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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국내언론

[인터뷰] "기울어진 통상관계는 오래가지 못해"

부서명
작성자
김종훈 한미FTA 수석대표
작성일
2007-04-11
조회수
1034

 

김종훈 한미FTA 수석대표 "기울어진 통상관계는 오래가지 못해"

 

 

 

“타결 직후 김현종 본부장의 눈에 비친 눈물을 통해 내 눈물을 봤다…”

 

김종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협상 한국 수석대표의 얼굴엔 지난 14개월의 피로가 한껏 묻어났다.

 

그렇지만 말투는 여유를 되찾았고 표정도 너그러워졌다.

 

425일간 국익을 위해 협상 최일선에 나섰던 그는 아직도 타결 직전 마지막 48시간을 마치 꿈처럼 느끼는 듯 했다.

 

지난 6일 밤 국회 특위가 끝난 뒤 집무실로 돌아와 기자와 만난 김 대표는 장장 2시간40분간 협상중이어서 밝히지 못했던 속 사정과 현재 심정등을 소상히 털어놓았다.

 

 

-타결 그 순간을 기억하는가.

 

타결 직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둘이서 방에서 담배를 피웠다.

 

흡연한 것을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본부장이 담배를 물더라.둘이서 악수를 하고 서로 못 본척했지만 본부장 눈에 맺은 눈물이 봤다.

 

본부장도 내 눈에 비친 눈물을 봤을 것이다.

 

그리고는 감정적으로 뭘 느낄 시간도 없었다.

 

계속 바쁘게 지냈고 ‘정말 타결됐구나’라고 느낀 게 오늘 낮부터다.

 

보고서를 만들고 언론에 나오고 특위에서 의원들이 묻고 하니까 실제상황 같다.

 

 

-최종 협상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나.

 

사실 7차 협상때까지도 그림이 안나왔다.

 

최종 협상 전 상황을 점검해보니 일주일동안 해결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지난 3월26일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생즉사 사즉생’이란 생각을 했다.

 

“이건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꼭 타결하겠다고 덤벼들면 깨질수도 있겠다.

 

이익의 균형이 안 맞으면 깰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살아날 길이 있겠지.”일주일내내 그런 생각으로 임했다.

 

 

-타결에 이르던 순간을 이야기해달라.

 

막판 시한을 두고 정말 위험한 게임을 벌였다.

 

짐작은 했지만 정말 시한이 남아있는지는 확실히 모르니까.

 

저쪽도 무역촉진권(TPA)이 종료되는 시점에 FTA를 타결하는 게 처음이어서 연장이 어디까지 되는가 양쪽 다 전전긍긍해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백악관과 의회에 문서를 송달하는 직원들이 일요일 밤 12시까지 대기했다고 한다.

 

당초 데드라인이었던 30일 자정 무렵,협상 진도는 타결과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서로 주장을 굽히지 않고 버티는데 미국이 자정을 조금 지나자 ‘48시간을 연장하자’고 했다.

 

내심 되는 국면으로 가는 구나,최소한 단번에 깨버리겠다는 것은 아니구나 확신했다.

 

연장된 시한이 결국 2일 새벽 1시였는데 이것도 마지막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표현은 안했지만 협의는 진솔되게 하면서도 그런 부분에 대해 기싸움이 있었다.

 

월요일 새벽 1시가 넘어갈때는 긴장감이 너무 심했다.

 

그러다 배짱싸움이 본격적으로 전개됐다.

 

‘생즉사 사즉생’을 다시 떠올렸다.

 

새벽 1시가 넘자 양국이 시한을 놓고 벌이는 게임은 그만뒀다.

 

이후 10시간 동안 밀고 땡기기가 본격화돼 저쪽이랑 타결된 게 낮 11시였고 최종적으로 정부내 조율을 마치고 저쪽과 연락한 게 낮 12시40분이었다.

 

즉 워싱턴 시간으로 일요일 자정 20분 전이었다.

 

48시간 동안 사실상 협상이 다 이뤄졌다.

 

 

-48개월을 끌어온 협상이 타결된 순간 느꼈던 감회는?

 

48시간 동안 잠도 못잤고 네 끼를 건너 뛰었다.

 

잠자겠다,밥먹겠다는 생각이 들지않았다.

