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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국내언론

[인터뷰] <통상협상 고수에게 듣는다> ④남영숙 외교부 교섭관

부서명
작성자
남영숙 FTA제2교섭관
작성일
2007-05-02
조회수
2229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Over my dead body(차라리 내 시체 위로)"


남영숙 외교통상부 FTA 제2교섭관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통신분과 협상에서 통신사업자의 기술표준을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미국 측의 요구에 맞설 때 한 말이다.

 

남 교섭관은 통신분야의 빠른 기술진보를 위해서는 기술표준을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미국 기업들이 확보한 기술을 한국에 심으려던 의도에 맞서 정부가 정당한 기술표준정책 추진권한을 갖고 있음을 설득시켜 성공적으로 통신분과의 협상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 교섭관은 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성공적인 협상의 비결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합리적이고 유연하게 협상하는 모습을 보이되 핵심쟁점이 부딪히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표정과 억양까지 바꾸고 `over my dead body(차라리 내 시체 위로)'라는 식으로 강하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이슈에서 강하게 부딪히기만 하는 것보다 적당히 유연성을 보여가면서 상대의 더 큰 유연성을 끌어내는 것도 남는 장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협상에서 여성의 강점에 대해 "여성들이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치밀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편이기 때문에 협상가로서의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우리 측 협상단의 4분의 1이 여성이었고, 거의 모든 분과에서 맹활약했다"면서 "우리도 미국처럼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통상협상을 이끌어가는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학교 3학년이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 남 교섭관은 "7차 협상을 위해 워싱턴에 다녀왔더니 자기도 협상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며 수학학원을 그만두겠다던 아이가 학원선생님에게 1년을 다녔으니 한 달을 공짜로 해 주면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제안해 협상을 성사시켰는 얘기를 웃으며 소개했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고 국제노동기구(IL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근무한 남 교섭관은 정보통신부를 거쳐 외교통상부에 합류한 재원으로 부친이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이다.

 

   

--통신분과 협상에서 선방했는데, 협상 노하우가 있다면.

 

▲협상은 상대가 있고 서로 윈-윈의 결과를 도출해내야 하는 싸움이다. 그래서 소통과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인간적인 신뢰를 쌓아 가면,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뭘 원하는지 어떤 계산을 하고 있는지가 좀 보인다. 그러면 협상을 리드해 나갈 수 있다.

 

또 합리적이고 유연하게 협상하되 핵심쟁점이 부딪히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강하게 나갔다. 모든 이슈에서 강하게 부딪치기만 하는 것 보다는 적당히 유연성을 보여 가면서 상대의 더 큰 유연성을 끌어내는 것이 남는 장사다.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핵심쟁점에 가서는 표정과 억양까지 바꾸고 `over my dead body'와 같이 강하게 대응하여 상대가 일정 부분 포기하도록 유도했다. 미국 측 통신.전자상거래 분과장은 부인이 재일교포 출신 한국사람이고 서로 아들 나이도 비슷해 협상장에서는 싸워도 협상장 밖에서는 하소연도 들어주면서 틈을 봐서 계속 우리 입장과 상황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협상과정에서 가장 짜릿했던 때는.

 

▲통신분과에서 핵심쟁점이었던 기술표준 관련 조항을 둘러싼 협상이 가장 어려웠다. 통신사업자의 기술선택을 시장에만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미국 입장과 정부의 기술표준정책 권한 확보가 중요하다는 우리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서, 매번 협상을 해도 서로 얼굴만 붉힐 뿐 한치의 진전도 없었다.

 

결국 마지막에 서울에서 열린 장관급회담 첫날인 3월26일 최종 문안합의를 극적으로 이뤄냈다. 우리 측이 원했던 정부의 기술표준 정책 추진 권한을 확보하면서, 기술표준 제정 절차에서 국내외 사업자의 의견 개진 기회를 부여할 수 있도록 절차적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주장을 관철하면서도, 상대방 주장 중 합리적인 면을 수용해 국내 제도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절충안이었다. 최대 난제를 해결한 이 순간이 가장 짜릿했던 것 같다.

