 이면에는 어려운 조건들을 줄기찬 노력으로 견디고 극복해 온 역사가 있다. 기후도 그렇지만 계절도 일정치 않아 특히 겨울은 스며드는 추위에다 캄캄하고 긴긴 밤이 이어진다.

 

노르웨이에서는 요즘도 아기가 몇 살이냐고 물어보면, “쓰리 이어스 올드”라는 대답 대신 농반진반 “쓰리 윈터스 올드”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어려운 겨울을 세 번이나 난 게 대견하다는 말이다. 이 힘든 계절을 역으로 활용해 크로스컨트리 스키라는 그야말로 안해 본 사람은 모르는 건강한 즐거움을 발명해 냈고, 나아가 최초의 북극 탐험과 남극 정복을 각각 이루어낸 난센과 아문젠을 배출해 낸 것이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모두 함께 산다는 생각을 품고 산다. 이런 평등사상은 사회민주주의적 각종 제도의 정착에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일찍이 1884년 의회제 도입 뒤 제일 먼저 창당된 정당이 진보당이고 다음이 노동당이었다는 사실도 이러한 국민정서에 닿아 있다. 특히 노동당은 1920년대에 이미 최대 정당으로 자리잡은 이후 80년대에 이르기까지 서너 차례를 제외하고는 계속 국정을 담당하며 북구형 복지국 비전에 대한 범국민적 지지를 확대하고 재생산해 온 주류 정당이다.

 

이러한 안정적 정치토양은 이웃 나라에 인력을 발휘하여, ‘사회주의 페미니즘’ 여성혁명가로서 소련여성부를 창설한 알렉산드라 콜론타이는 노르웨이를 제2의 조국으로 선택해 여생을 마쳤고, 레온 트로츠키도 망명길에 오른 뒤 한동안 오슬로 인근 지인의 집에 몸을 의탁했던 일이 있다.

 

지난 2005년 초 대사로 부임한 직후 의아하게 생각했던 일이 몇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멕시코나 오스트레일리아·베트남 등 비교적 큰 나라들도 오슬로에 대사관이 없는데 오히려 스리랑카·아프가니스탄·수단·과테말라·코스타리카 등 나라들이 상주대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교를 실질관계 위주로만 보지 않는 평화중재, 인도지원 등 노르웨이식 대외관계 의제의 반영이고 또 그러한 점을 상대국들이 평가한 결과인 것이다.

 

또 하나, 일인당 소득이 세계 1~2위인 나라에 그 흔한 구치나 프라다 가게가 하나도 없고, 일인당 공적 개발원조 수준이 세계 최고이면서 정작 자기네 수도 오슬로 시내에는 도로 곳곳에 팬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란 사실이다. 개인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번 돈은 정승같이 쓰고, 속을 단단히 하되 겉은 불필요한 치장보다 다만 깨끗이 가꾼다는 자세다.

 

노르웨이 왕세자 내외가 우리 정부 초청으로 오는 8~11일 방한한다. 노르웨이의 대표 부부답게 검소하면서 잘생긴 왕세자 내외는 방한을 앞두고 우리 대사관에 요청해 우리나라 역사·문화 자료들을 탐독하고 신작 영화 디브이디를 볼 정도로 철저하다. 당연히 우리와의 경제관계 발전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아 일백여 노르웨이 기업인들로 구성된 대형 경제사절단이 함께 온다. 방한을 기점으로 지난해 발효된 한-유럽자유무역연합(EFTA)의 자유무역협정에 힘입은 양국 교역은 더욱 활기띨 것으로 기대된다.

 

작성 : 김영석 주 노르웨이 대사

출처 : 한겨레신문 (2007/05/02)

 

만족도 조사 열람하신 정보에 대해 만족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