 

협상에 완전히 몰입했다.

 

시간이 몇 시인지 인식이 안됐다.

 

힘들다는 생각도 못했다.

 

타결 되는 순간 기분이 좋다,나쁘다 하기전에 다음에 뭘 해야하나를 생각했다.

 

차 안에서 하얏트호텔로 돌아가며 메모를 했다.

 

그런 정리를 하다보니 감회를 느낄 여유가 없었다.

 

오늘 특위에 가서 보고하는데 ‘정말 타결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4개월간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했다.

 

250명이란 대표단이 흩어졌다 모이고,굉장히 어려운 조직과 작업이었는데 돌이켜보면 일사불란하게 잘 했다.

 

대표단과 분과장들께 고맙게 생각한다.

 

 

-가장 어려웠던 고비는?

 

14개월 내내 힘들었다.

 

몇일전까지 하루도 맘 편했을때가 없었다.

 

물론 제일 힘들었을 때는 마지막 48시간 동안이다.

 

또 문서 유출이 됐을 때 어려웠다.

 

비합산 조치 등 무역구제는 우리가 처음부터 굉장히 강하게 요구했었다.

 

처음부터 되면 좋다고 밀었고 횟수가 거듭되며 미국이 어려워하길래 ‘계속 압박을 해서 값을 키워야겠다.

 

우리도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서로 포기하는 쪽으로 가져가는게 현명하겠다’고 판단했다.

 

6차 협상 전 그런 보고를 비공개로 했는데 그 문서가 누출됐다.

 

누출 사건과 관계없이 협상은 잘 했다.

 

비합산은 포기했지만 미국이 신약의 최저가 보장문제 등을 포기했다.

 

문서유출이 결과적으로는 에피소드가 됐지만 그때 찹찹한 심정은 이겨내기 힘들었다.

 

그때 큰일났다고 이야기하면 그것 자체가 미국에 주는 메시지가 될 수 있어 반응은 담담하게 했지만 심정은 정말 찹찹했다.

 

 

-협상 결과에 대한 총평은?

 

협상 내용은 최소한 나쁘지 않다고 본다.

 

줄 것과 지킬 것을 명확하게 나눴고 지켰다.

 

미국은 농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쌀도 끝까지 요구했다.

 

그러나 주요 핵심품목은 10년,15년까지 확보했고 세이프가드 등 보호장치가 붙도록 타결했다.

 

꺼꾸로 생각하면 공산품중에 자동차 LCD 등을 10년으로 받았다고 하면 국민에게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협상이 끝난 날 저녁,커틀러 대표와 포도주를 한잔하는데 “한국은 받은게 많다.

 

사실 난 돌아가서 말할 게 없다”고 하더라.그러나 미국도 지적재산권(IPR) 투자 투명성제도 서비스 등에서 이익을 봤다.

 

반대하는 쪽에선 퍼주기라는 주장하는데 기울어진 통상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양쪽 다 균형이 맞는 내용이다.

 

 

-대통령은 마지막에 어떤 말씀을 했나.

 

대통령께 직접 보고한 게 몇 번된다.

 

맨 마지막 지침은 “협상이 잘돼도 깨져도 정치적 부담이 있다.

 

이건 당신이 다 지겠다.

 

협상 대표는 국익을 극대화하는데 최선을 다해달라”는 것이었다.

 

그 전에는 토로할 수 없었던 심정을 들을 수 있었다.

 

대통령님이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이것이 국가가 가야할 길인데 협상은 쉽지않고,타결하라고 하면 끌려갈꺼고 뻣대고 나가라고 하면 진짜 협상이 안될 것이고.”

 

때때마다 대통령이 언급한 것이 협상단에게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가 아주 적절했다.

 

아마 1등공신을 뽑으라면 대통령이 받으셔야한다.

 

 

-FTA가 우리 경제에 어떤 효과를 미칠까?

 

단기적으로 관세가 인하된다.

 

기업들이 생산 품목과 관세철폐기간,원산지 기준 등을 분석해 많은 이익을 봤으면 한다.

 

중기적으로는 많은 투자가 들어올 것이다.

 

서비스업에도 경쟁이 심화되며 질 자체를 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제도의 선진화가 기대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수치로 계량하기 어려운 효과가 있다.