 

--이번 협상 중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한다면.

 

▲중학교 3학년이 된 아들이 있는데 협상 때문에 아이에게 소홀하게 돼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7차 협상을 위해 워싱턴에 다녀왔는데 아이가 그만 두는 것으로 돼 있던 수학학원을 계속 다니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묻자 아이는 자기도 엄마처럼 협상을 했다고 했다. 학원선생님에게 "1년을 다녔으니 마일리지를 적용해 1달을 공짜로 해 달라 그러면 열심히 더 공부하겠다"는 제안을 해 황당한(?) 협상을 성사시켰다는 것이다.

 

또 6차 협상 때 미국이 국경 간 정보이동과 관련, 강력한 내국민대우 의무를 요구하는 문구를 들고 왔다. 문구를 슬쩍 보니 도저히 받기 힘들어 본 척도 하지 않고 완전히 무시해버렸다. 그리고는 협상 후 작성하는 통합협정문에 이를 미국 측 문안으로 넣는 것도 거부하고 버텼다. 미국이 결국 포기했다.

 

--통신분야 협상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얻은 것은 정부의 통신분야 기술표준정책 추진 권한을 확보한 것이다. 또 양국 간 투자를 활성화하고 우리나라 통신서비스산업의 경쟁력과 소비자 혜택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와의 통신분야 FTA 협상에서 우리가 더욱 공세적으로 나갈 수 있는 토대도 마련됐다.

 

딱히 잃었다고 할만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양국의 제도적 차이를 인정하는 틀 내에서의 의무사항을 규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기 때문에 통신분야에서 아주 혁신적인 제도개선의 효과는 없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부가 중장기 로드맵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미 FTA 협상의 의의는.

 

▲한미 FTA 협상은 해외시장의 확보, 제도의 선진화 및 외국인투자 촉진 등 기본적인 FTA 추진목적에 부합하는 협상을 추구했고 결실을 맺었다. 앞으로 더 큰 과제는 이렇게 새롭게 만들어진 틀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우리 경제.사회 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유도해 나가는 것이다.

 

--향후 거대경제권과의 협상에서 우리가 미리 준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인도와는 올해 말까지 타결하는 것을 목표로 협상 중인데 현재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다음 달에 시작될 유럽연합(EU)과의 협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 한미FTA 협상과정에서 제기됐던 문제점들을 보완해 사전분석과 준비, 여론수렴, 국회보고 등을 착실히 해 오고 있다. 협상 자체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대경제권과의 협상을 통해 어떻게 우리나라 경제를 업그레이드 시키고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청사진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한.미 FTA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한.EU FTA에서 관철해 나갈 수 있다.

 

--여성 통상협상가의 좋은 점과 어려운 점은.

 

▲여성이라서 좋거나 어려운 점은 없다. 다만 여성들이 일반적으로 남성들보다 치밀하고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편이기 때문에 협상가로서의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협상단의 4분의 1이 여성이었고 주로 젊은 층이지만 거의 모든 분과에 걸쳐 맹활약했다. 앞으로 이들이 경험을 쌓으면 우리도 미국처럼 여성이 주도적으로 통상협상을 이끌어나가는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통상협상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국제기구공무원과 통상협상가를 모두 경험했는데, 이들 직업의 공통점은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화려해 보여도 실제로는 매우 힘들고 고생스러운 직업이라는 거다. 하지만 글로벌시대에는 그만큼 보람 있고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둘 다 고도의 전문성과 헌신적인 자세를 요구하고 어학을 포함한 복합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하다. 늘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넓게 보면서 많이 알고 경험하려는 자세를 가지고 어학과 전공분야를 공부해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앞으로의 꿈은.

 

▲지금 맡고 있는 FTA 협상에 전념을 하면서, 힘이 닿는 대로 국제기구 또는 국제통상협상 분야에 진출하려는 후배들을 돕고 싶다. 언젠가는 전공이자 관심분야였던 국제개발협력 관련 일을 하고 싶다.

yulsid@yna.co.kr (끝) 

 

출처 : 연합뉴스 (2007/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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