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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국내언론

[기고문] 유럽 속의 아시아, 헝가리

부서명
작성자
엄석정 주헝가리대사
작성일
2007-05-02
조회수
2448

지난해 헝가리 대사로 부임한 후 얼마 되지 않은 어느 일요일. 집사람과 함께 주말에 쇼핑센터에 갔다가 뒤에서 아빠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랬더니 한 헝가리 꼬마가 자기 아버지에게 달려가면서 아빠라고 부르고 있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헝가리 말과 우리말 가운데 유사한 단어가 제법 있는데 아빠도 그 중 하나였다.

헝가리 민족이 마잘족으로서 유럽에 살고 있는 아시아계 민족이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헝가리 국민은 여러가지 면에서 아직도 아시아적인 특성을 지켜나가고 있다. 예를 들면 동양인들과 마찬가지로 성명에서 성(姓)을 먼저 쓰며, 연월일을 표시할 때 연, 월, 일의 순서로 쓰고, 주소도 국가명, 도시명, 거리명 등 큰 것부터 작은 순서로 적는다. 헝가리의 전통음악은 우리와 같이 5음계로 구성돼 있어 헝가리 전통음악을 들으면 우리의 전통음악과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헝가리의 역사를 보면 우리나라와 같이 수 많은 외세의 침탈을 겪었다는 점에서 우리와 유사한 슬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슬픈 역사의 영향이 “우울함이 헝가리 국민의 취미”라고 할 정도로 헝가리 국민의 생활 속에 배어 있다.

헝가리의 국가를 들으면 슬픈 역사를 반영하듯 우리 애국가와 같은 애조를 느끼게 된다.

우리에게 헝가리는 1954년 우리나라가 첫 출전한 월드컵에서 당대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푸쉬카쉬가 이끄는 헝가리 대표팀이 9 대 0이라는 큰 점수차로 우리에게 패배를 안겨준 나라, 또 1956년 헝가리혁명을 통해 소련의 탱크에 항거한 용감한 나라이자 1989년 동유럽 사회주의권 국가들 중 가장 먼저 우리와 외교관계를 수립하여 우리나라 북방정책의 첫 결실을 안겨준 고마운 나라로 기억되고 있다.

1989년 폴란드와 함께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 가운데 가장 먼저 체제 전환에 성공한 헝가리는 국가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총선에서는 집권 사회당 - 자유민주연합 연정이 체제 전환 이후 처음으로 재집권에 성공,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페렌츠 주르차니 총리의 헝가리정부는 무엇보다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이르는 심각한 재정적자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중장기적인 국가 발전이 어렵다고 보고 강력한 긴축재정 정책을 펴고 있다. 공공행정·의료·교육 등 국가 각 분야에 있어서도 개혁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2007~2013년간 유럽연합(EU)으로부터 받는 약 230억유로의 EU기금을 신국가발전계획에 따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장기적인 국가 발전의 기초를 다지는 노력을 하고 있다.

헝가리는 외교정책에 있어서도 숙원이었던 EU에 2004년 5월 가입함에 따라 외교 지평을 확대하여 우리나라를 비롯,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자 아시아 중시 외교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로부터의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헝가리 내의 중국인은 유럽 국가 중에서 큰 규모여서 중국과 헝가리 간의 경제협력 관계도 크게 발전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헝가리에는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이 이미 진출하여 활발한 생산 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난 2005년 진출한 한국타이어는 오는 7월 생산을 목표로 공장 건설 마무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약 1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은 고용 창출 및 납세 등을 통해 헝가리 경제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국위 선양에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헝가리는 더 많은 한국 기업이 헝가리에 투자해줄 것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 헝가리는 우리 기업들이 서유럽 시장으로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등 동부유럽은 물론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및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등 발칸반도의 여러 나라로 진출하는 전략적 요충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헝가리 간에는 사회보장협정이 지난 3월1일자로 발효하여 사회보장세를 이중으로 납부하는 문제가 해결됐고, 운전면허 상호인정협정도 체결돼 있으며, 우리 지·상사 주재원의 사증 및 체류허가 문제 개선을 위해서도 매우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타이어 기공식에 참석한 헝가리 장관은 축사에서 헝가리가 유럽에서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역할을 할 테니 한국은 아시아에서 헝가리를 홍보해 달라고 했다. 우리는 헝가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 중시 외교정책과 적극적인 투자유치 정책에 부응하여 ‘유럽속의 아시아’인 헝가리, 특히 우리와 여러가지 면에서 닮은 점을 공유하고 있는 헝가리와의 경제협력 관계를 확대하여 헝가리를 중동부 및 남부유럽의 생산·무역·금융·물류 중심지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작성 : 엄석정 주헝가리대사
출처 : 문화일보(200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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