 

FTA가 됐다고 저절로 대박이 터지는 것이 아니다.

 

최대한 이익을 창출해내겠다는 것이 필요하다.

 

공산품은 어떤 원산지를 구성해서 수출할 것인지 그런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FTA가 각국별로 맺어지다보니 원산지 규정이 매우 까다롭다.

 

협정문이 공포되면 업체별로 자기들이 생산하는 품목에 대한 분석과 특혜관세를 신청하는 서류 등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어려운 협상이었는데 배운 점은.

 

협상은 어렵다는 것을 배웠다.

 

협상가에건 맞딱드려야할 전선이 5명이 있다.

 

우선 상대파트너가 있고 내 뒤에 국내 여론이 있다.

 

그 다음은 정부내 다른 부처의 입장과 대표단내 분과장들의 입장과도 싸워야한다.

 

상대편으로 가면 내 건너편에 앉아있는 대표단 뒤의 의회까지 생각해야한다.

 

일대일이 아니다.

 

시각을 넓혀야 제대로된 협상을 할 수 있다.

 

협상을 깨는 것은 쉽지만 타결시키는 것은 어렵다.

 

중간에서 만나는 것은 기술이다.

 

우선은 상대방과 신뢰가 있어야하고 진솔한 대화속에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런 대회가 진행되려면 신뢰가 있어야하고 상대에 나를 투영해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생각할 수 있어야한다.

 

많은 공부를 해야하고 무엇보다 배짱이 있어야한다.

 

 

-이면합의설을 제기하는 쪽도 있는데

 

협정문을 최대한 빨리 공개하겠다.

 

현재 미국과 문안 정리를 하고 있다.

 

이미 협정문이 완성되면 양국이 동의하는 날을 정해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이르면 5월초에 공개될 것이이다.

 

이면합의는 없다.

 

생각도 하지 마라.사이드레터건 컨퍼밍레터건 무조건 협정문에 껴서 공개하겠다.

 

 

-지난 14개월을 정리한다면.

 

먼길을 왔고 어떻게 보면 국운이란 게 있는 것 같다.

 

미국의 TPA는 연장돼도 바로되진 않을 것이다.

 

이렇게되면 앞으로 몇년간 미국과 FTA를 맺을 나라가 없다.

 

길면 5년까지 미국과 제3국과 FTA를 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면 된다.

 

중국 일본은 준비가 안됐다.

 

우리에겐 기회다.

 

빨리 서명하고 비준해서 남들이 따라오기 전에 미국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그럴려면 가급적 너무 늦지 않게 비준,발효시키는 것이 이득이다.

 

관련 상임위와 국회에 면밀히 검토해 비준에 필요한 시간을 좀 줄여달라고 부탁드렸다.

 

 

-한·유럽연합(EU) FTA가 시작되는데 협상 수석대표를 하겠는가.

 

다시는 안한다.

 

체력이 많이 필요하다.

 

이번에 끝까지 체력은 잘 터버텼는데.

2005년 말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의장을 끝내고 뭘 해야하나하던 중에 수석대표 제의가 있어서 고민했다.

 

미국 사람들과 통상협상을 해본 입장에서 쉽지않았다.

 

산에 올라가서 이걸 할까말까 하다가 ‘한·미 관계에 획을 그을 기회가 되겠구나,기여하는게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해 맡았다.

 

일이 두렵다고 피하지 말자고 생각도 했다.

 

이젠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그동안 좋아하던 스포츠도 못했다.

 

내일 아침에 늦잠자고 산에 가서 생각을 간추려야겠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타결됐다고 긴장을 늦추지 말고 평상심으로 남은 일을 끝내는 것이 좋지않을까한다.

 

가족들에게도 잘 해야지.이번에 하얏트 호텔에 열흘간 처가 매일 와서 옷도 다려놓고 했는데 얼굴도 못봤다.

 

 

-재협상 등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양국이 비준 절차가 남았다.

 

각국 의회가 한다.

 

정치가 개입되면 본질이 왜곡되거나 할 수도 있기 때문에 행정부는 조심해야한다.

 

우리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에 따라 서로 거꾸로 반응할 수 있다.

 

서로가 감정을 자극하는 식이 되면 안된다.

 

서로 자제를 해야한다.

 

 

김현석 기자

출처 : 한국경제 20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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